롯데는 또 4년을 허비했다…퍼즐 자체가 어긋난 프런트 야구, 감독만 언제나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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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성민규 단장과 래리 서튼 전 감독 /OSEN DB



[OSEN=조형래 기자] 결국 또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허비한 꼴이 됐다. 롯데 자이언츠가 펼친 프런트 야구는 매번 허무한 결말을 낳고 있다. 감독만 갈아치운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프로 원년 구단인 롯데는 42년 구단 역사에서 수많은 감독들이 거쳐갔다. 지난 28일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했던 래리 서튼 감독이 20대 감독이었다. 강병철(2대, 6대, 12대), 양상문(11대, 18대) 감독 등 2번 이상 감독직을 맡은 인물들도 있었기에 총 17명의 감독이 롯데 사령탑을 맡았다. 2년을 겨우 넘기는 평균 임기는 롯데의 감독 자리가 얼마나 고되고 외로운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2010년 이후 대부분의 감독들이 계약기간을 온전히 채우지 못한 채 쓸쓸하게 물러나야 했다. 자진 사퇴 형식의 퇴단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등떠밀린 경질이었다. 2016년 사령탑에 올랐던 조원우 감독이 2년 계약을 맺었고 이후 3년 재계약에 성공한 게 유일한 생존 사례였다. 그러나 조 감독 역시 3년 재계약 첫 해가 끝나자 경질됐다.

현재의 롯데는 과거의 롯데와 다르다는 것을 표방했다. 2019년 전반기가 끝나고 단장과 감독이 동시에 경질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고 진통 끝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의 성민규 단장을 선임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출범을 알렸다. 

실제로 성 단장 부임. 이후 여러 선진 시스템과 장비들을 도입했다. 그리고 이른바 선수단 내에 적체되어 있던 1.5군급 노장 선수들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등 육성을 위한 기반을 제대로 닦아나가기 시작했다. 2군에서 미래를 위한 준비는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었다.

그러나 1군은 달랐다. 1군에서는 연일 삐걱거리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 2020년 허문회 감독을 선임했지만 파열음이 계속 생겨났다. 선수간 운영과 기용에서 잡음이 계속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봉합의 기회가 없지 않았지만 갈등은 이어졌다. 구단은 결국 2021년 5월,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당시 퓨처스 감독이었던 래리 서튼 감독을 1군으로 불러올려 정식 감독으로 선임했다. 
서튼 감독과 성민규 단장 체제는 사실상 한배를 탄 것과 다름이 없었다. 당초 허문회 감독 이전, 1군 감독으로 선임을 하려고 했던 인물도 서튼 감독이었다. 롯데가 펼치려고 했던 프런트 야구를 현장에서 이끌어나갈 인물이라고 롯데는 기대했다. 

그러나 프런트 야구 자체의 방향성이 어긋나기 시작하면 현장의 사령탑도 어떻게 손 쓸 방도가 없었다. 롯데는 잘못된 방향으로 걸어갔고 되돌릴 기회도 수차례 놓쳤다. 올해는 그동안 힘을 쏟았던 육성보다는 성적에 초점을 맞추고 FA 시장에 전폭적으로 투자를 하기도 했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고 포수 유강남 유격수 노진혁 투수 한현희을 영입하는데 총 170억 원을 쏟아 부었다. 

또한 베테랑 지도자들을 현재 수뇌부들이 손수 영입하면서 현장에서 프런트의 영역을 강화하려고 했다. 선수단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구단이 펼치고자 하는 야구를 완벽하게 펼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프런트 야구는 끝내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1,2군 엔트리 운영을 프런트가 직접 관장하는 등 현장의 영역에 깊숙하게 개입했다. 그동안 늘상 해왔던 야구였지만 현장의 불만과 긴장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코칭스태프 간의 내분까지도 외부로 알려졌다. 서튼 감독은 현장에서 외롭게 버텨야 하는 처지가 됐다. 

모두가 잘못된 방향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었지만 롯데는 그게 소신이라고 밀어붙였다. 하지만 성민규 단장 체제 이후 한 번도 가을야구를 밟지 못했다. 올해 전반기 9연승을 달리는 등 1위에 올라섰고 6월 중순까지 3강 체제를 구축했지만 이후 쭉 내리막길을 타면서 7위까지 추락했다. 8위 삼성과 2.5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추락 과정에서 프런트의 오판들이 쌓이고 쌓여서 추락했다. 잘못된 엔트리 운영, 부상자들의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의 조기 복귀 등은 그들의 조급함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종운 감독대행 /OSEN DB




‘원팀’을 표방했지만 프런트와 현장은 ‘원팀’이 되지 못했다. 프런트 내부 역시도 베테랑 고참 직원들과 20대 직원들 사이의 괴리감이 큰 구성이다. 중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직원이 전무한 프런트 인원 구성은 그들을 하나로 결집시키지 못하게 했다. 프런트와 현장, 현장과 현장, 프런트와 프런트 모두 갈등을 피할 수 없는 구조였다. 롯데 스스로 만든 현실이었다.

납득되지 않고 하나로 뭉치지 못한 그들만의 프런트 야구의 말로는 또 다시 감독 교체였다.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자신했지만 비극적인 결말은 언제나 같았다. 애초에 퍼즐 그림 자체가 잘못됐기에 퍼즐 조각을 갈아끼워도 제대로 맞춰질 리가 없었다. 감독은 언제나 희생양이었다. 

롯데 그룹 지주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현재 자이언츠 야구단이 허비한 4년의 시간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떻게 결론을 지을지가 관건이다. 그들이 내린 첫 번째 결론은 감독 경질이었다. 이후의 행보가 더욱 중요해졌다. 일단 롯데는 이종운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직을 맡고 올해 잔여경기를 치른다. /[email protected]
 

기사제공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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