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흔치 않은 ‘홈 패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
ⓒPA Images/아이웨이미디어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맨체스터 시티 1 (제주스 8’)
FC 바젤 2 (엘리오누시 17’, 랑 71’)
(총합 맨체스터 시티 5 ? 2 바젤)
[The Times/ By Paul Hirst]
펩 과르디올라에게 어젯밤(수요일, 이하 현지 시간)은 아주 오랜만에 익숙하지 않은 기분을 맛본 날이었을 터다.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15개월 동안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단 한 차례도 패배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어젯밤(수요일)에는 홈에서 흔치 않은 패배를 당하고 만 것이다.
과르디올라가 맨시티의 지휘봉을 잡은 이래로 맨시티가 홈에서 패배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겨우 두 번째다. 맨시티에게 이토록 드문 패배를 안긴 주인공은 FC 바젤로, 바젤은 지난 달 스위스에서 펼쳐졌던 1차전에서 맨시티에게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바 있다.
가브리에우 제주스가 지난해 11월 이후 오랜만에 득점을 기록했지만, 모하메드 엘리오누시와 미하엘 랑이 동점골과 역전골을 터뜨리면서 바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홈 팬들이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맨시티의 패배를 목격한 것은 지난 2016년 12월 3일에 첼시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맨시티가 상황 상 전략적인 접근을 취했다고 할 수도 있다. 바젤과의 2차전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너무 많은 힘을 쏟지는 않았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12월에도 맨시티는 이미 16강 진출이 결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샤흐타르 도네츠크와의 원정 경기에서 패배했던 것에 의미를 두지 않았고, 어젯밤(수요일)의 경우에도 스위스 원정으로 치러졌던 1차전에서 4골 차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2차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실질적으로 맨시티의 8강 진출이 유력했다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과르디올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2차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맨시티 선수들이 과르디올라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데 대한 걱정을 안게 된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침착하고 집중하라는 경고를 던졌지만, 맨시티 선수들에게서 그러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바젤 선수들이 달려들 때마다 맨시티 선수들이 긴장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었는데, 이러한 경향은 전반전에 특히 더 강하게 나타났다. 또한 아이메릭 라포르테의 경우, 맨시티가 허용한 두 번의 실점 상황 모두에 관여되기도 했다.
물론 맨시티가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과르디올라로서는 이번 2차전에서의 패배를 가벼이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바로 전 경기와 비교하면 선발 명단에 6명의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과르디올라의 맨시티는 출전 선수가 바뀐다고 해도 여전히 어마어마한 팀이다(이번 2차전에 선발 출전한 선수들의 이적료 총액은 무려 3억 500만 파운드에 달한다). 그러나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 가운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은 맨시티가 이적료를 전혀 지불하지 않은 선수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UEFA 유스 리그에서 뛰기에도 아직 어리다고 여겨졌던 필 포덴이었다(UEFA 유스 리그는 U19 연령대 선수들의 유럽대항전이다).
포덴에게는 이번이 겨우 세 번째로 선발 출전한 경기였다. 즉, 이번 경기는 맨시티 아카데미에서 성장해 이제 만17세가 된 포덴에게 믿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시험도 해보는 무대였던 것이다.
포덴이 워밍업을 하면서 야야 투레에게 조언을 구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으나, 킥오프 이후 15분 동안 포덴이 선보인 경기력을 고려하면 투레의 조언이 굳이 필요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포덴은 첫 터치를 왼쪽의 올렉산드르 진첸코에게 패스로 연결하면서 좋은 모습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또한 포덴은 전반 8분만에 터진 맨시티의 선제골에 기여하기도 했다. 왼쪽에서부터 빠르게 대각선 방향으로 침투하는 르로이 사네에게 공을 돌려준 이가 바로 포덴이었던 것이다. 사네가 오른쪽의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공을 전달하자 베르나르두 실바가 바젤 수비수 두 명의 다리 사이를 뚫고 먼 쪽 포스트의 제주스에게 연결했고, 이를 제주스가 왼발로 가볍게 차 넣으면서 맨시티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 득점으로 제주스는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지난 4개월 동안의 골 가뭄을 해소할 수 있었다.
손쉬운 경기가 될 것이었다. 아니, 손쉬운 경기가 될 것처럼 보였다. 맨시티가 2-0으로 앞서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일카이 귄도안에게 찾아왔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시도한 귄도안의 슈팅이 토마시 바츨리크 골키퍼의 정면으로 향하면서 추가 득점의 기회가 무산되었다. 오히려 그 직후 바젤이 공격에 나선 결과, 엘리오누시가 동점골을 터뜨리는 데 성공했다.
라포르테가 바젤 진영 깊은 곳에서 공을 탈취하려고 했으나 실패했고, 그에 따라 맨시티의 후방에 수비수가 한 명 부족해지자 바젤이 그 기회를 활용하려는 듯했다. 이에 왼쪽의 블라스 리베로스에게 긴 패스를 연결했고, 리베로스가 베르나르두 실바와의 경합에서 이기고 난 뒤 슈팅을 시도했으나 리베로스의 슈팅은 존 스톤스의 발뒤꿈치를 맞고 굴절되었다. 그러나 스톤스를 맞고 굴절된 슈팅이 엘리오누시의 앞으로 흐른 결과 엘리오누시가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찢을 듯이 동점골을 터뜨렸고, 그와 동시에 과르디올라는 자리에 주저앉아 어이없다는 듯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엘리오누시의 골이 16강전 전체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었겠지만, 과르디올라에게는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과르디올라는 이번 시즌 내내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화가 나 보였다.
그렇지만 맨시티는 점점 더 위험에 노출되었다.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페널티박스 바깥까지 나와서 디미트리 오베를린과의 경합에서 이기고 공을 걷어낼 때는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다. 오베를린은 그 후 프리킥 상황에서 옆쪽 그물을 맞추기도 했다. 하프타임을 맞이하기 전 귄도안의 슈팅이 레오 라크로아를 맞고 벗어나기는 했지만 맨시티는 그 외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하프타임 휘슬이 울렸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쪽은 맨시티였다.
후반전이 시작된 후에도 맨시티는 점유율을 높게 유지했지만 유의미한 기회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실패했다. 바젤의 체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맨시티는 그대로 경기를 끝내는 데 만족하는 듯했다. 중원에서 투레는 중앙을 중심으로 좌우를 오가며 양쪽 측면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고자 시도하면서 시간을 흘려 보냈다.
브라힘 디아스가 교체 투입되며 디아스의 기술이 이따금 빛났지만, 바젤이 기습적인 슈팅으로 추가 득점을 터뜨리면서 맨시티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엘리오누시가 투레를 코너플래그 쪽으로 유인한 뒤 랑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랑이 니어 포스트 쪽으로 훌륭한 슈팅을 성공시키면서 브라보를 다시 한 번 무너뜨린 것이다.
2-1이 되자 바젤은 내려앉아 단단히 수비 태세를 갖추었고, 맨시티는 마지막까지 밀어붙였지만 끝내 동점골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