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첫 우승, 너무나 간절했기에 더 감동적이었다
[OSEN=청주, 서정환 기자] 오랜 시련을 견디고 얻은 열매는 더욱 달았다.
아산 우리은행은 21일 청주체육관에서 개최된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홈팀 청주 KB스타즈를 75-57로 제압했다. 3연승을 달린 우리은행은 통합 6연패 달성에 성공했다.
경기가 미처 끝나기 전 김정은은 이미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있었다. 워낙 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져 이미 우승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성으로는 경기를 마저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지만, 격정적으로 쏟아지는 감정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13년 동안 간절하게 염원했던 꿈이 드디어 현실로 이뤄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종료부저가 울리고 우승이 확정되자 김정은은 본격적으로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자신을 믿고 두 번째 기회를 준 위성우 감독과 진한 포옹을 나눴다. 혹독한 훈련으로 재기를 도운 전주원 코치와 박성배 코치도 함께 감격했다. 우승에 익숙한 다른 선수들과 달리 김정은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어색하게 우승기념 그물을 잘랐다.
인터뷰장에 들어선 김정은은 우승의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김정은은 “부저가 울리지도 않았는데 울컥했다. 감정을 추스르느라 힘들었다. 남들이 보기에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13년 동안 (우승이) 처음이다. 그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적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부상까지 겹치니까 ‘그만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바닥을 치고 위 감독님을 만나서 우승할 수 있어서 두 배로 기쁘다. 더 값진 것 같다”면서 감격했다.
쉽지 않은 우승이었다. 어릴 적 김정은은 신세계와 국가대표를 대표하는 득점기계였다. 하지만 본인만 다득점을 올리고 항상 팀은 패했다. ‘고독한 에이스’라는 별명이 뒤따랐다. 최근 2시즌은 부상여파로 ‘한 물 갔다’는 평을 들었다. 비시즌 FA로 우리은행에 합류했지만 ‘재기할 수 있겠냐?’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김정은은 “댓글을 보니 ‘퇴물’ ‘먹튀’라고 했다. 우리은행에 오고 초반 2연패를 당하니 ‘나는 불운의 아이콘인가보다’ 했다. 시즌이 잘못되면 다 나에게 비난이 올 것 같아 힘들었다. 럭비선수인 남편이 큰 힘이 됐다. 나중에 남편이 더 긴장하고 힘들어했다”면서 남편에게 공을 돌렸다.
동료들도 김정은의 성공적인 재기를 도왔다. 김정은은 “박혜진이 ‘언니 때문에 더 우승을 해야 한다’고 말해줘 감동을 받았다. 임영희 언니와 이은혜 등이 나보다 더 내 재기를 원했다. 다들 도와줬다. MVP도 내가 받을 상이 아닌데 동료들 덕분에 상을 받았다”며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우승을 해본 적이 없기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김정은이다. 그는 “아! 우승을 했으니 우승여행을 간다고 들었다. 비시즌에 무릎수술을 받아야 할 것 같다. 대표팀에도 도움이 되고 싶지만 수술경과를 봐야할 것 같다. 우선은 일주일 동안 잠만 푹 자고 싶다”면서 비로소 원없이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