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왕조 계속된 여자농구…변화의 시기에 직면하다
KDB생명 해체·국제 경쟁력 약화 위기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여자프로농구 2017-2018시즌이 아산 우리은행의 6년 연속 통합 우승으로 21일 막을 내렸다.
위성우(47)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은 2012-2013시즌부터 6년 내리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휩쓰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다른 팀들의 도전을 뿌리쳤다.
우리은행은 센터 양지희(34)의 은퇴 공백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김정은(31)으로 메우면서 '박혜진-임영희-김정은'의 새로운 국내 선수 트리오를 구축해 최강의 자리를 지켰다.
우리은행이 다음 시즌에 여자농구 사상 최초의 7년 연속 통합 우승까지 일궈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여자농구에서는 2007년 겨울리그부터 2011-2012시즌까지 신한은행이 6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처음 달성했고, 올해 우리은행이 그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은 2012-2013시즌 정규리그에서 우리은행과 동률을 이뤘으나 상대 전적에서 뒤지는 바람에 1위와 함께 최강의 자리를 우리은행에 넘겨줘야 했다.
그만큼 오랜 기간 1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올해 우리은행도 청주 국민은행과 치열한 정규리그 1위 경쟁을 벌인 끝에 정상을 수성할 수 있었다.
지난 시즌에는 2위 용인 삼성생명과 승차가 무려 15경기나 났지만 올해는 2위와 격차가 단 2경기에 불과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다음 시즌 우리은행은 더 큰 도전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1980년생 임영희가 40세에 더 가까워지고,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김정은도 비시즌 기간 무릎 수술을 계획 중이다.
반면 국민은행은 센터 박지수(20)의 기량이 무르익으면서 신한은행 6년, 우리은행 6년 '장기 집권'의 뒤를 이을 태세다.
또 강이슬(24) 등 젊은 선수들이 많은 부천 KEB하나은행도 만만치 않은 전력으로 평가되고,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대형 가드'로 기대를 모으는 숭의여고 박지현(18)이 나와 판도 변화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하지만 여자농구는 이런 리그 판세도 중요하지만 구리 KDB생명이 2017-2018시즌을 끝으로 해체를 선언함에 따라 리그 자체에 커다란 위기가 닥친 상황이다.
2018-2019시즌까지는 KDB생명이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 납부해야 하는 한 시즌 운영비로 위탁 운영이 가능하더라도 2019-2020시즌에도 '6구단 체제'를 유지하려면 새로운 기업을 리그에 유치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WKBL은 또 6월 말로 신선우 총재의 임기가 만료된다.
여자농구 저변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도 걱정거리다. 5년 전인 2013년 3월 연맹회장기 대회에 여고부 10개 팀이 출전했지만 올해 같은 대회에는 6개 팀으로 줄었다.
학생 선수들이 줄면서 프로와 국가대표 전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일본에 56-70, 호주에 64-81, 중국에 51-75 등 10점 이상 크게 패했다.
반면 일본은 결승에서 호주를 꺾고 우승하는 등 점점 우리나라와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같은 겨울철 실내 스포츠 여자 배구와는 국제 경쟁력과 인기도에서 모두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올해에는 8월 아시안게임과 9월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등 국제 대회가 연달아 펼쳐진다.
'명예 회복'의 기회일 수 있지만 동시에 더욱 벌어진 세계 및 아시아 정상과 격차만 확인하게 되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한국 여자농구에는 지금이 시즌을 마치고 서로 고생했다고 격려하는 동시에,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시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