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과 재계약 방침 확정
여자프로배구 도로공사가 김종민 감독(44)과의 재계약 방침을 확정했다.
도로공사 사정에 밝은 인사는 20일 “도로공사가 이미 김 감독에게 재계약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구체적 조건은 챔피언결정전 이후에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약을 전제로 하되, 챔피언결정전 결과에 따라 김 감독의 대우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2016~2017시즌 도로공사 감독에 취임했다. 그동안 도로공사는 ‘감독의 무덤’으로 통했다. 멤버 구성은 우승후보로 손색없었음에도 유독 이런저런 외풍(外風)이 심했다.
도로공사는 아예 여자팀 경험이 전혀 없는 김 감독을 선택했다. 김 감독은 첫해 여자부 6팀 중 최하위를 했다. 그 수모를 받아들인 대신,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 지명권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이바나를 영입했다. 한발 더 나아가 프리에이전트(FA) 박정아까지 데려왔다. 그렇게 2년 임기 마지막 시즌에 모든 것을 다 걸었던 김 감독의 ‘도박’은 적중했다. 감독은 계약 마지막 시즌이 가장 중요한데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김 감독의 성공 비결은 역설적으로 여자팀을 잘 몰랐다는 데 있었다. 선수와 타협하지 않고 강한 훈련을 시켰다. 다행히 도로공사 선수들은 승리에 굶주려 있었다. 모진 훈련을 감당했다. 도로공사의 끈질긴 수비력은 훈련이 빚어낸 작품이다.
그렇게 독하게 시켰음에도 선수들의 인심을 잃지 않은 비결은 김 감독의 인간적 매력이 작용한 덕분이었다. 김 감독은 달변이 아니다. 언변이 약간 어눌한 편에 가깝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스타일이다. 인내심이 강하다. 할 말을 잘 참는다. 이런 성향이 베테랑이 주축인 도로공사 팀 문화와 잘 맞아떨어졌다.
여자프로배구에서 현실적으로 지도자를 할만한 적임자의 범위가 좁은 것도 김 감독의 주가를 올렸다. 이제 여자프로배구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김 감독을 도로공사가 놓치는 것은 명분상, 있을 수 없다.
도로공사와 김 감독의 상황은, 프로야구 2016시즌 두산과 흡사하다. 당시 두산은 시즌 중에 김태형 감독과의 재계약을 발표했다. 그 구체적 내역은 시즌 종료 후로 미뤘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최고 대우를 쟁취했다. 도로공사는 아직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해보지 못한 팀이다. IBK기업은행-현대건설의 플레이오프가 1승1패로 치열하게 펼쳐지며 김 감독이 도로공사 유니폼에 첫 번째 별을 달아줄 가능성도 미세하게 올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