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나디나, 다시 위로 UP…KIA 타선은 더 강해질까
KIA가 좀 더 강해지기 위해 로저 버나디나(34·KIA)를 움직인다.
김기태 KIA 감독은 개막을 앞두고 선발라인업에 작은 변화를 구상하고 있다. 버나디나를 2번 타순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버나디나는 지난해 3번 타자로 뛰며 최형우, 나지완과 중심타선을 이뤘다. 타율 3할2푼 27홈런 111타점을 기록하고 득점왕(118개)까지 차지했다. 어느 팀 3번 타자보다도 강한 모습으로 지난해 KIA의 우승을 통해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평가받았다. 헥터 노에시, 팻딘과 함께 버나디나의 재계약은 올해 KIA의 전력에 ‘마이너스’를 없게 한 결정적 이유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자리를 지켜야 하는 KIA는 좀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라인업을 위해 버나디나의 이동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KIA 선발 라인업의 유일한 변화다.
김기태 감독은 보통 강타자가 배치되지 않는 2번이나 7번에 강한 타자를 세워 타선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라인업을 선호한다. 타순을 한 바퀴만 돌고나면 상·중·하위타순의 경계는 사실상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빠른 발을 가진 버나디나는 작전수행능력과 함께 득점력을 갖춘 데다 지난해 중장거리포로 보여줬듯 중심타자의 역량도 갖고 있다. 김기태 감독식 라인업을 위한 맞춤형 타자다.
상위타순은 원래 버나디나의 자리였다. 지난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KIA에서 테이블세터로 고려되는 타자가 버나디나 외에는 김주찬, 김선빈뿐이었다. 상위타순 구성은 KIA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결국 시즌 초반 버나디나는 톱타자를 맡았고 2번 타순은 여러 타자가 돌아가며 소화했다. 그러나 봄을 지나며 KIA의 라인업은 완전히 바뀌었다. 트레이드를 통해 이명기가 합류했고 버나디나는 5월 중순 이후 기대치 못했던 장타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붙박이 톱타자 이명기를 얻은 KIA는 중심타선을 강화하기 위해 버나디나를 3번으로 이동시켰고 김주찬을 주로 2번타자로 세웠다. 강한 9번 타자 김선빈까지 더해 KIA의 라인업은 최강을 이뤘다.
올해는 출루율 좋은 확실한 톱타자 이명기와 함께 개막을 맞는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라인업을 위해 KIA는 발빠른 강타자 버나디나를 다시 위로 끌어올려 중심타선으로 연결시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 경우, 부상 전력으로 주루플레이에 비교적 부담을 느끼는 김주찬이 3번 타자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태 감독은 올해 9번 타자 김선빈과 함께 1번 타자 이명기의 체력 안배에도 신경쓰려 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둘의 자리를 바꿀 수도 있고 둘 중 한 명을 쉬게 할 수도 있다. 버나디나가 상위타순에 고정될수록 라인업에 변동이 생기더라도 상위타순의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다.
김기태 감독은 “버나디나는 활용도가 높은 선수다. 올해 타순에서도 여러가지 카드를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범경기를 치르는 동안 이명기-버나디나-김주찬으로 이어지는 상위타순을 꾸준히 시험하며 올시즌 선발 라인어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