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cm 최단신'으로 올림픽대표팀 승선…'한국의 다비드 라야' 꿈꾸는 김천 GK 신송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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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키 큰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K리그 골키퍼 포지션에 틀을 깨는 이가 하나 나타났다. K리그2 김천 상무 소속으로 최근 22세 이하(U-22) 대표가 된 신송훈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신장은 180cm로, 다른 포지션이라면 축구를 하기에 부족한 키는 아니다. 하지만 골키퍼를 선택하면서 큰 핸디캡이 됐다. 그는 1~2부 합쳐 100여명 가까이 되면 K리그 골키퍼 중 신장이 가장 작다. 최근 K리그는 골키퍼 신장 185cm도 작다고 여겨질 정도가 됐다. 충북청주의 19세 골키퍼 정현호는 201cm로 K리그에서 유일하게 2m를 넘을 정도다.

특히 한국 축구 스타일이 어느 정도 포스트플레이를 요구하다보니 공중볼 다툼 때 키 작은 골키퍼가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신송훈은 그런 편견을 이겨내면서 프로 무대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는 것이다.



광주FC U-15(광덕중)와 U-18(금호고)을 거쳐 지난해 광주FC에 입단, 프로 데뷔한 신송훈은 일찌감치 군문제 해결하는 길을 선택해 올해부터 김천 상무에서 뛰고 있다. 김천엔 포항 스틸러스 한 구단에서 K리그1 161경기를 뛴 강현무는 비롯해 지난 6월 U-20 월드컵 한국 축구 4강에 공헌하고 이번 달 A매치 치르는 클린스만호 승선을 일궈낸 김준홍, 일본 J리그 출신 수문장 문경건 등 어느 팀에 가도 주전으로 뛸 수 있을 문지기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올시즌 만큼은 신송훈이 김천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서며 성한수 감독대행과 정정용 감독으로 이어진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는 중이다. 김준홍의 U-20 아시안컵 및 월드컵 차출이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신송훈은 올해 김천이 치른 K리그2 28경기 중 정확히 절반인 14경기에 출전해 가장 많이 뛰고 있다. 이어 김준홍이 6경기, 강현무가 5경기, 문경건이 3경기로 신송훈 뒤를 잇고 있다.

신송훈은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에 발탁돼 오는 6~12일 창원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예선을 앞두고 있다.



신송훈이 축구를, 그 것도 골키퍼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아주 어릴 때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유치원 시절 골키퍼로 축구대회에 나섰는데 우승을 차지하면서 해당 포지션에 매력을 느껴 본격적인 문지기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다만 190cm를 오가는 키 큰 골키퍼들과의 경쟁은 불가피했고, 그런 핸디캡을 신송훈은 도리어 장점으로 바꿔놓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키가 작지만 오히려 탄력 넘치는 몸을 만들 기회가 열려 있어 이를 살린 것이다.

신송훈은 "좋은 위치 선정으로 상대 선수들 슈팅을 대비하고, 빠른 판단력과 과감한 움직임으로 공중볼을 처리했다"며 "개인적으로 파워 운동과 점프 훈련 등을 중점저적으로 해 키에서 손해보는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K리그 관계자들도 신송훈을 볼 때 꼽는 점이 점프와 순발력이 좋아 키 큰 골키퍼들에게 없는 장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에선 이미 키가 작아도 신들린 듯한 선방으로 오히려 큰 인기를 모으는 골키퍼들이 적지 않다. 170cm라는, 일반인으로도 작은 키를 갖고 있으나 빼어난 반사 신경과 화려한 플레이로 1998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 대표팀 주전 골키퍼를 맡았던 호르헤 캄포스, 185cm에도 날렵한 몸놀림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내며 여전히 현역 생활을 하고 있는 멕시코 대표팀 길레르모 오초아 등이 대표적이다.

신송훈 역시 이런 세계적인 골키퍼들을 참고하면서 K리그의 키 작은 골키퍼 선배들 움직임도 유심히 관찰하며 자신의 성장 자양분으로 삼는다. 그는 "최근엔 프리미어리그 브렌트퍼드에서 맹활약해 올 여름 아스널로 이적한 스페인 국가대표 다비드 라야(183cm)를 참고하고 있다"며 "한국에선 성남 김영광 선배님과 서울이랜드 윤보상 선배님(183cm) 등 작은 골키퍼들을 관찰한다"고 했다.

숱한 어려움을 헤치고 프로 무대에서 이제 조금씩 인정받는 골키퍼가 됐다. 아울러 연령별 대표팀에도 뽑혀 내년 파리 올림픽에 나서기 위한 꿈도 생겼다.

'한국의 오초아', '한국의 다비드 라야'를 꿈꾸는 신송훈의 업그레이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기사제공 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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