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그렸던 KIA 유니폼… '좌완 왕국'의 히든카드, 장민기 추격전이 시작됐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군 복무를 마친 뒤 전역 기분을 조금 내볼 만도 했다. 그러나 장민기(22‧KIA)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웃는다. 11월 1일 전역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왔는데, 11월 3일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일본 오키나와에 왔다. 팀의 마무리캠프에 참가하라는 새로운 임무가 떨어진 것이다. 장민기는 "전역한 것 같지가 않다"고 웃어 보였다.
바쁜 일정이 야속할 법도 하지만 장민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얼굴을 고쳐 잡았다. 그토록 바라던 KIA 유니폼을 다시 입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민기는 "상무 유니폼을 입었다가 원래의 KIA 유니폼을 입으니까 너무 좋다. 상무에 있을 때 KIA 유니폼을 너무 보고 싶었다"면서 "퓨처스리그에서 KIA를 만나면 마운드에 있을 때 선수들이 장난을 치고 그랬다. 그게 너무 듣기 좋았다. KIA랑 경기를 할 때만 되면 (전역 후) 더 빨리 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많았다"고 다시 입은 KIA 유니폼에 대한 감상에 젖어들었다.
굉장한 기대를 받으며 입단한 기대주였다. 용마고를 졸업하고 2021년 KIA의 2차 2라운드(전체 14순위) 지명을 받고 화려하게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신인 시즌이었던 2021년 21경기에 나가 23⅓이닝을 던지면서 2승1패2홀드 평균자책점 3.47로 가능성을 내비쳤다.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이후 군 복무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지원해 이제는 군 문제까지 모두 해결한 선수가 됐다. 많은 것을 해보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그런 장민기의 의욕을 말리고 있다. 의욕에 넘쳐 급하게 하는 것보다는 천천히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장민기는 "하시는 말씀이 지금 너무 업돼서 던지지 말라고 하신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대회가 기다리고 있기에 더 그렇다. 장민기는 오는 12월 3일부터 대만 타이중에서 열릴 제30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과는 조금 다른 일정을 소화하며 대회와 다음 시즌에 모두 대비하고 있다.
장민기는 "마무리캠프만 하는 게 아니라 (캠프 종료) 일주일 뒤 다시 대회에 나가야 하는 것이니 거기에 맞춰서 던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다른 선수의 마무리캠프 일정과는 좀 다를 것 같다"면서 "코치님께서도 운동 일정은 나한테 맡겨 주신다. 운동 일정은 비슷한데 던지는 공 개수에서 차이가 난다. 전역하기 전까지도 상무에서 계속 공을 던졌다. 바로 투구를 할 수 있다. 올해 아파서 경기에 많이 못 뛰었는데 시즌 끝나고 잔여경기를 할 때는 100구까지 던졌다"고 소개했다.
군 복무 두 시즌 동안, 특히 올해 잔부상으로 몸 상태가 완벽하지는 않았다. 많은 경기에 나가지 못한 게 아쉽고 또 미안하다. 그래도 군 복무 기간 중 자신을 돌아보며 적지 않은 것을 얻었다고 말한다. 장민기는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에 밖에서는 짧지만, 안에서는 진짜 안 지나갔었다. 그런데 막상 다 지나고 나니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꿈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게 장민기의 투구 노트다. 군에서 매일 그 노트에 무언가를 쓰며 발전하기 위해 애를 썼다. 장민기는 지금 그 노트를 다시 보며 2024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장민기는 "내가 당시에 무엇을 했는지 노트에 써놓은 게 있다. '그때는 이것이 문제였구나', '이것은 당시보다 지금 훨씬 나아졌구나'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는 발전이 있었던 것 같다. 군 생활을 크게 보면 '진짜 고비 하나를 잘 넘겼구나'는 생각이 든다. 크게 다친 것도 없었고, 수술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간의 2년 가까운 시간을 되돌아봤다.
몸도 많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장민기는 "인바디 수치를 재 봐도 2021년 KIA에 있을 때보다 훨씬 좋다. 젖살도 많이 빠지고, 몸이 이제 갖춰지는 것 같다. 힘도 더 받쳐줘서 좋은 공을 던지는 것 같다"고 했다. 최고 구속이 많이 오른 것은 아니지만, 평균 구속은 올랐다. 장민기는 "구속은 최고 144~145㎞ 나오는데 평균 구속이 조금 올라갔다. 이전에는 137~138㎞를 던지다 142㎞를 던졌다면 지금은 꾸준히 140㎞대 초반을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장민기만 달라진 건 아니다. KIA를 둘러싼 환경도 달라졌다. 장민기가 군에 있던 사이, 능력과 재능을 모두 갖춘 좌완들이 많이 나왔다. 입단 동기인 이의리를 시작으로 최지민 윤영철 곽도규 등 팀이 기대를 거는 좌완들이 계속 출현했다. 일각에서는 다른 팀 부럽지 않은 '좌완 왕국'이라는 말도 나온다. 장민기 역시 이제 따라가야 하는 상황임을 인정한다. 자신의 장점을 내세워 경쟁해보겠다는 각오다. 김종국 KIA 감독은 현재 팀에 부족한 6~8선발 후보 중 하나로 장민기를 거론하며 판을 깔아줬다.
장민기는 "자원이 많아졌고 다 잘 던지는 선수들이다. 다 좋은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을 벌이다보면 서로 실력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면서 "12월 중순까지는 대회를 해야 하니 대회가 끝난 뒤 2주 정도는 공을 많이 안 던질 생각이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조금 불릴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마무리캠프에는 정재훈 투수코치의 이야기를 잘 곱씹으며 팔 동작에서의 타이밍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 "아플 만큼은 다 아파봤다"면서 몸과 정신의 건강을 자신하는 장민기가 추격전의 시동을 걸었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