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 골 취소+2명 퇴장+2명 부상’ 토트넘, 첼시에 1-4 대패…시즌 첫 패→선두 탈환 실패
첼시전을 마친 후 손흥민의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키 판 더 펜이 부상을 당해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거듭된 악재에 토트넘이 11경기 만에 시즌 첫 패배를 맛봤다.
토트넘은 7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라운드에서 1-4로 졌다. 니콜라스 잭슨이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첼시의 승리를 이끌었다.
개막 10경기 무패(8승 2무)를 질주한 토트넘은 시즌 첫 패배를 맛봤다. 토트넘(승점 26)은 선두 맨시티(승점 27)와 1점 차를 유지했다. 리그 3경기 만에 승전고를 울린 첼시는 10위로 뛰어올랐다.
이날 토트넘은 퇴장과 부상 악재가 겹쳤다. 전반 33분 센터백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퇴장당했고, 전반 44분에는 제임스 매디슨, 추가시간에는 미키 판 더 펜이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다. 전반에만 수비수 둘이 빠지고 한 명이 모자란 상황, 설상가상으로 후반 10분에는 데스티니 우도지까지 퇴장당하며 9명이 싸웠다.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의 맹활약으로 첼시의 공세를 잘 막았지만, 결국 쓴잔을 들었다.
토트넘의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첼시의 마크 쿠쿠렐라를 상대로 선방을 하기 위해 다이빙을 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첼시전에 나선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 풀타임 활약한 손흥민은 준수한 평점을 받았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는 손흥민에게 6.4점을 부여했다. 토트넘에서는 득점포를 가동한 쿨루셉스키가 7.6점으로 가장 높았다. 퇴장당한 로메로와 우도지는 각각 5점, 4.8점을 받았다. 첼시에서는 3골을 넣은 잭슨이 9.5점으로 가장 높았다. 라힘 스털링과 코너 갤러거, 콜 파머 등 2선 자원도 7점 이상을 받으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또 다른 매체 소파 스코어의 평점도 그리 다르진 않았다. 손흥민이 6.7점을 받았고, 선방 쇼를 펼친 비카리오가 6.8점을 받았다. 퇴장당한 로메로와 우도지는 5점대 평점을 기록했다. 잭슨에게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9.2점을 건넸다.
이날 홈팀 토트넘은 4-2-3-1 포메이션을 꺼냈다. 손흥민이 선봉에 섰고, 2선에 브레넌 존슨, 매디슨, 데얀 쿨루셉스키가 배치됐다. 3선에는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가 짝을 이뤘다. 포백 라인은 우도지, 판 더 펜, 로메로, 페드로 포로가 구축했고, 골문은 비카리오가 지켰다.
원정팀 첼시도 4-2-3-1 대형으로 맞섰다. 잭슨이 최전방에 섰고, 그 아래를 라힘 스털링, 코너 갤러거, 콜 파머가 받쳤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엔소 페르난데스와 모이세스 카이세도가 선발 출격했다. 수비진은 리바이 콜윌, 치아구 시우바, 악셀 디사시, 리스 제임스가 구축했고, 골키퍼 장갑은 로베르트 산체스가 꼈다.
쿨루셉스키가 선제골을 넣은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토트넘 손흥민이 오프사이드로 판정된 골을 넣은 장면. 사진=게티이미지
첼시 골망을 가른 직후 손흥민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
토트넘이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가는 듯했다. 킥오프 휘슬이 울린 지 6분 만에 리드를 쥐었다. 토트넘은 후방에서부터 패스로 풀어 나왔고 오른쪽 측면에 있던 쿨루셉스키에게 볼이 연결됐다. 쿨루셉스키가 안쪽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때린 슈팅이 수비수 맞고 굴절돼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분위기를 탄 토트넘은 전반 13분 존슨이 왼쪽 측면에서 낮고 빠르게 건넨 크로스를 페널티 박스 안으로 쇄도하던 손흥민이 차 넣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VAR) 끝에 득점이 무효처리 됐다. 손흥민이 오프사이드 반칙을 범했다는 것.
이때까지만 해도 토트넘의 기세가 좋았다. 첼시도 발톱을 드러냈다. 전반 21분 스털링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우직하게 밀고 들어가면서 오른발 슈팅을 때려 토트넘 골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전에 때린 스털링의 슈팅이 수비수 맞고 팔에 맞았다는 판정이 나오면서 무효 처리됐다.
첼시는 좀체 운이 따르지 않았다. 전반 28분 카이세도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토트넘 수비수와 함께 서 있던 잭슨이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고, 그가 득점에 관여했다는 판정이 나와 득점이 또 한 번 취소됐다.
하지만 그 전 상황이 첼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카이세도가 슈팅을 때리기 전, 토트넘 센터백 로메로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첼시 페르난데스를 막는 과정에서 발목을 밟았고 주심은 곧장 레드카드를 꺼내 보였다.
로메로의 반칙 장면. 사진=게티이미지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퇴장.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로메로. 사진=게티이미지
페널티킥을 얻은 첼시는 콜 파머가 키커로 나서 왼발로 차 넣으며 균형을 맞췄다. 로메로의 퇴장으로 수비에 구멍이 난 토트넘은 공격 자원인 존슨을 빼고 중앙 수비수 에릭 다이어를 투입했다.
유독 득점 취소가 잦았다. 전반 37분 첼시가 또 한 번 토트넘 골문을 열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 처리됐다.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토트넘에 여러 악재가 겹쳤다. 전반 42분 매디슨이 스프린트를 하다가 홀로 쓰러졌고, 2분 뒤에는 판 더 펜이 햄스트링을 부여잡았다. 결국 토트넘은 매디슨과 판 더 펜을 빼고 에메르송 로얄과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를 투입했다. 전반에만 교체 카드 3장을 쓴 것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한 첼시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콜윌 대신 마크 쿠쿠렐라를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손흥민(왼쪽)이 첼시를 상대로 풀타임 활약했지만, 침묵했다. 사진=EPA 연합뉴스
수적 우위를 점한 첼시가 끊임없이 토트넘을 몰아붙였다. 발 빠른 스털링을 중심으로 거듭 토트넘의 뒷공간을 노렸다. 토트넘도 한 명이 부족하다고 마냥 물러서지는 않았다. 전반과 같이 치열한 공방이 오가던 후반 10분, 토트넘 수비수 우도지가 퇴장당했다. 우도지가 역습 상황에서 스털링을 막다가 태클을 가했고, 심판이 노란 카드를 꺼냈다. 앞서 옐로카드를 받은 우도지는 경고 누적으로 경기장에서 물러났다.
첼시가 2명이 빠진 토트넘을 상대로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토트넘은 수문장 비카리오의 선방 쇼 덕에 실점을 면했다. 비카리오는 후반 13분 잭슨과 1대1 대결에서 발로 슈팅을 막는 등 동물적인 감각을 뽐냈다. 후반 19분에는 비카리오가 멀리까지 나와 볼을 걷어내는 등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후반 23분이 백미였다. 비카리오가 첼시 수비수 쿠쿠렐레와 1대1 대결에서 슈팅을 얼굴로 막았다.
토트넘 수문장 비카리오의 선방 장면.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첼시의 니콜라스 잭슨이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후 팀 동료 리스 제임스(왼쪽), 모이제스 카이세도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하지만 후반 30분, 결국 첼시에 실점했다. 스털링이 순간적으로 토트넘의 수비 라인을 부수고 들어가 패스를 건넸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잭슨이 손쉽게 밀어 넣었다. 스털링이 패스를 받는 위치를 두고 VAR이 가동됐지만, 결국 골로 인정됐다.
토트넘은 득점을 위해 뛰었다. 후반 33분 프리킥 상황에서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백 헤더에 이은 다이어의 슈팅이 첼시 골네트를 출렁였다. 그러나 부심이 곧장 깃발을 들며 오프사이드를 선언했다. 끝까지 공격 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토트넘은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홀로 볼을 몰고 가다가 꺾어 찬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히며 아쉬움을 삼켰다.
2명이 빠진 상황에도 잘 싸우던 토트넘은 후반 추가시간에 무너졌다. 잭슨이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패스를 문전으로 쇄도하며 차 넣어 점수 차를 벌렸고, 경기 종료 직전 1골을 더 추가하며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토트넘에 부상과 퇴장 악재가 겹쳤다. 사진=게티이미지
토트넘에는 뼈 아픈 첫 패배였다. 개막 10경기 무패를 질주하던 토트넘은 줄곧 선두를 지켰지만, 이번 패배로 1위 맨시티를 끌어내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부상과 퇴장이 앞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부상당한 매디슨과 판 더 펜은 토트넘의 핵심 멤버다. 둘은 나란히 올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는데, 시즌 초반부터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매디슨은 손흥민과 찰떡 호흡을 선보이며 공격을 이끌었고, 토트넘을 선두권 경쟁으로 이끈 공신으로 평가된다. 판 더 펜 역시 그간 불안했던 토트넘 후방을 안정화한 수비수로 주목받았다. 부상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당분간은 토트넘이 비상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당장 나흘 뒤인 11일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와 격돌한다. 이후 2주간의 A매치 휴지기를 가지는 게 그나마 토트넘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부상자들의 회복 기간을 벌 수 있는 덕이다. 그러나 둘의 부상이 심해 빠른 복귀가 불가능하다면, 앞으로의 경쟁에 있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잘 나가던 손흥민도 파트너인 매디슨을 잃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앞서 2경기 연속 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첼시전에서 침묵했고, 득점 선두인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과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올 시즌 스트라이커로 변신한 손흥민은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의 이적 공백을 완벽히 메우고 있다. 11경기에 나서 8골 1도움을 기록했다. 이번 첼시전이 홀란(11골)과 격차를 좁힐 기회였는데, 득점이 취소되는 등 불운이 겹쳤다. 문제는 양질의 패스를 제공하던 매디슨이 얼마나 팀에서 이탈할지다. 매디슨의 복귀가 늦어진다면, 손흥민의 득점 레이스에도 적신호가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후 포체티노 감독과 포옹한 손흥민.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토트넘과 첼시의 대결은 ‘자존심 싸움’이었다. 경기 전부터 포체티노 첼시 감독이 친정팀인 토트넘과 맞대결을 펼치는 것이 화제 됐다. 포체티노 감독도 경기 전에 손흥민을 언급하는 등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경기 전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은 EPL 최고 선수 중 한 명이다. 그에게 좋은 밤이 되지 않길 바란다”면서 “내가 수비수로 뛰지 않을 것이다. 우리 팀 수비수들이 그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친정’ 토트넘과 마주한 것에 관해서는 “놀라운 추억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는 건 특별하다”고 했다.
적지에서 ‘승장’이 된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후 “4년 만에 돌아와서 모든 분들께 인사드리게 돼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매우 감격스럽지만, 동시에 추억도 떠오른다. 경기는 열정적이고 경쟁적이었다. 솔직히 승점이 필요했고 우리에게 놀라운 하루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의 스승 포체티노(왼쪽) 감독.(사진=게티이미지)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사진=게티이미지)
토트넘을 존중하면서도 승리에 초점을 맞췄다. 포체티노 감독은 “우리는 토트넘에 실수를 유발하려고 했지만, 전반 15분 동안 토트넘이 더 나았다”며 “전반적으로 (첼시의) 경기력은 좋았고, 선두를 상대로 경기를 치르며 우리가 이길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 이상은 말할 필요가 없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졌지만, 패배자는 아니었다. 9명이 남은 상태에서도 공격 앞으로를 외쳤다. 비록 3점 차로 크게 졌지만, 그의 공격 축구는 이번에도 박수받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공격 기조를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
경기 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홈에서 지고 싶지 않다. 선수들의 노력과 계속하려는 열망이 정말 자랑스럽다. 후유증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전했다. 그는 수적 열세에 놓여도 높은 라인을 유지한 것에 관해 “5명이 남아도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다.
첼시전에서 다친 매디슨과 판 더 펜의 부상 정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매디슨의 부상에 관해 “매디슨이 발목을 접질렸는데, 이미 한 명이 나간 상태였다. 그 시점에서 몇 가지 변화를 주는 것이 합리적이었다”고 돌아봤다.
김희웅 기자
기사제공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