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은인 포체티노와 드디어 맞대결…첼시전 2골 부진 씻을까→스승은 "좋은 밤 안 됐으면"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4년 만에 옛 스승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를 만나는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이 5년 동안 이어진 첼시전 무득점을 끊어내고자 한다.
토트넘은 7일(한국시간) 오전 5시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첼시와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홈 경기를 갖는다.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는 토트넘은 10경기 무패행진(8승2무)을 달리면서 한 경기 더 치른 맨체스터 시티에 1점 뒤진 2위(승점 26)를 기록 중이다. 반면, 포체티노가 부임한 첼시는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면서 13위(3승3무4패·승점 12)에 머물러 있다.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빅6의 일원으로 영국 런던을 연고지로 두고 있는 토트넘과 첼시의 맞대결이 경기 전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토트넘은 첼시를 꺾고 선두 탈환에 나설 예정이며, 첼시는 토트넘을 누르고 부진을 끊어내겠다는 각오다.
토트넘의 상승세에는 캡틴 손흥민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시즌 단짝 해리 케인이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면서 생긴 최전방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주고 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자리를 옮긴 뒤 무시무시한 골 결정력으로 만나는 상대를 위협에 빠뜨리고 있다.
손흥민은 1~3라운드에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활발한 움직임으로 무거웠던 지난 시즌에 비해 몸이 가볍다는 걸 보여줬다. 득점은 4라운드부터 터졌다. 번리전에서 해트트릭을 신고하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폈다.
최대 라이벌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도 2골을 득점하며 2-2 무승부를 이끌었다. 아스널이 매번 달아나는 골을 넣을 때마다 따라가는 득점을 터뜨리면서 패배를 막아냈다. 또 다른 빅6 중 하나인 리버풀을 상대로도 득점에 성공해 해결사로서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풀럼전에서는 1골 1도움을 올렸고, 직전 라운드였던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도 골망을 흔들면서 리그 10경기에서 8골을 터뜨리고 있다. 득점 선두 엘링 홀란(11골)과는 격차가 있지만 토트넘 내 최다 득점자에 오르며 범접할 수 없는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손흥민은 이러한 기세를 이어 첼시전에서도 득점에 도전한다. 지난 2015년 여름 토트넘에 합류한 후 어느덧 9시즌을 보내고 있는 손흥민은 유독 첼시만 만나면 작아졌다. 지난 8시즌 동안 손흥민이 첼시를 상대로 기록한 득점은 2골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손흥민은 첼시와 17경기를 맞붙었으나 많은 골을 넣진 못했다. 최근 득점 감각이나 2021/22시즌 득점왕을 차지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첼시를 상대로 약했던 게 사실이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5/16시즌 리그 후반기 맞대결에서 2-2 무승부를 만드는 골로 첫 골을 기록했던 손흥민은 이후 4경기에서 침묵했다. 2018/19시즌 첫 맞대결에서는 인생 골을 만들어냈다. 하프라인에서부터 공을 잡은 손흥민이 수비 2명을 제치고 들어간 뒤 득점에 성공했다. 당시 세계적인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를 꼼짝 못하게 만든 드리블은 전 세계 축구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골이 손흥민이 첼시를 상대로 기록한 마지막 골이었다. 이후 손흥민은 9경기에 출전했으나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도움조차도 기록하지 못하고 꽁꽁 묶였다. 심지어는 다이렉트 퇴장까지 당한 적도 있었다. 손흥민이 침묵하는 사이 토트넘은 9경기에서 2승2무5패로 절대 열세를 기록하고 있다.
통산 맞대결 전적도 17경기 5승4무8패로 열세다. 리그에서도 4승4무6패로 승리보다 패가 더 많다. 손흥민 한 방이 터져야 첼시전 승리 확률이 더욱 올라간다.
옛 스승 포체티노와 만나게 된 만큼 손흥민의 의욕도 남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포체티노는 2013년부터 6년간 토트넘을 지휘하면서 클럽 전성기를 이끌었다. 특히 2015/16시즌 손흥민을 영입해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로 키워냈다. 2018/19시즌에는 손흥민, 케인 등 황금세대를 앞세워 구단 역사 최초로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비록 결승전에서 리버풀한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포체티노는 토트넘 역대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곧바로 다음 시즌 부진을 거듭하면서 2019년 11월 토트넘을 떠났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2021년 1월부터 파리 생제르맹(PSG)을 지휘하다 지난해 7월 경질됐다. 약 1년간 현장을 떠나 있던 그는 2023/24시즌을 앞두고 첼시의 부름을 받아 다시 프리미어리그 무대로 복귀했다.
이번 맞대결을 통해 포체티노는 4년 만에 손흥민, 토트넘 팬들과 마주하게 됐다.
일단 포체티노는 손흥민에게 득점을 내줄 생각이 전혀 없다. 그는 토트넘전 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을 어떻게 멈추게 할 생각인가"란 질문에 "내가 센터백을 뛸 건 아니라서"라며 자신의 현역 시절 포지션이 중앙 수비수임을 상기시킨 뒤 "우리 팀 수비수들이 막아야한다. 우리는 그가 환상적인 선수라는 것을 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 중 하나다. 그에게 좋은 밤이 되지는 않길 바란다"는 말로 손흥민을 막아보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포체티노 감독은 최근 토트넘의 상승세를 인정하며 우승 가능성이 충분한 팀이라는 말로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포체티노 감독은 "토트넘은 리그 우승경쟁을 할 수 있는가"란 물음엔 "그렇다"고 단언한 뒤 "난 그렇게 생각한다. 토트넘은 매우 환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포함한 모든 코치들이 환상적이다. 매우 좋은 선수들이 있는 팀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토트넘이 리그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느낀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우승 경쟁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극찬했다.
손흥민에게 포체티노 감독은 축구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은인이다. 자신을 토트넘으로 데려온 배경에도 포체티노 감독이 큰 비율을 차지하지만 자신이 토트넘에서 롱런한 이유에도 그가 자리하고 있어서다.
손흥민은 지난 2019년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5/16시즌이 끝난 뒤 토트넘 떠나는 걸 진지하게 고려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손흥민이 1년 만에 이적을 고려하게 된 계기는 출전 시간 부족이었다. 지금은 토트넘 부동의 주전 공격수이지만 손흥민은 데뷔 시즌에 리그에서 28경기 4골 1도움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28경기 중 선발로 나온 건 15경기뿐이었고, 총 출전 시간도 1104분에 불과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이탈리아 세리에A AS로마에서 활약하다가 손흥민보다 토트넘에 1년 먼저 온 에리크 라멜라가 손흥민과의 경쟁에서 다소 우위를 점하던 상황이었다. 손흥민은 프리시즌에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에서 24세 이상 와일드카드로 참가해 8강에서 탈락,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독일에서 좋은 제의가 들어오자 굉장히 흔들렸다.
당시를 회상한 손흥민은 "난 그때 거의 토트넘을 떠날 뻔했다. 포체티노 감독한테 여기가 편안하지 않아 독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볼프스부르크 등이 영입에 진지한 관심을 보였고, 토트넘은 레버쿠젠에 줬던 이적료 그대로 받을 수 있었더. 원금 회수가 가능했던 것이다. 손흥민도 볼프스부르크 이적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하지만 이 때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을 설득했다. 포체티노 감독을 믿고 토트넘에 잔류한 손흥민은 곧바로 다음 시즌인 2016/17시즌에 리그 14골 8도움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를 2번이나 수상하고 자신의 축구 인생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해당 시즌 모든 공식전에서 21골 9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 핵심 공격수로 거듭났다. 라멜라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의 활용법을 잘 알고 그를 상당히 지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금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선보이는 '손톱' 전술을 처음 고안하기도 했다. 2018/19시즌 주포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들락날락할 때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과 함께 당시 브라질 공격수였던 루카스 모우라 등을 전방 공격수로 활용했다. 해당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 오르면서 꽤나 성공했다. 손흥민은 맨체스터 시티와의 8강 1~2차전에서 3골을 폭발하고 2019년 4월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 개장 뒤 공식 경기 첫 골을 넣는 등 포체티노 감독과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시 달라졌다. 포체티노 감독의 발언처럼 손흥민을 막아야 첼시도 13위까지 떨어진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고 포체티노 감독도 한숨 돌리며 향후 리더십을 확고하게 구축할 수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첼시의 역사는 크게 우승하기 위한 역사다. 몇달 전에 말했던 것 같은데, 첼시는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과 함께 잉글랜드에서 가장 큰 구단이다. 지난 15년동안 첼시는 매우 많은 우승을 거머쥐었다"며 "이제 미래를 위해 재건하는 상황이다. 초반에는 좀 고생할 수 있다"고 첼시가 당분간 도전자의 입장임을 알렸다.
이어 "우리가 잘 해결하지 못하는 세밀한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성장하는 어린 팀이기 때문에 아마도 상황을 능숙하게 해결할 수 없는 것일 수 있다. 첼시의 역사에 따라 미래에는 합당한 위치에 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 첼시가 가야할 길이 분명하고 토트넘전이 대반전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자신했다.
한편, 포체티노가 토트넘을 잘 알기 때문에 첼시가 의외의 결과를 낼 거라는 보는 전문가가 있어 시선이 집중된다.
지난해 월드컵에서 한국과 일본의 16강 진출, 한국의 포르투갈전 승리 등을 맞혀 유명세를 탄 BBC 축구전문가 크리스 서튼은 두 팀 경기를 앞두고 "첼시가 0-2로 질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이상하게도 첼시의 패배에 한표를 던지기가 쉽지 않다"고 밝히며 첼시가 의외의 승점을 수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튼은 "통계만 놓고 봤을 땐, 토트넘의 승리가 확실해보인다"며 "토트넘은 현재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하에서 무패를 달리고 있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첼시는 덜컹거리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포체티노는 토트넘의 전임 감독이다. 이와 같은 사실이 복병으로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서튼은 "왠지 포체티노가 포스테코글루의 거품을 터트릴 것 같다"며 "어떻게 해서든 토트넘의 약점을 찾아 파훼해낼 수 있다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고 전했다.
맨유와 첼시는 부임했던 감독들이 모두 성적을 내지 못하자 경질한 후 새로운 감독을 데려오는 인사를 계속하고 있다. 두팀 모두 예전의 강팀이 아니라는 평가가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튼은 첼시에게 조금 더 자비로운 예측을 내리며 맨유팬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첼시를 맨유에 빗대면서 토트넘의 낙승을 전망했다.
ESPN 패널인 전 프랑스 국가대표 프랑크 르뵈프는 "첼시도 맨유와 마찬가지로 토마스 투헬, 그레이엄 포터, 프랭크 램파드를 빠르게 경질하고 있지만 전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감독의 문제가 아니라 구단 전체에 문제가 있다는 일침을 가했다.
토트넘의 선두 질주와 첼시의 깊은 부진, 그 속에서 토트넘을 잘 아는 스승이 4년 만에 손흥민을 만난다. 손흥민이 장기간 지속된 첼시전 부진을 끊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연합뉴스, 토트넘 SNS
기사제공 엑스포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