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눈 쳐다보지 못한 페디, 부상 때문이라지만...미안한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수원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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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 KT의 PO 5차전. NC가 2대3으로 패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이날 경기에 끝내 나오지 않은 NC 페디가 아쉬워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email protected]


[수원=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5회말이 진행되고 있을 때 에릭 페디가 불펜으로 향했다. 3루쪽을 가득 메운 NC 팬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리그 최고 투수의 포스트시즌 두 번째 등판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NC의 가을야구도 끝났다. 팬들 앞에 선 페디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NC 다이노스가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2대3으로 패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부상 때문에 한 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한 페디의 빈자리가 못내 아쉬웠다.

올해 페디의 정규시즌 성적은 30경기 180⅓이닝,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했다. 리그 다른 투수와 비교가 불가능한 최고의 활약이었다. 하지만 페디는 시즌 막판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도중 타구에 오른쪽 팔뚝을 맞았다.




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 KT의 PO 1차전, 5회말 2사 1,2루 NC 페디가 KT 김상수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친 후 환호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email protected]/2023.10.30/
불의의 부상을 입은 페디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페디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2주의 시간이 지난 후, 페디는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서 6이닝 3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역투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NC가 1, 2차전을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했지만 창원에서 열린 3, 4차전을 내리 KT에게 내주며 플레이오프 시리즈는 5차전까지 이어졌다. 누가 봐도 페디가 나올 차례였다. 하지만, 5차전 선발은 페디가 아닌 신민혁이었다.

5회 1사까지 퍼펙트 피칭으로 KT 타선을 막아내던 신민혁이 장성우와 문상철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 3루의 위기를 맞았다. 페디가 드디어 몸을 풀기 위해 불펜으로 이동했다. 강인권 감독은 경기 중후반 페디의 등판을 예고한 상태였다.


5회말 1사 1, 3루에서 불펜으로 이동하고 있는 NC 페디. 수원=송정헌기자 [email protected]

5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PO 5차전 KT와 NC의 경기. 5회말 불펜 대기하는 NC 페디. 수원=송정헌기자
페디가 불펜으로 이동하던 그 순간, KT 이강철 감독이 김민혁을 대타로 냈다. 김민혁은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신민혁을 강판시켰다. 이어 등판한 김영규가 배정대와 조용호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6회에도 NC는 실점 위기를 맞았다. 선두타자 김상수에게 안타를 허용한 김영규에 이어 류진욱이 마운드에 올랐지만 황재균의 안타와 알포드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가 됐다. 이어진 공격에서 박병호의 병살타 때 3루주자 김상수가 홈인하며 KT가 3-2로 경기를 역전시켰다.


불펜 피칭을 포기한 채 다시 벤치로 돌아온 페디. 수원=송정헌기자
함께 몸을 풀던 김영규와 류진욱은 마운드에 올랐지만, 페디는 끝내 등판하지 않았다. 불펜에서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던 페디는 불펜 피칭을 포기한 채 다시 벤치로 돌아왔다. 강인권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페디가 불펜에서 조금 움직여 봤는데, (팔이) 무겁다고 표현했다. 등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아쉬워했다.

6회에 뒤집힌 경기는 그대로 KT의 승리로 끝났다. 4위팀 NC의 기적 같은 가을 야구도 막을 내렸다. NC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왔다. 함께 나온 페디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열심히 응원해 준 팬들의 눈을 쳐다보기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팬들 앞에 선 페디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선수들 뒷 줄에 선 후에야 팬들을 바라 본 페디
부상 악화를 염려해 등판을 포기한 페디의 결정에 대해 뭐라 할 순 없다. 1년마다 새로 계약을 해야하는 용병의 입장에서는 자기 몸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페디는 내년 시즌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 가능성도 높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선택과 미안함. 눈 둘 곳 찾지 못한 채 고개 숙인 페디의 모습이 보여주고 있었다. 

기사제공 스포츠조선

현장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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