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는...국대 감독은 영광스러운 자리" 꼰대가 따로 없다, 또 막무가내로 K리그에 희생 강요
[BO]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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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 10:37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2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제5차 전력강화위원회’ 브리핑을 진행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실패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새 감독 선임 과정에 돌입했다. 눈앞에 닥친 태국과의 3월 A매치 2연전은 올림픽 대표팀을 이끄는 황선홍 감독이 겸직을 맡으며 대신 A대표팀을 이끌었고 이제는 본격적인 감독 선임 과정에 돌입했다.
정 위원장은 5차 회의 브리핑에서 감독 후보에 11명을 올렸다고 밝혔다. 외국인 감독 7명과 국내 감독 4명으로 11명의 후보 명단이 구성됐다.
문제는 4명의 국내 감독 중에 현재 K리그 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도 포함이 됐다는 점이다. 정 위원장은 “K리그 감독을 포함해 4명의 국내 지도자가 후보군에 올랐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월 1차 전력 강화 회의 때 ‘국내 지도자를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겠다’는 방향을 세웠다. 이에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기동 FC서울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등이 후보로 언급됐다.
일명 ‘축구협회의 K리그 감독 빼오기’는 이전부터 심심치 않게 있던 모습이다. 2017년에 부산 아이파크를 이끌던 박성화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을 맡았고 2011년에는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이 최종 예선에서만 대표팀을 이끌기도 했다. 조금은 다른 케이스지만 홍 감독과 현재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이끄는 신태용 감독도 ‘소방수’ 역할로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며 아픔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K리그 감독이 후보에 오르면서 국내 축구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차기 사령탑 중에 가장 많이 언급이 된 인물은 울산의 리그 2연패를 이끈 홍 감독이었다. 이에 울산 팬들은 홍 감독 선임을 반대하는 시위까지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축구협회는 황선홍 임시 감독을 선임한 뒤 정식 감독을 선임하는 것으로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하지만 정식 감독 선임 절차에서는 K리그 감독을 다시 후보군에 포함시켰다.
동시에 희생을 강요하는 태도 또한 변함없었다. 정 위원은 ‘전력강화위원회에서 K리그 감독을 데려와도 괜찮다고 판단을 내린 것인가?’라는 질문에 “괜찮다는 표현을 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과거 정 위원장이 2002년에 축구대표팀 코치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코치로 모시던 22년 전 이야기를 꺼냈다.
정 위원장은 “제가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을 돌아보면 국가대표팀이라는 건 우리 한국 축구를 위한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큰 명예스러운 자리다”라고 했다.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자리가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특별한 위치이기 때문에 K리그 팀들이 이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뉘앙스가 가득 담긴 발언이었다. 요즘 말로 ‘꼰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라떼는 말이야’를 시전 한 정 위원장이다.
물론 맞다. 국가대표 감독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이는 감독뿐만이 아니라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국 축구에서 가장 높은 위치의 자리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러한 자리일수록 모두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 위원장의 강요는 21세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꼰대스러운’ 입장에 그치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K리그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 선임으로 해당 팀은 시즌 중에 어려운 점이 있을 수 있다. 축구협회가 우선적으로 소통을 할 예정이며 이것이 팬들에 대한 예의”라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 K리그 감독을 빼 올 경우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뜻에 불과하다. 여전히 K리그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기사제공 마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