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기면 손해?' 잉글랜드-벨기에의 딜레마
조 2위로 통과하면 더 유리한 단판 승부 일정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영국 BBC는 "잉글랜드 팬들은 '벨기에에 패하는 게 유리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정을 보면 '패하는 게 이익'일 수 있다.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2승씩을 거두며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상태다.
두 팀은 29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 칼리닌그라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G조 3차전을 벌인다.
이 경기의 승자는 조 1위의 완장을 찬다. 하지만 영국 팬은 물론 언론도 조 1위 타이틀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한다.
묘한 분위기가 감지되자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과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벨기에 감독은 "당연히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실제 구상은 다를 수 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1, 2차전에 나서지 않은 선수 중에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자격이 있는 선수가 있다"고 벤치 멤버의 활용을 예고했고, 마르티네스 감독도 주 득점원 로멜루 루카쿠를 두고 "발목 부상이 심하지 않다. 하지만 잉글랜드전 출전은 힘들다"고 했다.
G조 1, 2위와 16강전을 치를 파트너를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H조의 일본, 세네갈, 콜롬비아 세 팀의 3차전이 끝나야 알 수 있다.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16강 상대 H조 1, 2위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8강에서 맞붙을 상대는 신경이 쓰인다.
BBC는 "잉글랜드가 G조 1위를 차지하고, 16강전에서도 승리하면 '브라질-멕시코전 승자'와 8강을 치른다. 8강전에서도 이기면 4강전에서 우루과이, 포르투갈, 프랑스, 아르헨티나 중 한 팀과 맞붙는다"고 전했다. 모두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막강한 전력을 갖춘 팀이다.
잉글랜드가 G조 2위로 단판 승부 일정을 시작해 16강전에서 승리하면 스웨덴-스위스전 승자와 8강에서 격돌한다. G조 2위 일정을 따르면 스페인, 러시아, 크로아티아, 덴마크 중 한 팀과 4강전을 치른다. 모두 강팀이지만, G조 1위로 나설 때 상대할 팀에 비하면 전력이 떨어진다.
F조의 혼란이 잉글랜드와 벨기에의 셈법을 더 복잡하게 했다.
월드컵이 개막하기 전, 전문가 대부분이 독일의 F조 1위를 점쳤다. 하지만 스웨덴이 F조 1위를 차지했다.
예상대로 FIFA 랭킹 1위 독일이 F조 1위를 차지했다면, 잉글랜드와 벨기에도 8강에서 독일을 상대할 가능성이 큰 G조 2위를 피하려 했을 터다.
F조 3차전에서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누르면서 잉글랜드와 벨기에를 혼란에 빠뜨렸다.
여론도 잉글랜드와 벨기에를 조심스럽게 한다. 프랑스와 덴마크는 A조 1차전에서 소극적인 경기를 하다 팬들의 비난을 샀다.
잉글랜드와 벨기에는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