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만 남겨둔 러시아월드컵…첨단기술로 승패갈렸다
비디오판독시스템 'VAR'·선수 데이터 활용 '트래킹' 활용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 주심이 두 손을 들고 허공에 사각형을 그린다. 그는 경기장 한쪽에 마련된 모니터로 달려가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이내 휘슬을 불며 '골'을 선언한다. 절망하던 대한민국 사람들은 세계랭킹 1위 독일을 잡을 수 있다는 희망에 환호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이전의 다른 월드컵과 달리 '정보통신기술(ICT) 월드컵'임을 전세계에 알렸다. 대표적으로 경기때마다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이 사용됐고, 코치진들은 저마다 태블릿PC로 '트래킹(Tracking) 시스템'을 활용했다.
◇주심은 사각형을 그렸다…오심없는 VAR
VAR(Video Assistant Referee)이 가능했던 것은 구장마다 설치된 33개의 방송용 카메라와 2개의 오프사이드 전용 카메라가 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각 골대 위에 초정말 모션 카메라가 설치돼 총 37개의 카메라가 선수들의 경기를 촬영했다.
이 카메라 영상으로 Δ페널티킥 판정이 정확한지 Δ레드카드가 나왔을 때 반칙이 맞는지 Δ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꺼내든 선수에 착오는 없었는지 Δ득점이 반칙이나 오프사이드로 인한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했다.
비디오를 판독하는 VAR팀은 총 4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1명은 FIFA 공인 심판이다. 나머지 3명은 심판을 지원한다. 이들은 모스크바 국제방송센터(IBC)에 있는 '비디오 오퍼레이션 룸'에서 광통신망으로 연결된 12개 경기장 모습을 화면으로 실시간 확인한다.
FIFA에 이 기술을 제공하는 곳은 소니 산하의 영국 '호크아이 이노베이션'이다. 호크아이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다수의 영상에서 최고의 화면을 선택해 VAR 심판에게 제공한다. 그래서 VAR팀 4명 중 1명은 숙련된 호크아이 직원이다.
콜리나 피에르루이기 FIFA 심판분과위원장은 "VAR이 없을 때 판정 정확도는 95%였다면 VAR 도입 후 정확도는 99.3%의 수치를 보였다"고 밝혔다.
◇코치진, 트래킹 시스템으로 전술 구사 다각화
코치진은 태블릿PC를 활용해 필요한 전술을 보다 다양하게 구사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트래킹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2대의 카메라를 사용해 선수와 공의 위치 데이터를 수집, 이를 각 팀 전력분석원이 들고 있는 태블릿PC에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벤치에 스마트 기기 반입이 엄격히 금지됐다. 그러나 이번에 축구규칙 등을 제정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월드컵 개막을 한달여 앞둔 지난 5월 이를 전격 허용했다.
이에 따라 FIFA는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각 팀에게 공인한 태블릿PC 2대를 지급했다. 하나는 관람석에서 경기내용을 확인하는 전력분석원이, 다른 하나는 벤치에 있는 코치가 사용했다. 두 사람은 무선으로 교신도 가능했다.
전력분석원과 코치는 선수의 플레이와 경기상황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 더욱 과학적으로 전술로 풀어내는 게 가능해졌다.
이 시스템이 시범 사용된 지난해 7월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에서는 각 선수의 달리기 속도와 패스, 압박, 태클 등 활동 내용이 30초만에 태블릿PC로 전달돼 팀 운영에 적극 활용된 바 있다.
한 ICT 전문가는 "러시아 월드컵을 기점으로 실시간 데이터의 활용은 경기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며 "이런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실시간 분석을 잘할 수 있는 팀을 갖추는 게 필수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