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혼란 다가오는 히어로즈, 선수단 문제는 빙산의 일각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진짜 고비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부상 악령에 성폭행 혐의까지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가운데 더 큰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 주축 선수 이탈에 따른 경기력 저하를 넘어 구단 존속을 두고 큰 혼란에 빠질 기미가 보인다. 어쩌면 넥센 히어로즈는 남들이 치열한 가을야구에 임할 때 구단의 운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지도 모른다.
영웅들이 너무나 잔인한 봄날을 보내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주축 선수들이 잇따라 부상으로 이탈한 것도 모자라 마무리투수와 주전 포수가 시즌 중 성폭행 혐의를 받고 엔트리서 빠졌다. 이빨이 송두리째 빠진 채 잇몸으로 근근이 버텨왔으나 구단 지정숙소서 발생한 성폭행 혐의는 구단 내부적으로도 큰 정신적 충격을 안겼다. 사건 발생 당일에 치른 문학 SK전에선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가 무너져 2-13 완패를 당했다. 5할 승률 복귀에 1승 만을 남겨뒀다가 다시 쓰러졌다. 물론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고 부상자 복귀가 반등 요소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선 한 경기 한 경기 치르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무엇보다 히어로즈 구단은 그라운드 뿐이 아닌 법원에서도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구단 최대 지분을 소유한 이장석 전 대표가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 회장과 지분 분쟁 중이다. 더불어 이 전 대표는 구단 자금 8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월 2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사기 등 혐의로 법정 구속됐으나 3일 뒤 항소장을 냈다. 법정공방에 따른 넥센 구단 문제는 현재 진행형으로 언제 마침표가 찍힐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구속된 이 전 대표에게 직무정지를 내렸지만 이 전 대표는 구단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 면밀히 움직이고 있다.
히어로즈 구단은 지난 11일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발행을 공고했다.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라는 게 히어로즈 구단 측의 주장이지만 당장 운영비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메인스폰서 넥센 타이어가 후원금 지급을 재개했고 구단 관계자는 넥센 타이어 후원금 없이도 올시즌을 치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올해 두산을 비롯해 과거 롯데 LG 등이 운영자금 확보를 명목으로 유상증자를 했는데 이들과 이번 히어로즈 구단의 경우는 다르게 봐야 한다. 히어로즈 구단의 유상증자는 이 전 대표의 지분 방어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 전 대표는 히어로즈 구단 총 주식 41만주에서 67.56%에 해당하는 27만7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히어로즈 구단은 유상증자를 통해 총 574만주를 발행한다. 이 전 대표가 신주를 대량 매입하면 홍 회장과 법정공방에서 패해 홍 회장에게 지분을 넘겨도 최대 주주로 남을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홍 회장에게 구단 지분 40%를 양도하기로 약속한 것을 두고 법원에 섰고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전 대표는 항소를 진행하며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방어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희장도 얼마든지 대응이 가능하다. 이 전 대표와 약속한 구단 지분을 유상증자 후 전체 지분을 기준으로 요구할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이 전 대표와 홍 회장의 법정공방 2라운드가 진행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전 대표와 홍 회장이 맞붙는 동안 누구도 히어로즈 구단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올해를 끝으로 넥센 타이어와 계약이 마무리되는데 어느 기업이 히어로즈 구단과 네이밍 스폰서십을 체결하려고 할지 미지수다. KBO도 히어로즈 구단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뒷짐만 지고 있다.
야구계에선 몇몇 야구인들이 홍 회장에게 붙어 히어로즈 구단 인수를 꾀하고 인수 후 요직에 앉으려한다는 소문이 꾸준히 들린다. 이 전 대표와 홍 회장이 끝이 안 보이는 싸움을 벌이는 사이, 히어로즈 팬 가슴에는 시퍼런 멍이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