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950억으로 '바르셀로나의 역사'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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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일본 프로축구 1부리그 (J리그1)의 명문 비셀 고베가 현역 스페인 국가대표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4)에게 총액 7천500만 유로(한화 약 950억원)을 쏟아부었다. FC 바르셀로나의 역사를 대표하는 선수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고베는 24일 일본 도쿄에서 이니에스타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회장 겸 고베 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100명에 가까운 취재진이 몰릴 정도로 관심도가 컸다. 

그도 그럴것이 이니에스타는 지금까지 J리그에 영입된 외국인선수 가운데 이름값과 실력을 모두 충족시키는 최초의 선수다. 과거 지코(브라질) 게리 리네커(잉글랜드) 디에고 포를란(우루과이) 등 세계적 명성의 선수들이 일본을 찾아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지만 전성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지난 2016년 독일 국가대표 출신 루카스 포돌스키가 고베에 이적했지만 최전성기의 폼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니에스타는 이들과 다르다. 12살이던 지난 1996년 바르셀로나 유스인 칸테라에 입성한 그는 2018년까지 무려 22년동안 바르셀로나에서만 뛰면서 컵 대회를 포함해 674경기에 출전, 57골 143도움을 올렸다. 2017년엔 바르셀로나 역사상 최초로 종신 계약을 맺는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에도 노쇠 기미없이 컵 대회를 포함해 44경기에 출전했다. 

바르셀로나 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축구 역사를 훑어봐도 최고의 미드필더 가운데 한 명이다. 스페인 황금시대의 시작을 알린 유로 2008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 2010 국제축구연맹(FIFA)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결승에선 네덜란드를 상대로 우승을 확정짓는 멋진 골을 직접 터뜨렸다. 유로 2012 또한 우승을 차지했다. 34살인 현재도 여전히 경쟁력을 갖춰 오는 6월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도 출전한다. 

2017~2018시즌을 끝으로 계약을 끝낸 덕분에 이적료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봉만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었다. 스페인 언론 '카데나 세르'에 따르면 추정 연봉은 무려 2천500만 유로(한화 약 316억원), 총 3년 계약이니 무려 7천500만 유로를 투입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존 J리그 최고 연봉이 포돌스키의 6억엔(한화 약 60억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K리그2 성남FC의 1년 운영비는 60억원이 조금 되지 않는다.)

이니에스타의 영입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 또한 엄청난다. 유니폼 판매량 증대, 관객 증가 등 마케팅적인 부분에서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월드클래스 미드필더의 가세로 전력 보강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금액을 투자한 이유는 이보다 좀 더 거시적이다. 바로 '팀 철학 구축'이다. 

미키타니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니에스타의 약력을 소개하는 데 제법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바르셀로나는 '칸테라'라고 불리는 유소년 팀을 가지고 있고 이곳에서 유망주들을 잘 키워내는 전통이 있다"면서 "이니에스타는 이 칸테라 출신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 칸테라 안에서도 라마시아라는 기숙사 출신은 2017~2018시즌 바르셀로나 소속 선수 가운데 이니에스타 뿐이라고 하더라. (이니에스타는) 그야말로 바르셀로나의 보수 정통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이적이 고베에게는 팀을 이끌어온 이니에스타의 철학과 바르셀로나가 가진 DNA를 뿌리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니에스타 또한 단순히 팀의 전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닌, 유소년 선수 연령별 아카데미의 운영기법 도입을 포함해, 다음 세대를 육성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즉 전력을 보강하는 한편, 바르셀로나에서 22년의 시간을 보낸 이니에스타의 경험치와 운영 기법 노하우 등을 모두 고베에 뿌리내리겠다는 것이다.

고베를 소유한 라쿠텐의 행보는 이같은 '큰 그림'을 뒷받침한다. 라쿠텐은 2017~2018시즌을 앞두고 바르셀로나와 적극적인 업무 협약으로 많은 축구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미키타니 회장이 직접 협상해 바르셀로나 유니폼 가슴에 들어간 메인 스폰서를 라쿠텐으로 채운 것은 물론 바르셀로나 선수, 프런트와 적극적인 교류를 해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르셀로나는 전세계에서 아약스(네덜란드)와 더불어 가장 철학이 확고한 팀 가운데 하나다. '클럽 이상의 클럽'이라는 바르셀로나의 슬로건이 대변하듯 유소년 세대에서부터 1군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철학을 가지고 선수단을 운영한다. 이러한 운영 방침은 선수와 프런트, 코칭스태프는 물론 주주인 소시오들도 공유를 한다. 

이런 클럽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이니에스타를 영입한 것은 고베에 이를 주입하겠다는 뜻이다. 바르셀로나의 전술과 전력, 그리고 운영기법을 아는 이니에스타를 통해 고베의 전력을 올리고 유소년 선수들을 육성, 1군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단순 전력 보강이 아닌 바르셀로나 역사의 일부였던 선수를 영입해, 현재와 미래를 모두 충족시키겠다는 야심이 담긴 것이다.



일본 축구매체 '풋볼채널' 후나키 와타루 기자는 "이니에스타와의 장기계약은 현재 고베가 임하고 있는 '바르셀로나화' 프로젝트의 중요한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르셀로나화'라는 것은 단순히 1군의 스타일을 바르셀로나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바르셀로나처럼 클럽의 철학을 이해하는, 우수한 선수를 많이 육성하고 싶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22년의 시간을 산 고베의 과감한 투자는 과연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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