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대충격' 황선홍호, '뮌헨·PSG 빅클럽' 프랑스에 3-0 완승... 정상빈 환상 프리킥골
[스타뉴스 | 이원희 기자]
황선홍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정상빈.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황선홍호' 대한민국 22세 이하(U-22) 축구대표팀이 '대어' 프랑스를 잡아냈다. 상대는 유럽 5대 리그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강팀인데도, 한국이 경기력과 결과 모두 압도했다. '레전드 출신' 티에리 앙리 감독마저 대충격에 빠졌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2 대표팀은 21일(한국시간) 프랑스 르아브르 스타드 오세안에서 열린 프랑스 U-21 대표팀과 원정 평가전에서 기분 좋은 3-0 대승을 거뒀다. 해외파와 K리거 모두 골을 기록했다. 정상빈(미네소타)이 멀티골을 몰아쳤고, 홍윤상(포항스틸러스)도 쐐기골을 뽑아내 눈도장을 찍었다.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을 향한 기대감도 커졌다.
이로써 한국은 1승 1무라는 좋은 성적으로 이번 프랑스 원정을 마쳤다. 지난 18일 프랑스 리그1 르아브르와 핀선경기에서는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이번 프랑스 원정은 내년 4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겸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을 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U-23 아시안컵에서 3위 안에 들면 파리 올림픽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은 9차례 올림픽 무대를 밟아 이 부문 최다 연속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파리행' 티켓까지 거머쥔다면 10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한국의 올림픽 최고 성적은 2012년 런던 대회 동메달이다.
이번 프랑스 원정명단에는 김지수(브렌트포드), 권혁규(셀틱), 정상빈 등 해외파 3명이 포함됐다. 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뤄낸 고영준(포항스틸러스), 안재준(부천FC) 등이 이름을 올렸다.
황선홍 감독은 소집명단 발표 당시 "프랑스와 평가전, 현지 적응 경험을 통해 우리의 장단점을 충실히 파악하고, 최종예선과 올림픽 본선을 대비하고자 한다"며 "해외파 소집이 고민이었다. 내년 4월 아시아 최종예선에 해외파를 소집할 수 있을 지 불확실해서 이번엔 국내 선수 위주로 선발하고, 해외파는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이날 황선홍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안재준 원톱에 엄지성(광주FC), 강성진(FC서울), 전병관(대전하나시티즌)이 2선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또 이강희(경남FC)와 황재원(대구FC), 조현택(울산현대), 조위제(부산아이파크), 서명관(부천FC), 민경현(인천유나이티드)이 선발로 출전했다. 골문은 신송훈(김천상무)이 지켰다.
상대 프랑스는 유럽강호로 파리 올림픽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힌다. 감독부터 선수단까지 이름이 화려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에서 활약했던 '레전드 공격수' 앙리가 지휘봉을 잡았다.
프랑스는 유럽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마티스 텔(바이에른 뮌헨), 아르노 칼리무앙도(스타드 렌), 마그네스 아클리오체(AS모나코)가 공격진으로 나섰다. 마티스 텔은 소속팀 뮌헨에서 대한민국 '괴물 수비수' 김민재와 함께 뛰고 있다.
또 '황금재능' 이강인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브래들리 바르콜라(파리 생제르맹)를 비롯해 킬리안 실딜리아(프라이부르크), 레슬리 우고추쿠(첼시), 이스마엘 두쿠레(스트라스부르), 장누엘 벨로시안(스타드 렌), 이삭 투레(로리앙), 크리슬랭 마치마(AS모나코), 굴리아메 레스테스(툴루즈)가 선발로 출전했다.
한국 선발 명단. /사진=대한축구협회
프랑스 선발 명단. /사진=프랑스축구협회
예상했던 대로 프랑스는 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빠른 스피드를 자랑했다. 초반부터 한국을 거세게 몰아붙였고, 결정적인 슈팅 찬스도 여러 차례 만들었다. 하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한국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전반 중반부터 한국은 서서히 반격을 시도했다. 중원에서부터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상대 패스 줄기를 끊어낸 뒤 역습에 나섰다. 상대의 거친 압박에 걸리기는 했으나 슈팅까지 시도했다. 분위기도 점점 바뀌었다. 전반 39분에는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향해 공격수 안재준이 몸을 날렸지만, 발에 공이 닿지 않았다. 그대로 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전반 40분에도 한국은 빠른 공격을 선보이며 상대를 당황케 했다. 신송훈 골키퍼도 프랑스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막아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전반 막판 프랑스 프리킥 상황에서 칼리무앙도가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는데, 이것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한국은 실점을 피했다. 전반은 0-0으로 끝났다.
황선홍 감독(왼쪽)과 정상빈.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홍윤상.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국은 전병관을 빼고 정상빈을 투입해 변화를 줬다. 후반 초반에도 경기 내용은 치열했다. 프랑스는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한국의 측면을 파고들었다. 날카로운 크로스도 시도했다. 한국도 타이트한 압박과 정확한 패스를 통해 역습을 만들었다. 양 팀 모두 수비에 성공하면 곧바로 공격을 시도할 만큼 빠른 템포를 유지했다. 한국은 두 차례 위기도 잘 넘겼다. 상대 공을 걷어낸다는 것이 한국 골문쪽으로 향했으나 다행히 살짝 위로 벗어났다. 후반 19분 신송훈 골키퍼는 프랑스 코너킥에서는 상대 헤더 슈팅을 막아내는 슈퍼세이브를 선보였다.
결국 기회를 노리던 한국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주인공은 정상빈이었다. 후반 25분 홍윤상이 좋은 움직임으로 프리킥을 얻어냈다. 이어 정상빈이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뽑아냈다. 정산빈의 발을 떠난 공은 수비벽을 넘어 그대로 골문 구석에 꽂혔다. 다소 먼 거리였지만 정상빈의 킥이 워낙 정확했다. 한국은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후반 34분 정상빈이 추가골을 기록했다. 왼쪽 측면을 돌파한 조현택이 크로스를 시도했는데, 프랑스는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뒤로 흘려보냈다. 이에 골문 앞에 있던 정상빈이 가볍게 밀어 넣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프랑스 수비진의 실수를 다시 한 번 노려 쐐기골까지 뽑아냈다. 홍윤상이 골을 넣고 포효했다.
홍윤상(오른쪽).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황선홍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날 멀티골을 작성한 정상빈은 프로축구 K리그1 수원삼성에서 뛰다가 지난 3월 미국 프로축구 미네소타로 이적했다. 올 시즌 리그 23경기에 출전했고 선발 출장은 9차례였다. 측면 공격수나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고 1골 1도움을 올렸다.
정상빈과 같은 2002년생, 포항 공격수 홍윤상은 21세라는 어린 나이에도 올해 K리그1 9경기에 출전해 눈도장을 찍었다. 벌써 2골도 기록했다. 지난 8월 20일 K리그1 27라운드 대전하나시티즌과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골을 터뜨려 팀의 4-3 짜릿승을 이끌었다. 리그 28라운드 강원FC와 원정경기에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전 결과에 앙리 감독은 분노와 아쉬움 마음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날 프렌치 풋볼 위클리는 "수비진의 실수 등이 앙리 감독을 짜증나게 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두 번째, 세 번째 골의 경우 프랑스 수비진이 조금만 집중했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수비진과 골키퍼의 커뮤니케이션도 되지 않았고 골키퍼의 볼 처리도 미숙했다. 앙리 감독도 "우리는 그렇게 실점할 여유가 없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실점 장면은 코미디였다"며 강도 높게 선수단을 비판했다.
티에리 앙리 감독. /AFPBBNews=뉴스1
프랑스 공격수 마티스 텔(오른쪽). /AFPBBNews=뉴스1
프랑스 U-21 대표팀은 최근 깊은 부진에 빠져 있다. 지난 18일에 열린 오스트리아 U-21 대표팀을 상대로도 0-2로 패했다. 지난 7월에는 우크라이나 U-21 대표팀과 경기에서 1-3 완패를 당하기도 했다. 이번 한국전에서는 홈팬들 앞에서 충격적인 3점차 대패를 기록했다. 현지 매체들의 비난도 쏟아졌다. 프랑스 아웃셋 프랑스는 "젊은 프랑스가 2023년을 새로운 좌절로 마감했다"고 아쉬워했다.
프랑스 선수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프랑스 리그 명문 올림피크 리옹에서 활약 중인 미드필더 라얀 셰르키는 경기 후 현지 매체 르퀴프와 인터뷰를 통해 "우리를 아프게 하는 패배다. 지난 오스트리아전에서 패한 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공격, 수비에서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우리는 다시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 선수단을 향해 극찬이 쏟아졌다. 특히 멀티골을 넣으며 한국의 완승을 이끈 정상빈을 주목했다. 아웃셋 프랑스는 "정상빈이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넣었다. 프랑스 레스테스 골키퍼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앙리 감독도 "프리킥 골은 아름다웠다고 해도 나머지 실점은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경기력을 비판한 것이기도 했지만, 정상빈의 '판타스틱 프리킥'을 높이 평가한 것이기도 했다. 또 앙리 감독은 "이를 통해서 우리는 배운다"며 다시 한 번 선수들의 성장을 강조했다.
프랑스 브래들리 바르콜라(오른쪽). /AFPBBNews=뉴스1
티에리 앙리 감독.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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