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스트라이크?'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던 볼 판정…'가능성 확인' 그래도 韓 대표팀, 졌지만 잘 싸웠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최악의 판정이 나왔다. 이들 양 팀의 투수들이 뿌린 수백개의 볼 중에 단 1구였지만, 이 판정이 미친 영향은 너무나도 컸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9일(한국시각)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전 일본과 맞대결에서 연장 승부 끝에 3-4로 역전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예선 라운드에서 일본과 팽팽한 투수전 속에서 1-2로 석패했던 한국은 호주와 대만을 모두 꺾으며 2승 1패로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예선 라운드에서는 일본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 했지만, 투수진 만큼은 일본 타선을 단 2점으로 묶어낼 정도로 탄탄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었다. 그리고 류중일 감독은 반드시 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노시환./게티이미지코리아 

2023년 9월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과 상무의 연습 경기가 열렸다. 대표팀 곽빈이 역투하고 있다./마이데일리 

결승전의 경기력은 분명 나쁘지 않았다. 공격력은 예선 라운드보다는 훨씬 나았다. 한국은 3회 선두타자 김혜성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물꼬를 튼 후 김도영이 일본 1루수 마키 슈고의 실책으로 출루하는 등 1사 1, 2루 득점 찬스를 손에 넣었다. 여기서 '4번 타자' 노시환이 일본 선발 이마이의 3구째 139km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자 이를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로 연결시키며 경기 초반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투수력도 뛰어났다. 한국은 선발 곽빈이 일본 APBC 대표팀의 '간판타자' 마키 슈고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으나, 5이닝 동안 투구수 88구,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사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했다.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 이마이 타츠야(4이닝 2실점)보다 더욱 훌륭한 투구를 펼치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팽팽한 투수전 속에서 한국은 5회말 수비에서 최승용이 선두타자 만나미 츄세이에게 2루타를 맞는 등 1사 3루 위기에서 사토 테루아키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며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최준용(1⅓이닝 무실점)과 최지민(1⅔이닝 무실점)을 차례로 투입해 정규이닝이 끝날 때까지 팽팽한 흐름을 만들어낸 끝에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갔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 김도영./게티이미지코리아 

10회 김도영 타석에서 나온 석연치 않은 볼판정./중계화면 캡처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팽팽한 명경기에서 훼방을 놓은 것은 주심의 볼판정이었다. 한 개의 판정이 그야말로 경기의 흐름을 뒤집어 놓았다. APBC의 경우 연장전에 돌입할 경우 무사 1, 2루의 승부치기 상황에서 끝장승부를 펼치는데, 선두타자 김도영의 타석에서 석연치 않은 볼판정이 나왔다. 초구에 번트를 실패한 김도영은 2구째에도 번트를 시도하다가 방망이를 거둬들였는데, 일본의 바뀐 투수 요시무리 코지로가 던진 공이 바깥쪽 코스에 매우 높게 형성됐다.

이때 주심의 손이 올라갔다. 분명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높은 공으로 보였던 만큼 김도영은 스트라이크 콜이 들려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한국 더그아웃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김도영은 0B-2S의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고, 3구째를 건드린 결과 병살타가 발생했다. 후속타자 윤동희가 적시타를 쳐냈지만, 김도영이 허무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판정은 너무나도 치명적이었다.

그 결과 한국은 10회말 수비에서 '마무리' 정해영을 투입했으나, 동점을 내줬다. 그리고 타격감이 절정에 달한 만나미 츄세이를 거르고 만루책을 펼쳤으나, 카도와키 마코토에게 끝내기 안타를 내주면서 아쉽게 준우승을 거두게 됐다. 김도영의 2구째가 제대로 된 판정을 받았다면, 경기 결과까지 다르게 나왔을 수도 있었다.

준우승은 분명 아쉬운 결과였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 이어 APBC에서 어린 유망주들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사제공 마이데일리

박승환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