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CRITIC] 부실한 평가전 상대 팀, 기성용의 경계 '본선 적응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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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구, 한준 기자] 예선 중 감독 교체. 최악의 조편성. 부상자 속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이 바닥에 떨어진 순간, 신태용호는 온두라스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치른 첫 번째 국내 평가전에서 2-0 완승을 거두며 환호를 되찾았다. 어차피 3패라는 싸늘하던 대중의 시선이 달라졌다. 언론도, 여론도 월드컵에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긍정적이다. 운칠기삼이라는 말도 있다. 운과 기운이 따르면 없던 실력도 나온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나선 대표 팀은 운도 안 따르고, 기운도 받지 못했다.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국내 평가전 일정에서 화끈한 승리를 거두고 장도에 오르는 것은, 백번 양보에도 실보다 득이 많다.


하지만, 주장 기성용도, 신태용 감독도 이 승리를 즐기는 동시에 “취해선 안 된다”고 했다. “월드컵에서 첫 승한 것은 아니니까요.” 이날 중원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주세종도 같은 생각이다. 아예 공격수 황희찬은 자신의 점수를 100점 만점에 30점이라고 했다. 대표 선수 다수가 이번 경기에 준 점수는 50점.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된 손흥민도 "월드컵은 이대로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 모의고사라기에 너무 느슨한 상대 팀, 환상에 취하지 말아야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자신들을 옥죄던 부담이라는 사슬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지난 해 11월 A매치, 그리고 2017년 동아시안컵 우승. 지난 3월 유럽 원정 평가전 이후 주춤한 대표 팀의 기대 여론은 온두라스전 쾌승으로 반전됐다.


그러나, 믹스트존에서 이날 경기를 뛰지 않은 선수 중 유일하게 취재진 앞에서 입을 연 기성용의 얼굴에는 근심이 있었다. 그가 없는 경기에서 좋은 내용을 보였기 때문이 아니다. 대표 팀의 주장 기성용은 이미 그 정도 그릇이 아니다. 스스로 기성용 파트너 찾기 이슈에 대해 “감독이 항상 내 이름을 명단에 써놓고 시작하지 않는다. 나 역시 경쟁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기성용이 아쉬워 하는 것은, 본선 경기 전까지 잡힌 네 차례 친선 경기의 상대가 본선 경기 적응력을 키우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지금 우리가 붙는 팀들이 과연 우리가 월드컵에서 만날 수준이 맞냐고 생각하면 그런 부분이 아쉽다. 본선엔 분명 우리보다 두 세배 뛰어난 팀이다.”


기성용은 온두라스전은 물론 6월 1일 전주에서 치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경기도 스웨덴, 멕시코, 독일과의 경기에 준하는 전력과 긴장감을 경험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미에서 약체로 꼽히는 볼리비아와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기간 중 치를 평가전도 논외는 아니다. 비공개로 진행할 세네갈과 마지막 평가전의 경우, 일본과 한 조에 속한 팀으로 한국이 F조에 만날 팀과 비교 대상이 되기 어려운 상대다.


 
“오늘(온두라스전) 승리에 대해선 우리가 취해있진 않을 것이다. 나도 얘기할 것이다. 감독님도 말하셨다. 처음 모여서 손발을 맞추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결과를 얻어서 상당히 좋기는 하지만, 강팀하고 해서 그런 적응력을 키우는 게 많이 아쉽다. 그 친구들(보스니아)이 얼만큼 의지를 갖고 경기에 나올지 모르겠다. 내 생각에 그렇게 크게 나오지 않을 거 같다. 그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온두라스를 상대로 한국의 포백은 무실점 수비를 펼쳤고, 이승우, 문선민 등 새로운 공격수들이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주세종과 정우영이 짝을 이룬 중앙 미드필드진도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이 내용과 결과가 본선의 경기력과 성적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한국은 이전에도 장거리 비행과 시차적응, 동기부여 부족으로 이름값에 비해 부진했던 상대 팀과 안방 평가전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본선에서 고전했던 수 많은 경험을 해왔다.

온두라스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호르헤 루이스 핀토 감독과 결별하고 카를로스 타보라 대행 체제로 한국에 왔다. 타보라 감독의 경기 후 회견에서 가장 주목할 발언은 “월드컵 본선에 나선 팀의 집중력의 차이를 절감했다. 한국이 잘했다. 그 점을 감안하면 우리도 잘 대응했다”고 했다. 온두라스는 이 경기를 통해 얻을 것이 많지 않았다. 주력 선수도 다 오지 않았다. 이승우에 대한 칭찬을 기대하며 건넨 질문에 응답해주면서도 “우리도 23세 이하 선수 세 명이 뛰었고, 잘 해줬다”고 했다.

그런 온두라스임에도 전반전에 롱볼로 전진한 전술과 개인 기술이 부족하지 않았다.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 후반전에 가서야 한국은 두 골을 넣고 승리할 수 있었다. 온두라스의 체력이 비교적 정상적이던 전반전에 한국은 패스 미스도 많고, 기술적인 실수도 많았다. 전체 경기를 본다면 결과는 냈지만 경기력은 부족한 점이 더 많이 보였다. 한국도 체력 훈련과 조직 훈련을 병행하며 컨디션을 높이는 중이지만, 이 상태로 월드컵에 나선다면, 어차피 3패라는 기존의 전망이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 부실한 평가전 상대, 본선에 드러날 숙제를 찾을 수 있을까

온두라스전의 의미를 애써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온두라스전 승리는 분명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고,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을 고취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대표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자유롭게 해주고, 사기를 높여 향후 준비 과정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날 한국 대표 선수들은 자신들이 잘 하는 플레이를 유감없이 보여주며 자신감을 찾았다. 3만 여 대구 관중이 보낸 열렬한 성원으로 기도 살았다.

취할 것은 거기까지다. 냉정하게 팀이 가진 숙제를 찾고, 본선을 위한 경기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본선까지 치를 평가전 중 어느 경기도 한국 대표 팀의 현 주소를 정확히 알려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던 대표 팀은 튀니지와 국내 출정식에서 패했고, 미국 전지훈련 중 가나에 참패하며 현실을 자각했다. 러시아와 1차전 무승부는, 그러한 경각심이 긴장감으로 연결되어 얻은 유일한 성과였다.

때론 경계 보다 자신만만함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법. 온두라스와 A매치 데뷔전에서 이승우와 문선민이 펄펄 날았던 것은 자신있게 들이댔기 문이기도 하다. 기성용도 이승우에게 경기 전에 “자신있게 하라”는 말만 했다고 했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고, 야망이 선수를 더 높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



그런 점에서 대표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고 응원해주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선수들의 경기력을 만드는 과정에는 검증이 필요하고, 단련도 필요하다. 자체 훈련에서는 늘 좋다가 실제 경기만 치르면 고전했던 게 바로 지난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겪은 일이다. 현 주소를 알고, 오답노트를 만들어야 본선 경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기성용이 우려하는 것은 그 부분이다.

대한축구협회가 본선에 가까운 전력과 긴장감을 갖고 경기할 평가전 상대를 찾지 못한 것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 범한 여러 패착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은 결과론이다. 어차피 주력 선수 다수가 부상으로 이탈하며 새로운 조합과 전술을 찾아 조직력을 높여야 하는 상황에선 여유있게 연습 경기를 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고 부담없이 실험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완벽한 것은 없다. 다시 말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결과론이다. 모든 성공과 실패에 이유가 있지만, 매번 제각각이다. 모두 결과론적 해석에 기반해 진단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어떨까. 온두라스전의 기세가 스웨덴과 본선 첫 경기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결과를 확인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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