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KIA의 중요한 투수”…김기태 감독 메시지에 한승혁이 답하다
“우리한테는 한승혁도 중요합니다.”
지난 23일이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선을 그었다. 스스로를 ‘하루살이’라 부르며 애쓰고 있는 한승혁(25·KIA)의 희망을 꺾지 않기 위해 “윤석민과 연관시키지 말자”고 말했다.
앞서 22일 한승혁과 윤석민(32·KIA)은 1·2군 경기에 나란히 선발로 등판했다. 윤석민은 2군에 있지만 최근 KIA 시선 속 중심에 있다. 어깨 수술 뒤 오랜 재활을 마치고 본격적인 실전 등판에 나선 윤석민은 지난 22일 퓨처스리그에서 두번째 선발 등판해 한화 2군을 상대로 5이닝 6피안타 3탈삼진 1실점 호투했다. 1시간 뒤 시작된 1군 경기에서는 한승혁이 호투했다. 6이닝 3피안타 3탈삼진 4실점(3자책)으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올해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해 잘 던지다 9일 두산전과 16일 넥센전에서 모두 조기강판되며 다시 위기를 맞은 시점에 나온 호투였다. 이 경기를 마치고 한승혁은 “나는 하루살이다. 오늘이 마지막 선발 등판이라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벼랑끝에 몰린 절박함이 만든 호투였다.
KIA는 지난해 우승을 이끌었던 양현종, 헥터 노에시, 팻딘, 임기영에게 올해도 선발 한 자리씩을 맡기고 있다. 공교롭게 5선발 한승혁의 부진이 윤석민의 선발 복귀 준비 시점과 맞물렸다. 윤석민이 돌아오면 선발 자리를 내줘야 할 투수는 한승혁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윤석민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윤석민이 온다면 현재 1군에서 던지고 있는 투수 중 한 명은 보직을 내놓거나 2군으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은 “언제 올지 모르는 윤석민 얘기로 지금 고생하는 투수들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다”며 가능하면 윤석민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현재도 윤석민의 복귀 여부를 매우 신중하게 점검하고 있다. 쟁쟁한 KIA 선발진에서 한승혁이 가장 위태로운 현실도 여전하다. 그래서 김기태 감독은 선을 그었다.
김기태 감독은 “양현종이나 헥터가 무리했을 경우 한 번쯤 (등판을) 미뤄줘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다”며 윤석민의 선발 투입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음을 강조했다. 윤석민이 선발로 온다고 해서 꼭 한승혁이 선발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추측은 섣부를 수 있다는 뜻이다. 22일 KT전에서 승리한 한승혁에 대해서도 “‘승리투수’라는 말 외에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지금 그 입장에서는 어떤 한 마디도 민감하게 들릴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는 투수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한)승혁이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속 150㎞ 후반대까지 강속구를 던지는 한승혁은 그동안 큰 기대를 받으면서도 제구가 잡히지 않아 완성되지 못한 투수였다. 2~3경기 사이로 기복을 겪으면서도 올해는 그 지긋했던 과거의 틀을 벗어나려는 중에 하늘과 같은 선배의 복귀 소식이 날아들고 있다. 더욱 벼랑끝에 몰린 하루살이 심정으로 마운드에 섰을 한승혁을 위해 김기태 감독은 “둘을 연관시키지 말라”고 강조했다.
한승혁은 감독의 신중함에 화답하고 있다. 27일 마산 NC전에서 6.2이닝 4피안타 3탈삼진 1실점으로 또 한 번 올시즌 최고의 투구를 펼치며 시즌 3승째를 거뒀다. 벼랑끝에서 2연승을 따내며 이제 정말 달라졌음을 입증해보였다.
일주일 새 한승혁이 보여준 2승은 윤석민 합류 이후 KIA 로테이션 변화에 대한 예상을 안갯속으로 밀어넣어버렸다. 한승혁은 최소한 ‘당연히 내가 밀려날 것이라는 편견은 넣어두라’고 데뷔 이후 가장 힘찬 투구로 당당히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