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불펜 하향 평준화의 또 다른 증거 '사라진 무승부'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이젠 무승부도 추억이 되는 걸까.
전체 일정의 36.1%인 260경기를 치른 28일 현재 올해 KBO리그에서 무승부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27일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시즌 19번째 연장전의 명암은 연장 10회에 갈렸다. 한화가 3점을 뽑아 7-5로 이겼다.
올 시즌 연장 10회와 11회에 끝난 경기가 8번씩 나왔다. 연장 12회에 끝난 경기는 3번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연장 12회에 넥센 히어로즈, SK 와이번스, 롯데 자이언츠에 모두 패했다. 이 중 두 번은 무승부 직전에 노수광(SK), 이대호(롯데)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졌다.
KBO리그는 정규리그에선 연장전을 12회까지만 치른다. 포스트시즌에선 15회로 연장된다.
정해진 이닝에서 승패를 가리지 못하면 무승부가 된다.
무승부는 패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률 계산 때 팀에 이득을 준다. 팀의 순위를 결정하는 승률은 승수를 승수와 패수의 합으로 나눈 수치다.
지는 것보다 비기는 게 나은데도 무승부가 없는 건 그만큼 불펜이 받쳐주지 못해서다.
2010년 이래 시즌 무승부 횟수는 이런 가설을 뒷받침한다.
KBO리그는 2010∼2012년 8개 구단 체제에서 팀당 133경기를 치렀다. 이 기간 해마다 10∼15차례 무승부가 나왔다.
2012년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는 각각 6번의 무승부를 남기기도 했다.
9번째 구단 NC 다이노스가 가세한 2013∼2014년 9개 구단은 팀당 128경기를 소화했다. 2013년엔 11번, 2014년엔 7번의 무승부가 나왔다.
kt wiz의 합류로 10개 구단 체제가 된 2015년부터 팀당 경기 수는 144경기로 늘었다. 무승부는 2015년 5차례, 2016년 7차례, 그리고 지난해 11번 펼쳐졌다.
8개 구단 체제에서 지금보다 적은 경기를 치르고, 9개 구단 체제에선 강제로 한 팀이 쉴 수밖에 없던 시기엔 불펜 운용이 그나마 나았다.
지친 투수들이 어깨를 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수가 144경기로 증가하면서 각 구단 불펜 사정은 더욱 약화했다. 잘 버티던 각 구단의 필승계투조는 지난 3년간 144경기를 치른 후유증 탓인지 올해 기량은 예년만 못하다.
평균자책점 3.34로 독보적인 한화 이글스 구원진만 빛난다. 투수전의 또 다른 백미인 손에 땀을 쥐는 불펜 맞대결을 구경하기 어려워졌다.
10개 구단 구원진의 블론 세이브 수는 28일 현재 70개로 지난해 전체 174개의 40%에 이르렀다.
불펜 유망주의 성장은 더디고, 선발의 잦은 붕괴로 불펜이 조기에 가동되는 일이 잦다.
이런 상황이라 각 구단 감독들도 매 경기 총력전을 펼칠 수 없다. 소득 없이 물러나는 무승부보다 구원 투수를 최대한 아껴 이기는 경기에 확실하게 투입하는 게 훨씬 낫다.
오는 8월 16일∼9월 3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따른 정규리그 중단은 불펜 투수에게 오아시스와 같기에 올 시즌 각 팀의 성패를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