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가라, 구단들의 '영건' 관리법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프로야구가 144경기 체제로 재편된 이후 현장에선 휴식의 중요성이 한층 더 강조되고 있다. 각 구단들이 장기레이스를 치르면서 선수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팀을 넘어 대표팀의 미래를 책임져야할 잠재력 있는 영건들에 대해선 더욱 철저한 관리가 들어간다.
올시즌엔 유독 뛰어난 실력을 지닌 신인 선수들이 많이 보인다. 육성과 리빌딩 기조를 내세운 구단들은 예전과 다르게 신인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면서 빠른 성장을 유도한다. 많은 신인들의 등장은 KBO리그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야구팬에게 또 다른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신인 선수들도 자신에게 온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경기에서 전력을 다한다. 이 때 코칭스태프가 신경써야할 가장 중요한 것이 ‘휴식 타이밍’이다. 신인 선수, 특히 프로 경험이 일천한 영건들에겐 적절한 휴식이 보약이 될 수 있다.
가능성 있는 영건을 보유한 구단들은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적절히 휴식을 부여하며 항상 최선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삼성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두각을 드러낸 양창섭(19)을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키며 경험을 쌓게 했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었다. 가급적이면 일주일에 1번만 등판하는 것이다. 프로에 갓 데뷔한 어린 선수가 무리하다가 자칫 부상으로 날개를 펴지도 못할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구단의 관리 속에 양창섭은 ‘일주일에 1번 등판’ 스케줄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며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다. 비록 휴식 도중 불의의 부상(쇄골, 발목)으로 1달 넘게 개점 휴업 중이지만 삼성 김한수 감독은 양창섭이 완벽한 몸상태를 갖출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주고 있다.
두산 투수진의 미래 곽빈(19)도 마찬가지다. 데뷔시즌인 올해 기존 불펜진이 부상과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이 필승조 자리를 꿰찼다. 24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1세이브, 1홀드, 방어율 5.09를 기록 중이다. 마운드에 올라서도 신인답지 않은 모습으로 씩씩하게 공을 던져 두산 김태형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타이트한 상황에서도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등판 간격이 짧아지다보니 어느 순간 지친 기색이 보이기 시작했고 5월 들어 타자들에게 공략당하며 실점이 늘어났다. 결국 김 감독은 재정비 차원에서 곽빈을 2군으로 내려보냈다. 곽빈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넥센과 롯데도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영건들의 관리에 힘쓰고 있다. 현재 넥센 토종 선발 투수의 자존심 최원태(21)는 지난달 24일 잠실 LG전 등판 이후 어깨에 근육통이 생겼다. 5일 뒤인 29일 SK전에 못나갈정도는 아니었지만 코칭스태프는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거르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열흘간의 휴식은 최원태에게 보약이 됐다. 지난 5일 수원 KT전에 돌아와 6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롯데는 지난 27일 고척 넥센전을 앞두고 우완 선발 윤성빈(19)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부상이 있어서는 아니다. 관리 차원이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은 김원중과 윤성빈은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면 한 번씩 빼주면서 관리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라며 윤성빈의 2군행이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윤성빈의 공백은 송승준이 메운다. 윤성빈은 2군에서도 공을 던지면서 충분한 재정비 시간을 보낸 뒤 다시 1군에 합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