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FA' 양의지는 도대체 누가 데려갈까
그야말로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이미 탁월한 투수 리드로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타석에서는 진짜 성난 곰이다. 1위 두산을 이끄는 안방마님 양의지(31)다.
양의지는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에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두산의 선두 질주를 이끌며 본인도 개인 성적에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고 있다.
13일까지 양의지는 63경기에서 타율 4할(215타수 86안타) 14홈런 44타점 47득점을 기록 중이다. 수비 부담이 큰 포수임에도 타율은 KIA 안치홍(4할4리)에 이어 2위를 달린다. 홈런은 공동 9위, 타점은 14위다.
특히 출루율은 4할6푼3리로 안치홍(.450)을 앞선 1위다. 장타율도 6할8푼8리로 안치홍(.672)을 앞서 선두를 달린다. 안타도 전체 4위에 올라 있다. 13일 kt와 홈 경기에서도 양의지는 홈런 2방과 3타점을 몰아치며 팀의 7연승을 견인했다.
무엇보다 양의지의 가치는 수비에 있다. 노련한 투수 리드로 최근 3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KS)로 올리고 2번의 우승을 차지하게 만든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2016년에는 KS MVP까지 오르며 큰 경기에도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삼성이 KS를 앞두고 도박 파문의 직격탄을 맞은 2015년은 차치하고, 두산은 2016년 팀 평균자책점(ERA) 1위(4.45), 지난해 2위(4.38)을 기록했다. 물론 더스틴 니퍼트(현 kt), 장원준 등 마운드도 훌륭했지만 이들 투수들은 인터뷰마다 포수 양의지의 공을 빼놓지 않는다.
올해 두산은 팀 ERA 4.47로 4위에 올라 있다. 1위 SK(4.34)와 별 차이가 나진 않는다. 특히 두산은 올해 장원준(9.15), 유희관(6.20) 등 주축 선발들이 부진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수준급 팀 ERA와 정규리그 1위를 질주하는 데는 양의지의 역할이 크다. 도루저지율도 양의지는 38.7%로 50경기 이상을 포수로 나선 선수 중 최고다.
이런 양의지를 올 시즌 뒤 누가 데려갈지는 이미 야구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다. 올해를 마치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32살, 적지 않은 나이지만 전성기를 구가하는 양의지다. 특히 공수 모두 리그 최정상급 포수이기에 매력적이다.
일단 야구계에서는 두산이 양의지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적잖다. 이대호(롯데)의 4년 150억 원까지는 어렵겠지만 김현수(LG)의 115억 원과는 비슷한 규모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모기업 상황상 두산이 잡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두산은 '화수분 야구'답게 자원이 두텁다. 박세혁(28)이라는 주전급 백업이 있다. 박세혁은 올해 타율 2할2푼4리에 그쳐 있지만 지난해 97경기 2할8푼4리 5홈런 26타점으로 부상으로 주춤했던 양의지를 훌륭하게 뒷받침했다. 두산은 지난 시즌도 FA가 된 민병현을 롯데로 보내고, 미국에서 유턴한 김현수를 잡지 않았지만 외야진에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두산 외 다른 팀이 양의지에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물론 거액을 투자하는 만큼 우승을 노리는 팀들일 터. 포수 포지션이 취약한 팀이 침을 흘릴 것은 당연지사.
일단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팀으로는 롯데가 꼽힌다. 롯데는 지난 시즌 뒤 주전 포수 강민호를 삼성에 뺏겼다. 이 여파로 롯데는 4강권 전력이라던 예상과 달리 8위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올해는 2년차 나종덕을 키운다는 방침을 잡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나종덕은 투수 리드 등 수비에서는 많이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1할대(.128) 타율로 허덕이고 있다. 육성 선수 출신 김사훈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는 2016시즌 뒤 이대호에 150억 원을 투자해 데려왔다. 1992년 이후 못 이룬 우승의 아쉬움을 풀기 위해서다. 올해가 지나면 36살인 이대호의 전성기도 얼마 남지 않는다. 계약이 남은 2년 동안 우승을 위해서는 통큰 결단이 필요하다.
일단 롯데는 양의지가 들어온다면 전력에 화룡점정을 이룰 수 있다. 올해는 고전 중이나 롯데 마운드는 지난해 팀 ERA 3위(4.56)였다.
브룩스 레일리, 펠릭스 듀브론트 외인들에 박세웅, 노경은, 송승준 등 선발진에 올해 맹위를 떨치는 불펜 오현택, 진명호에 마무리 손승락까지 투수 자원들이 괜찮은 롯데다. 올해 포수 열세와 이런저런 부상 등으로 삐걱거리지만 내년 양의지가 온다면 투수 왕국 재건도 가능하다.
공격에서는 그야말로 '핵타선'이 만들어진다. 이대호를 비롯해 손아섭, 전준우, 민병헌, 채태인, 이병규 등에 양의지까지 더해진다면 리그 최강 타선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양의지의 가세는 롯데를 단숨에 우승후보로 격상시킬 수 있다.
롯데의 경남 라이벌 NC도 양의지 영입전에 뛰어들 팀으로 꼽힌다. NC는 지난 시즌 뒤 주전 포수 김태군이 군에 입대했다. 꼭 그런 때문은 아니지만 올해 최하위에 처져 있다. 팀 ERA 최하위(5.60)으로 마운드가 붕괴된 상황. 양의지의 합류는 단숨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여기에 NC는 내년 신축구장을 새로운 홈으로 쓴다. 올 시즌 도중 김경문 감독이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NC로서는 내년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 취약 포지션으로 꼽히는 포수에 양의지를 데려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1994년 이후 우승이 없는 LG는 어떨까. 주전 유강남(25)이 있지만 양의지와 비교는 아직 어려운 수준. 더군다나 LG는 2015시즌 뒤 4년 총액 32억 원에 포수 정상호를 SK에서 데려왔지만 엄밀히 따지면 실패한 영입이었다. 정상호는 LG에서 백업 포수로 뛰고 있다.
LG는 지난 시즌 뒤 김현수를 영입해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다. 김현수는 타점과 득점 1위로 공격을 이끈다. 채은성, 양석환 등이 자라난 LG에 양의지가 온다면 역시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 올해 주춤한 디펜딩 챔피언 KIA, 돌풍의 팀 한화, 홈런 군단 SK까지 양의지만 영입하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
올 시즌 'FA로이드' 효과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양의지. 과연 우승을 위한 만능키로 꼽히는 '곰탈 여우'를 과연 어느 팀이 데려갈지, 야구 팬들의 관심도 치솟는 몸값처럼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