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전문 지명타자 사라진다…남은 건 박용택·나지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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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는 수비 소화 선호·구단도 체력안배 위해 다양한 선수 기용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수비 대신 타격만 소화해 강타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전문 지명타자가 KBO리그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명타자로만 출전해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는 13일까지 박용택(LG 트윈스)이 유일하다.

올해 67경기에서 타율 0.317(295타석 259타수 82안타)을 기록 중인 박용택은 대타로 출전한 딱 1타석만 제외하고 나머지 294타석을 모두 지명타자로 뛰었다.

지명타자 타석 2위 최주환(두산 베어스·161타석), 3위 강백호(kt wiz·145타석), 4위 이대호(롯데 자이언츠·122타석)는 모두 자신의 포지션에서 수비수로도 출전한다.

규정타석이 아닌 100타석 이상 선수로 범위를 넓히면 나지완(KIA 타이거즈)의 이름이 나온다.

3일 1군에서 말소된 나지완은 53경기에서 타율 0.250(196타석 164타수 41안타)을 기록했다.

196타석 가운데 지명타자로는 185타석에 나섰고, 나머지는 대타 8타석과 좌익수 3타석이 전부다.

이제 KBO리그에 전문 지명타자는 박용택과 나지완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9세인 박용택과 33세인 나지완 모두 베테랑 선수다.

최근 KBO리그 구단은 지명타자 자리를 특정 선수에게 맡기는 대신 여러 선수를 돌아가며 기용하는 '수비 비번' 개념으로 활용한다.

이는 이번 시즌 지명타자로 출전한 경험이 있는 야수의 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KBO리그 지명타자 출전 선수는 75명으로 9개 포지션 가운데 가장 많다.

구단별로 확인해도 박용택의 LG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에서 지명타자는 가장 자주 선수가 바뀌는 포지션이다.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11명의 선수를 지명타자로 기용했고, 넥센 히어로즈와 kt가 10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KBO리그에서 지명타자가 점차 사라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선수들이 지명타자로만 출전하는 걸 꺼린다.

수비를 못 하는 선수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가도 좋은 대접을 받기 힘들고, 수비를 병행해야 타격 감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경기 수가 늘어나 한 시즌에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 것도 전문 지명타자의 입지를 좁혔다.

시즌이 길어지며 선수의 체력안배가 더욱 중요해졌고, 여러 선수가 돌아가면서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게 팀 전력에 도움이 된다.

전문 지명타자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 골든글러브 후보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지난해 지명타자 골든글러브 후보 기준은 규정타석의 ⅔(297타석)였다.

지금 추세대로면 박용택 혼자 이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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