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D 켐프, 페이롤 정리용→팀 최고 타자...반전 드라마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한 번 '팽'했던 선수가 다시 돌아와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LA 다저스 맷 켐프(34) 이야기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불방망이를 통해 팀을 이끌고 있다.
켐프는 5월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 4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4타점을 폭발시켰다.
이날 다저스는 8-2의 완승을 거뒀다. 전날 당했던 1-6 패배를 말끔히 설욕했다. 5월 29일 승리를 포함해 홈 4연전 첫 3경기에서 2승 1패를 기록하게 됐다.
무엇보다 켐프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날 켐프는 선제 결승타를 쳤고, 달아나는 투런 홈런과 희생플라이를 더했다. 한 경기 4타점은 올 시즌 처음이다. 켐프의 마지막 4타점 경기는 애틀랜타 시절이던 지난해 9월 14일 워싱턴전(1홈런 4타점)이었다. 259일 만에 한 경기 4타점을 쓸어담았다.
이날 기록을 더해 켐프는 올 시즌 52경기에서 타율 0.345, 7홈런 30타점, 출루율 0.372, 장타율 0.554, OPS 0.926을 기록하게 됐다. 당당히 내셔널리그 타격 1위를 달리고 있다. 출루율 14위, 장타율 4위이며, OPS는 6위다.
냉정히 말해 켐프가 이렇게 잘할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30대 중반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성적도 하락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2년 전인 2016년에는 156경기, 타율 0.268, 35홈런 108타점, OPS 0.803을 만들기는 했다. 2011년 이후 5년 만에 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115경기, 타율 0.276, 19홈런 64타점, OPS 0.781로 성적이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켐프는 2011년 타율 0.324, 39홈런 126타점 40도루, 출루율 0.399, 장타율 0.586, OPS 0.986을 찍으며 MVP 투표 2위에 오른 이후 지속적으로 성적 하락을 맛봤다.
게다가 다저스는 한 차례 캠프를 '버린' 바 있다. 2014년 시즌 이후 트레이드를 통해 샌디에고로 보낸 것. 팀 내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였지만,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을 비롯한 새 수뇌진은 켐프를 보냈다.
다저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아 보이기도 했다. 캠프는 샌디에고-애틀랜타를 거치며 과거의 강력함을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한 방은 있었지만, 세부 지표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리고 2017년 시즌 후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다저스가 애틀랜타에서 켐프를 데려온 것이다. 반대 급부로 애드리안 곤잘레스, 스캇 카즈미어, 브랜든 맥카시, 찰리 컬버슨이 갔다. 현금도 얹었다.
냉정히 말해 켐프가 필요해서 데려온 것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팀 총연봉을 사치세 기준(1억9700만 달러) 아래로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트레이드를 통해 곤잘레스(2018년 2235만 달러)-카즈미어(2018년 연봉 1766만 달러)-맥카시(2018년 연봉 1150만 달러) 등 고액 연봉자를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었다.
켐프의 잔여 연봉도 만만치는 않았지만(2년 4350만 달러), 2018년 1년으로 계산하면 팀 총연봉을 크게 줄였고, 사치세 기준 아래로 낮췄다. 동시에 다저스가 켐프를 트레이드하거나, 방출할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그만큼 켐프를 '전력'으로 보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켐프는 온몸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263, 5홈런 9타점, OPS 0.879를 기록했고, 트레이드도 방출도 없었다. 정규시즌은 더 좋다. 팀 내 타율 1위, 홈런 공동 3위, 타점 1위, 출루율 1위, 장타율 1위, OPS 1위다. 현재 팀 내 최고 타자다.
충격적인 반전이 펼쳐진 셈이다. 다저스로서는 켐프를 다시 보내지 않은 것이 최상의 선택이 된 모양새다.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만만치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켐프는 5월 31일 경기 후 MLB.com과 인터뷰에서 "타격 1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팀이 이기도록 돕고 싶다. 어떤 좋은 일이 일어나면, 그것대로 좋다. 나는 어떤 걱정도 하지 않고 있다. 나는 매년 계획을 세운다. 열심히 뛰어서 팀에 좋은 일이 일어나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3년 동안 팀을 떠나 있기는 했지만, 켐프는 기본적으로 다저스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팀 내 최고 스타였다. 돌고 돌아 다시 다저스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고,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켐브이피(KeMVP, Kemp와 MVP의 합성어)'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