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구 회복한 KIA 윤석민, 남은 숙제는?
지난 6월 20일 이후 마무리로 변신한 KIA 윤석민이 세이브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보직 변경 후 11경기서 단 한 번의 블론세이브 없이 7세이브를 기록하며 헐거웠던 KIA의 뒷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관록 있는 투구가 인상적이다.
5일 광주에서 벌어진 리그 1위 두산과의 시즌 13차전에서도 윤석민의 가치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2-3으로 뒤진 7회말 KIA 최원준과 이명기가 두산 선발 린드블럼을 상대로 각각 홈런을 터뜨리며 3타점을 합작해 경기를 뒤집었고, 8회말엔 홍재호가 스퀴즈번트로 1점을 추가하며 3점차 세이브 조건이 갖춰졌다.
6-3으로 앞선 9회초 윤석민이 경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선두타자 류지혁이 투수 실책으로 출루했고, 최주환이 2사 1루에서 우전안타로 1-3루 찬스를 이어가며 윤석민을 압박했다. 하지만 윤석민은 2사 1, 3루 마지막 타자 김재호를 1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시즌 7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6-3 KIA의 승리, 윤석민의 후반기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도 이어졌다.
15시즌을 앞두고 KIA로 복귀해 4년 90억 원 계약을 체결한 윤석민은 2016년 어깨통증으로 16경기 등판에 그쳤고 시즌 종료 후 웃자란 오른쪽 어깨뼈를 깎아내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올해 6월 2일 605일 만에 1군 마운드로 복귀했지만 이어진 세 번의 선발 등판에서 매번 5실점 이상을 허용하며 체면을 구겼다. 선발 3경기 16이닝에서 23피안타 6홈런으로 16실점으로 난타 당했고, ERA는 9.0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마무리로 보직을 옮긴 후 불규칙한 등판 일정에 더 고전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11경기 7세이브 ERA 2.45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45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12피안타 1홈런, 볼넷은 단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부활의 비결은 볼배합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선발로 등판한 처음 세 경기에서, 속구 평균 스피드가 140km/h 초반에 그친 윤석민은 의도적으로 변화구의 비율을 늘렸고, 상대적으로 구위가 떨어지는 변화구가 상대 타자들에게 통타당하며 대량 실점을 허용했다.
선발 3경기에서 기록한 윤석민의 평균 속구 구사율은 26.6%, 주 구종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은 각각 28.7%, 27.2%였다. 속구를 기반으로 변화구를 구사하는 일반적인 선발들과 달리 윤석민은 세 구종 중 속구의 비중을 가장 줄였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 윤석민은 속구의 비중을 확 끌어올렸다. 올 시즌 구원 등판한 11경기 평균 속구 구사율은 42.1%였고, 슬라이더는 26.1%, 체인지업은 18.8%였다. 속구 스피드도 140km 중반 대까지 나오자 구위가 배가됐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위력을 되찾았다.
속구 스피드는 다소 떨어졌지만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활약했던 2015년 윤석민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총 51경기에 나서 2승 30세이브 ERA 2.96를 기록했던 15시즌 윤석민의 구종별 구사율 또한 속구가 46.2%로 가장 높았고 슬라이더가 29.6%, 체인지업이 9%로 뒤를 이었다.
속구를 바탕으로 다양한 레퍼토리의 투구가 가능해지면서 FIP(수비무관평균자책점/케이비리포트 기준) 또한 최근 3시즌 중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3.23, 2016년 16경기 3.79를 기록한 윤석민은 아직 표본이 적긴 하지만 구원으로 등판한 11경기에서 2.77의 빼어난 FIP를 기록 중이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다만 올 시즌 단 한 번도 연투가 없었다는 점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로 변신한 직후 3경기에서 각각 하루의 휴식을 취했고, 이후 최소 2일 이상 휴식을 가진 다음에야 등판에 나섰다. 부상 복귀 첫 시즌이기에 신중함을 기하는 측면도 있지만 KIA의 경기력 기복으로 좀체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마무리 변신 후 안정감 있는 투구로 KIA의 뒷문불안을 지운 윤석민이 치열한 5위 경쟁 와중에 필연적으로 나올 연투 상황에서도 위력투를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