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전 12연패' LG, 2016년 롯데가 될 수도 있다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LG의 ‘두산 포비아’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시즌 막판 두산전 1승이 아쉬운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다.
LG가 또다시 두산의 벽을 넘지 못했다. LG는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즌 10번째 맞대결에서 8-14로 패했다. 시즌 두산 상대 전적은 0승 10패가 됐고, 지난해 9월 10일 잠실 경기부터 이어진 두산전 연패가 ‘12’까지 늘어났다. 두산에게 제대로 발목이 잡힌 LG다.
LG는 류중일 감독 부임 첫해 무난한 한 시즌을 치르고 있다. 3위-5위와의 승차가 제법 있는 안정적인 4위에, 팀 평균자책점 4위(5.00), 타율 2위(.299) 등 투타에서 고른 조화를 이룬다. 득점권 타율(.309)은 두산 다음으로 높으며, 팀 홈런은 아직 40경기가 남은 가운데 벌써 지난해 기록(110개)에 도달했다.
다른 팀들과의 상대 전적 역시 괜찮다. 일단 넥센에 가장 압도적인 10승 2패 우위를 점하고 있고, 롯데(8승 1무 3패), 삼성, KIA(이상 7승 5패), KT(6승 4패), NC(7승 7패), SK(4승 6패), 한화(4승 8패) 등 맞대결에서 크게 열세에 처한 팀이 없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모두 5할 이상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두산이다. 두산만 만나면 LG의 신바람 야구가 자취를 감춘다. 두산 상대 기록은 0승 10패. 앞으로 남은 6경기를 모두 이겨도 6승 10패로 시즌을 마친다. 일단 타선은 두산 마운드를 제법 공략했다. LG 타자들은 올해 KIA(.304), KT(.300)에 이어 세 번째(.295)로 두산 투수들에게 강했다. 타율 .295는 시즌 팀 타율과도 엇비슷한 수치다.
그러나 투수들이 두산의 화력을 견디지 못했다. 두산 상대 평균자책점은 7.39로 리그 최하위. 총 91⅓이닝동안 86점을 헌납했다. 선발진은 그래도 평균자책점 5.18로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해냈지만 불펜이 11.12로 크게 무너졌다. 지난달 21일에는 5회까지 8-1로 앞서다 불펜 난조로 충격의 10-17 역전패를 당한 적도 있다.
두산에게 제대로 발목이 잡힌 LG를 보니 2년 전 롯데 자이언츠가 떠오른다. 롯데는 조원우 감독 부임 첫해인 2016시즌 지역 라이벌 NC에 1승 15패 열세에 처하며 시즌을 마쳤다. 롯데의 당시 순위는 8위(66승 78패).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한 5위 KIA와 불과 4승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기에 NC전 결과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LG도 마찬가지다. 물론 현 시점에서 LG의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은 높다. 5위 삼성에 무려 4경기 앞선 4위로, 5위권 바깥으로 밀려나는 상황을 예측하긴 힘들다.
그러나 아직 시즌이 40경기가 남아있고, 막판 순위 결정에 있어 두산전 1승이 아쉬운 순간이 다가오지 않으란 법이 없다. 설령 삼성, 넥센 등의 약진으로 다시 5위 싸움에 휘말릴 수도 있고, 반대로 상승세를 타며 준플레이오프 직행에 다가설 수도 있다. 미세한 순위 결정에서 1승의 가치는 1승 그 이상이다. 두산 천적관계를 하루빨리 청산해야 하는 LG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