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감하는 도루의 가치, 역대 최소 도루왕 탄생하나?
빠른 발로 베이스를 훔치는 ‘대도(大盜)’의 가치가 점차 줄어간다. 리그 전반에 도루 지양론이 불어 닥친 가운데, 역대 최소 도루왕의 탄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7월 30일까지 KBO리그 도루 1위는 로저 버나디나(KIA 타이거즈·25개)다. 그 뒤를 이용규(한화 이글스), 박해민(삼성 라이온즈·이상 24개)이 바짝 쫓고 있다. 하지만 팀당 100경기 안팎을 치른 상황에서 이들의 도루 숫자는 저조하기만 하다. 시즌 종료시 버나디나는 37도루, 박해민이 34도루, 이용규는 33도루 페이스다.
‘역대 최소 도루왕’은 지난해 박해민(40도루)이다.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984년 김일권(당시 해태·41도루)이 ‘최저 도루왕’이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박해민과 김일권의 사례는 차이가 크다. 1984년은 팀당 100경기씩 치르던 시절이다. 하물며 김일권은 단 62경기 출장으로 41도루를 기록했다. 지난해 144경기에 모두 나서 40도루를 기록한 박해민에 비해 경기당 도루는 두 배 이상이다. 이처럼 도루왕이 40도루를 넘기지 못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어쩌면 올해 그 첫 기록이 쓰일 수 있는 것이다.
현대 야구에서는 도루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 무사 1루에서 2루 도루 성공으로 얻는 이익보다 실패로 1사 주자없는 상황이 됐을 때의 손실이 더 크다는 이유다. ‘세이버매트릭스’의 대부로 불리는 빌 제임스는 “도루 성공률이 70% 미만일 때는 시도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열 번에 일곱 번은 성공해야 효과적인 작전이라는 의미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은 1994년 124경기에서 84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아직도 깨지지 않는 단일시즌 최다 도루 기록이다. 이러한 ‘날쌘돌이’들이 안겨주던 베이스를 훔칠 때 주는 낭만은 점차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