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PS’ 사상 첫 영·호남 전멸 나올 수도
1982년부터 시작된 KBO리그는 전국 규모의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높은 성장을 이룩해 왔다. 올 시즌 2018러시아월드컵과 폭염이라는 여러 변수 속에서도 이미 600만 관중을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프로스포츠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KBO리그가 국내에 이렇게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역 연고 기반의 팬 문화 형성 덕분이다.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외에도 연고지를 기반으로 한 구단들이 각 지역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면서 야구의 대중화를 가속시켰다.
지방 구단의 선전을 이끈 것은 단연 영·호남 연고지 팀들이었다. 원년부터 지난해인 2017년까지 매 시즌 눈부신 성적을 내며 ‘가을야구’에 항상 참가했다. 1980~1990년대 왕조를 이룩한 전통의 해태 타이거즈(현 KIA 타이거즈)부터 신생구단 NC 다이노스까지 모두 포스트시즌(PS) 경험을 쌓았다.
● 위기의 영·호남, 올 시즌 PS 진출 팀 사라지나
KBO리그 PS에는 지난 36년 간 항상 영·호남 연고지 팀들이 그 이름을 올렸다. 아무리 적어도 최소 한 팀씩은 가을야구에 진출해 지역 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만만치 않다. 자칫 KBO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영·호남 연고지 팀들이 PS에 진출하지 못하는 굴욕의 역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8일 기준 순위표를 살펴보면 두산 베어스~SK 와이번스~한화 이글스~넥센 히어로즈~LG 트윈스 순으로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까지가 나열돼 있다. 한화를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에 홈구장이 있는 팀들이다. 삼성 라이온즈(대구), KIA 타이거즈(광주), 롯데 자이언츠(부산), NC 다이노스(창원)는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가을야구는 여전히 안개 속이지만 영·호남 연고지 팀들이 쉽지 않은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금의 순위표를 뒤집지 못한다면, 올해 가을야구는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만 열리게 된다.
● ‘희망의 끈은 누구에게?’
NC가 창단되기 이전까지 영·호남을 대표하는 팀들은 롯데, 삼성 그리고 KIA였다. 이 중 가을야구에 가장 꾸준히 명함을 내밀었던 팀은 바로 삼성이다. KIA와 롯데가 슬럼프에 빠진 2000년대에도 거의 매해 가을야구에 나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던 팀이다.
KIA는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살리겠다는 의지다. 가장 최근에 우승을 차지한 지방 연고 팀으로 아직까지 PS을 위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롯데 역시 지난해 후반기에 받았던 탄력을 다시 한번 재연하겠다는 모습이다. 와일드카드 획득을 위한 5강 싸움에 온 힘을 집중하며 이미 총력전을 펼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