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대은, 당연히 지명한다. 규정 위반 없을 것"
"가지고 있는 능력이 좋은 투수다. 지명한다."
KT 위즈와 이대은의 만남이 극적으로 성사되는 분위기다. 이대은은 9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신인 2차 드래프트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해외파 출신 선수들은 11일까지 신청서를 제출해야 9월 열리는 신인 2차 드래프트에 참가할 자격을 얻는다. 이대은은 2007년 신일고를 졸업하고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이후 마이너리그에서만 뛰다 2015년부터 2년간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던졌다.
2015년 말 열린 프리미어 12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이대은은 2016년 부진으로 그해 10월 지바 롯데에서 방출됐다. 지바 롯데를 떠난 뒤엔 군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해외 구단과 바로 계약해 진출한 선수가 국내 구단에 입단하려면 2년의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 2년 동안 해외 프로팀에서 뛸 수도 없고, KBO 퓨처스리그에서 뛰지도 못하기 때문에 상무, 경찰 야구단 등에도 입단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KBO가 국제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한 선수에 한해 상무, 경찰 야구단 입대시 퓨처스리그 경기 출전을 허용하는 일명 '이대은 규정'을 만들면서 2016년 12월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올해로 유예 기간인 2년이 끝나기 때문에, 이대은은 이번 9월에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대은이 드래프트 신청 전부터 자신을 지명할 것이 유력시되는 KT와 접촉해 유리한 계약을 이끌어 내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해외파 출신 신인 선수들은 첫 해 계약금이나 인센티브 없이 오직 연봉 2700만원만 받고 뛰어야 하기 때문.
이대은은 또 KT 구단 관계자와 만나 메이저리그 재도전 의지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KBO리그 복귀를 조건으로 경찰에 입대하는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이대은은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신청으로 자신의 진로를 최종 결정했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내년에 30세가 되는, 특별한 실적이 없는 투수를 모셔갈 메이저리그 구단은 없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이제 내년부터는 한국 프로팀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T는 공개적으로 이대은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었다. 이대은과 최근 직접 만난 것도 드래프트에 참가했으면 한다는 구단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국내 선발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KT는 최근 리그에서 귀한 우완 파워 피처 영입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KT 관계자는 "드래프트 신청 소식을 들었다. 세상에 100% 확률은 없기에 조심스럽지만, 이변이 없다면 당연히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대은의 능력을 매우 좋게 보고 있다. 그만한 투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올해 드래프트에는 상위권 지명을 받을 만한 선수들이 부족하다. 다른 대안이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계약 과정 다른 혜택이 갈 수 있다는 얘기가 많은데, 만약 계약이 체결된다면 우리는 연봉 지급 외 규정을 위반하는 일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서 말했다. 경찰 유승안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광고 출연이나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한 것에 대해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럴 일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결국 이대은에게 최선은 내년 시즌 열심히 공을 던져 좋은 성적을 내고, 차근차근 연봉을 올려나가는 일이다. 최근 성적만 내면 선수들의 몸값이 수직 상승하는 사례가 많아 한 시즌을 뛰고 억대 연봉에 진입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