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따지지 않았던 정근우 “DH출장 때는 공 오래 보려 한다”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지명타자로 출전할 때는 초구에 배트가 나가기가 어렵다.”
한화 이글스가 베테랑의 활약을 앞세워 연패에서 탈출했다. 연패 탈출의 1등 공신은 내야수 정근우(36)였다.
한화는 8일 잠실구장에서 2018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팀간 시즌 14차전에서 8-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정근우였다. 정근우는 4타수3안타 1볼넷 2타점 2득점 맹활약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4-2에서 6-2로 달아나는 2타점 적시타로 승부의 흐름을 굳히기도 했다.
정근우는 올 시즌 시작부터 마음고생이 심했다. FA협상이 오래 걸렸고, 결국 한화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2루수 자리는 후배들에게 넘겨줬고, 1루수 지명타자 외야로 나오고 있다.
2루수로 통산 3번째로 많은 경기인 1545경기에 출전했고, 3차례 골든글러브 수상을 받은 2루수의 자존심이 상할만도 하다. 그러나 정근우는 묵묵히 어느 자리에서든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있다.
물론 2루수 자리를 후배들에게 넘겨준 것은 정확히 밀렸다는 표현이 맞다. 4월 중순까지 2할 중반대 타율로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수비에서도 실책이 속출했다. 시즌 초중반부터 신인 정은원이 2루수로 기용되기 시작했고, 6월에는 강경학이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정근우는 부상까지 당하며 한 달 이상을 2군에서 보냈다. 하지만 정근우는 역시 정근우였다. 5월까지 타율 0.253에 머물렀던 정근우는 6월 5경기에서 타율 0.421, 7월 11경기에서 타율 0.326, 8월 6경기에서 타율 0.385로 시즌 타율이 0.295까지 상승했다.
이날 경기 후 정근우는 환하게 웃었다. 정근우는 “3번 타순으로 출전한다는 얘기를 듣고, 경기 전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배트 중심에 정확이 맞힌다는 생각만 했다”며 “타석에서는 출루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 찬스가 왔을 때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었는데 타점을 올리면서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것과 관련해 “날씨도 덥고 수비하는 선수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지명타자로 출전할 때는 초구에 배트가 나가는 것에 주저하게 되더라. 가급적이면 공을 오래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팀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