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처음보는 투수. 일본전에 대한 걱정
KBO리그 감독들은 잘 모르는 투수를 상대할 때를 가장 걱정한다.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팀 선수들은 처음보는 투수에게 약해"라고 한다.
한국 야구대표팀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아시안게임이라는 국제대회에서 처음보는 투수들을 만나고 있다. 낯선 투수에게 약한 면모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26일 가장 중요하다고 했던 대만전에서 최강 타선의 민낯이 드러났다. 대만 실업야구 합작금고은행 소속의 사이드암 선발 우셩펑(31)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고, 두번째 투수 왼손 왕종하오(28·대만전력)에게도 3이닝 동안 단 2안타의 빈타에 그쳤다. 9회말 무사 1루에 나온 대만 우완 마무리 왕정하오(29) 공도 치지 못하고 패했다. 엄청난 타격으로 밀어부치는 모습을 기대했던 한국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27일 인도네시아전을 15대0의 5회 콜드게임은 당연했다. 그런데 28일 다시한번 한국 타선은 망신을 당했다. 홍콩과 9회 정규이닝까지 경기를 했던 것. 9회 대거 10점을 뽑아 21대3으로 승리했으나 콜드게임을 만들지 못했던 것은 야구팬들을 대만전 패배보다 더 큰 실망으로 몰아넣었다. 홍콩의 왼손 선발 영쿤힌의 느린 공에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한국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너무나 느린 공에 타자들의 스윙은 너무나 빨랐고, 정타가 별로 없었다. 타선이 한바퀴 돌면 익숙해지려나 했지만 여전했다. 한국이 영쿤힌에게 7점을 뽑았지만 상대의 수비 실책이 아니었다면 한국의 득점은 더 줄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많은 게임을 하는 프로리그에서는 보던 투수를 자주 보다보면 익숙해지고 그 투수가 잘던지는 공이 어떻게 오는지, 투구 패턴은 어떻게 가져가는지, 그가 던지는 공의 타점 등을 다 알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처음 보는 투수는 비록 비디오를 보면서 전력분석을 한다고 해도 직접 타석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기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처음엔 타이밍을 못맞추더라고 타순이 한바퀴 돌면 칠 수 있는 것이다.
처음보는 투수의 공은 결국 그 투수의 실투를 얼마나 잘 치느냐에 달려있다. 자신이 원하는 공에 자신있게 쳐야한다. 덕아웃에서 열심히 보면서 서로 얘기를 하며 타이밍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1,2번 타자들이 공을 많이 보면서 후속 타자들에게 데이터를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국은 30일 운명의 일본전을 한다. 일본은 A조 예선에서 모두 콜드게임승을 거두고 슈퍼라운드에 올라왔다. 아시안게임 전부터 대만보다 일본이 더 전력이 좋다는 말이 나왔다. 일본에서 몇명의 투수가 나오든 한국 타자들이 처음보는 공이 된다. 또다시 낯선 공에 힘없는 타격을 할까. 아니면 좀 더 집중된 모습으로 기대한 막강 타력을 선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