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초한 수비 불안” 멀티 포지션 자원 배제 선발에 내·외야 흔들린다
28일 펼쳐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한국 야구 대표팀의 B조 예선 3차전 홍콩과의 경기.
9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던 안치홍이 머리에 공을 맞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미 야수 엔트리는 모두 소모한 상황이었다. 선동열 감독은 선수보호 차원에서 안치홍을 대신해 백업 포수 자원인 이재원을 대주자로 투입했다.
9회말 수비에서 다소 황당한 포메이션이 형성됐다. 2루수를 보던 안치홍이 빠진 자리에는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루수로 갔던 황재균이 옮겨갔다. 한 경기에서 세 가지 포지션을 소화하게 된 셈이다. 1루수를 보던 박병호가 3루수로 변신했다. 과거 3루수를 본 경험이 있는 박병호다. 박병호가 1루수에는 포수 마스크를 써고 있던 양의지가 옮겨 투입됐다. 대주자 이재원이 포수 자리에 앉았다. 유격수는 장염 후유증으로 7회부터 투입된 오지환이 자리 변동 없이 끝까지 지켰다.
21-3의 크게 앞서고 있고, 상대가 약체팀이기에 가능한 포지션 이동이다. 30일부터 시작되는 슈퍼라운드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면 탈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 평소 KBO리그에서 뛸때 소화하지 못한 포지션을 맡는 게 심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에 실책으로 연결될 수 있다.
앞서 26일 대만과의 1차전 1회초엔 평범한 안타를 김현수가 뒤로 빠뜨리면서 3루타를 허용해 투런 홈런의 빌미가 된 적도 잇다. 내외야 모두 수비가 불안하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들이 부족해 만들어낸 한편의 촌극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포지션에서만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 위주로 선발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국제대회 특성상 여러 상황을 미리 대비해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을 백업 내야수와 외야수로 데리고 가야 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였다.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30일 슈퍼라운드에서 만나게 될 일본 야구 대표팀은 사회인리그 출신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투타 모두 결코 쉽게 볼 상대가 아니다. 그런데 주전 외야수 김현수와 손아섭이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고 있고, 김하성은 장염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안치홍은 헤드샷을 맞았다. 최상의 전력으로 만나도 버거운 일본을 쉽게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밥을 먹어야 한다. 부족한 자원들이라도 적재적소에 배치해 반드시 승리를 이끌어내야만 대한민국의 야구가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