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타임즈] 맨시티 포덴, 아카데미 영재에서 1군까지
지난 4월, 맨체스터 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조금 일찍 확정되었을 때의 일이다. 뱅상 콤파니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헤일(Hale)에 있는 레일웨이 펍(Railway pub)으로 나오라”고 했다. “한 잔 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긴 하지만 나와서 같이 축하하자.” 콤파니가 전화를 건 상대는 필 포덴이었다. 그러나 포덴에게는 이미 선약이 있었기 때문에, 동료들과의 시간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 후 포덴은 장비 - 그러니까 장화, 바람막이, 모자 - 를 단단히 갖춰 입고 스토크에 있는 아버지와 밤낚시에 나섰다.
바로 이 소년이 잉글랜드의 차세대 축구 영웅으로 떠오를 잠재력을 갖춘 선수다. 아직은 다른 것보다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약간은 심심한 듯한 삶을 사는 소년이지만, 포덴은 소속팀 내에서 호화로운 스쿼드의 일원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이번 여름 프리 시즌 투어에서 포덴을 따로 불러 짧고 굵은 메시지를 전했다. “이제부터는 1군에서 뛸 거야.” 2017/18시즌을 거치며 프리미어리그 우승 메달을 목에 건 역대 최연소 선수로 이름을 올리기는 하였으나 출전 시간의 대부분은 U23팀에서 기록했던 포덴이었는데, 이제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1군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과르디올라에 따르면, 스페인 및 독일에 비해 잉글랜드에서는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과르디올라가 생각하기에) 충분치 못한 리저브 리그보다는 “B”팀에서 뛰는 쪽이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르디올라는 “필 포덴의 경우는 다르다”고 밝혔다. “우리는 포덴에 대해서 굉장히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포덴은 팀의 일부이고, 포덴이 뛰어야 할 때라고 생각되면 출전할 것입니다. 매일 프로처럼 훈련에 참여하고 있고, 발전하고 있습니다. 포덴에게도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기회가 있습니다.”
“아카데미 출신 선수들의 경우에는 1군에 곧바로 적응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쉽지 않은 일인데, 중요한 무대에서 완전한 팀을 상대로 경기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필(포덴)의 경우는 다릅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든 첼시와의 커뮤니티실드에서든, 어느 무대에서든 필을 투입해야 했을 때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필에 대한 신뢰가 커요.”
과르디올라는 이미 오래 전부터 포덴에 대해 이야기해온 바 있다. 2017년 여름 맨시티의 미국 투어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른 포덴을 지켜본 기자들에게는 “행운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러분은 행운아예요. 이 친구가 맨체스터 시티의 1군에서 처음으로 치르는 경기를 보셨으니까요.” 또한 과르디올라는 사석에서도 포덴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결과 일부 맨시티 1군 선수들이 포덴을 “펩의 남자”라고 부르며 놀린다고도 한다. 이제 마침내 과르디올라가 말로만 포덴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출전 기회를 통해 마음을 보여줄 때가 온 것이다.
프리 시즌에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인 이후 커뮤니티 실드에서도 창조적이고 공격적인 움직임을 자랑한 포덴인 만큼 이번 시즌에 더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을 공산이 크다. 더욱이 케빈 데 브라이너가 무릎 부상을 당해 3달간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포덴의 출전은 이제 불가피해진 듯하다. 데 브라이너의 공백이 생긴 가운데 빛을 발할 준비가 된 포덴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과르디올라로서도 허더즈필드와의 홈 경기를 어린 포덴에게(포덴은 올해 5월에야 만18세가 되었다) 최소한 교체를 통해서라도 출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로 선물할 수 있을 터다.
맨시티의 입장에서 포덴은 하나의 시범 사례다. 맨시티는 구단의 아카데미 시스템에 대해 자랑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아부다비에서 막대한 투자를 받은 지난 10년간 아카데미 출신으로서 1군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선수는 아직까지 나오지 못했다. 아카데미에서 높은 기대를 받던 또 다른 선수인 제이든 산초의 경우에는 1군 데뷔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맨시티를 떠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과르디올라도 바르셀로나나 바이에른 뮌헨에서와는 달리 맨시티에서의 지난 두 시즌 동안에는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과르디올라의 맨시티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프리미어리그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알레이시 가르시아였으나(선발 데뷔 당시 거의 만20세에 가까웠다) 가르시아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지로나에서 2년째 임대생 신분으로 머무를 예정이다. 그러나 (과르디올라의 말처럼) 포덴은 다르다. 포덴이 맨시티 소속으로 처음 출전했던 해외 유소년 대회 때부터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탐냈던 재능인 것이다. 대회 이후 양팀 모두 대리인을 통해 포덴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당시 포덴은 만11세였다.
그러나 포덴은 다른 팀에서 뛸 마음이 없다. 아버지(필 포덴 시니어)는 맨유 팬이지만 포덴은 열렬한 맨시티 팬인 어머니(클레어 포덴)를 따라 쭉 맨시티를 지지해왔다. 포덴이 만5세였을 때, 당시 맨시티에서 스카우팅을 담당했던 테리 존 코치가 포덴이 다니던 스톡포트(Stockport)의 한 초등학교를 찾아 아이들의 기술을 가늠해본 일이 있었다. 첫눈에 포덴의 실력을 알아본 테리가(현재는 리버풀에서 근무하고 있다) 명함을 건네며 “계약하고 싶다”고 하자, 그 날 이후로 포덴이 맨시티의 유소년 팀에서 훈련하게 되었으며 포덴의 어머니가 아들을 데리고 맨시티의 홈 경기장을 찾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포덴의 가족과 자문단(1810 스포츠)이 둘러앉아 향후 2년간의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자리에 모인 모두들 현재 포덴이 성장과 발전을 위해 완벽한 환경에 있으며 완벽한 감독과 함께하고 있다는 데 강력하게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팀으로 임대 이적을 하는 선택지도 고려조차 할 필요가 없었다. 과르디올라가 포덴에게 출전 시간을 보장해주리라는 신뢰뿐만 아니라, 그동안 포덴에게 주어졌던 기회에 대해 고마워하는 마음도 있는 것이다. 과르디올라의 지휘 하에 포덴은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마지막 몇 분 동안 피치를 밟았고,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잠깐이지만 5경기에 교체 출전했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도 3경기에 출전한 바 있다.
판단이 빠르고 발이 가벼우며 정교한 볼 컨트롤을 선보이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포덴은 언제나 패스할 기회를 노리며 파고들어갈 공간을 찾아 이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톡포트 이니에스타”라는 별명이 붙어 있기도 하지만, 오히려 과르디올라는 포덴을 다른 상대와 견주곤 한다. 바로 과르디올라 본인이다. 요한 크루이프 전 감독이 과르디올라를 바르셀로나로 데리고 왔을 당시 과르디올라도 체격은 호리호리하지만 영리한 10대 미드필더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르디올라는 자신보다 포덴이 “훨씬 더” 재능 있는 선수라고 밝혔다. “그 당시 크루이프 감독님께서는 언제나 실력, 실력, 실력에 초점을 맞추셨습니다. [선수의] 몸무게나 덩치는 문제될 것이 없었죠.”
이후 과르디올라도 체격이 커졌고, 포덴 역시 그와 비슷하다. “지난 시즌보다 더 탄탄해졌습니다. 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이죠. 한 시즌, 두세 시즌 후에도 포덴은 계속 강해질 것입니다.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포덴의 연령대에서는 기술이 가장 중요합니다. [선수들은] 자랄 것이고, 힘이 좋아지기 때문에 나중에는 쉬워집니다. 포덴은 우리와 함께 경기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어요. 그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과르디올라는 포덴을 두고 “활동량이 많은 박스 투 박스 플레이어”로 평가한다. 또한 지난해 잉글랜드가 인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U17월드컵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에도 포덴은 경기마다 활동량 측면에서 꾸준히 1위를 기록했다. 대회 당시 엄청난 활동량 덕분에 경기 이후에는 최대 6파운드(약 2.7kg)까지 몸무게가 줄어들기도 했다. 체지방률이 4%밖에 되지 않는 체질이라, 올해 여름 나이키 광고 촬영 차 모스크바에 갔을 때는 포덴의 어마어마한 식사량에 동행한 모든 이들이 놀랐다고 전해진다. 포덴은 아침에도 상당한 양의 식사를 하고, 나머지 두 끼니에는 늘 스테이크를 즐긴다고 한다.
모스크바에서 귀국했을 때에는 가족들이 스톡포트 기차역에서 포덴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차 한 대의 운전석에는 어머니가 앉아 있었고, 나머지 좌석은 이미 할머니, 꼬마 동생 로건을 포함한 형제들과 몇 개의 쇼핑백으로 인해 빈 자리가 여의치 않았다. “여기에 어떻게 타요?” 포덴이 묻자 어머니의 답변이 즉각 되돌아왔다. “말대답하지 말고, 그냥 얼른 타서 조용히 해라.”
포덴에게 부모님은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다. 또한 포덴도 이제는 맨시티 선수이자 U17월드컵 우승자인 동시에 FIFA 골든볼 수상자이고, BBC 올해의 영 스포츠 선수상(BBC Young Sports Personality of the Year)의 영예를 안은 기대주이지만 여전히 가족과의 친밀한 유대관계를 놓지 않고 있다. 포덴은 지금도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으며 술도 마시지 않는다. 운전도 하지 않고,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이 일반적으로 즐기는 유흥에도 크게 관심이 없다. 외출해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에도 카드가 아니라 현금을 들고 나가는데, 유혹이나 과소비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포덴에게 믿음을 가졌던 이들 중에는 마크 알렌(현 레인저스FC 풋볼 디렉터)이 있다. 알렌이 맨시티의 아카데미에 몸담았던 당시, 각 연령별 팀의 감독들이 더 덩치가 크고 힘이 좋은 다른 선수들을 포덴 대신 진급시키려고 할 때면 알렌이 포덴의 편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현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역시 포덴을 신뢰하고 있는데, 사우스게이트의 신뢰는 포덴이 만14세에 잉글랜드의 연령별 대표팀 시스템에 진입한 이후로 계속되고 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잉글랜드의 중원에 창조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포덴이 향후 12개월 안에 성인 대표팀에 소집될 가능성도 결코 적지 않다. 포덴이 소속팀 맨시티에서 출전 시간을 보장받는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확실해질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