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경기 중단? 선수협. 세련미 아쉽다

[BO]엠비 0 6500 0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살인적인 더위가 연일 기승이다. 1일에는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 최고기온인 38.4℃를 웃돌 것이라는 예보까지 나왔다.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에 훈련을 해야하는 프로야구 선수들도 더위와 전쟁 중이다. 선수들은 “상대와 싸우기 전에 더위에 패할 지경”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치고 달리고 던지느라 탈진할 정도라는 선수들의 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선수보호 차원에서 경기를 취소해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한 것은 문제가 있는 처사다. 조금 더 세련되게 어려움을 호소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을텐데 마치 “더우니 일을 쉬고 싶다”고 떼쓰는 부잣집 도련님 같은 인상을 심어준다. 그 뙤약볕에 좁은 관중석에 앉아 목청껏 응원하는 팬 보기 부끄러운 행동이다.

날씨 등에 따른 경기 취소 규정은 선수보호 의미도 있지만 관중들의 안전을 위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폭염 때문에 경기를 취소하거나 시작 시간을 늦춰달라는 요구 또한 관중들의 입장에서 고려해야 한다. 가령 “연일 이어지는 폭염 탓에 더위를 피할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관중석에 장시간 앉아 있을 경우 건강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일몰 이후인 오후 8시로 경기 시작 시간을 늦춰 관중들의 관람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면 어땠을까. 평소 경기전 훈련을 두고 “경기력 유지를 위해서 가볍게 몸을 움직여두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굳이 매일 단체 훈련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던 선수들이 “더위에 지쳤으니 (훈련이 아닌) 경기 자체를 취소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온전히 공급자(선수)들의 안전과 이익만 도모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수요자(관중)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산업은 결코 발전할 수 없다. 


 


KBO리그는 산업화 기로에 접어들었다. KBO리그 평균 연봉 1억원 시대(1억 5026만원)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각 구단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각 구단이 마케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고 KBO도 사무국 차원에서 중계권료 현실화 등 실질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외부 기관에 컨설팅을 맡기는 등 자구책 마련에 고심이다. 최고 상품인 선수들은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팬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야구 산업의 핵심 상품이라는 의식을 스스로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더위가 문제가 돼 경기력에 지장을 받을 정도면 구장 시설 개선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하나뿐인 고척 스카이돔처럼 돔구장을 확대해달라거나, 열악한 잠실구장의 원정 라커룸을 개선해달라거나, 훈련시간에 한 해 지하철 스크린도어처럼 더그아웃에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해 대기 시간이라도 더위를 식힐 방법을 찾아달라거나는 식의 주장을 한다면 KBO와 관중들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폭염에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없이 일하는 건설현장 노동자를 포함한 수 많은 현장직 노동자들은 작게는 가족, 크게는 수요자에 대한 사명감으로 묵묵히 땀을 흘린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이런 사명감을 갖고 자기 일을 바라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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