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연경 아닌 제2의 양효진…목표 바꾼 190㎝ 정호영 날개달다

[BO]스포츠 0 1204 0

드래프트 1순위, 적응 못해 고생
레프트서 센터로 전향 후 자신감
높이와 스피드 장점 센터에 적합

 

“저는 ‘하루살이’였어요. 이제 ‘오래살이’ 하려고요.”

여자 프로배구 KGC인삼공사 ‘대형 신인’ 정호영(19·1m90㎝)은 그간의 자신을 배구선수로서는 ‘하루살이’라고 표현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세트살이’가 맞을 것이다. 붙박이 자리 없이 세트 중간에도 라이트·레프트·센터 등을 오갔다. 어떻게든 경기를 치러내는 데 급급했다는 게 맞을 듯하다. 그랬던 그가 2020~21시즌 개막을 앞두고 고정 ‘센터’가 됐다. 센터 훈련 5개월. 코보컵 대회 3경기에서 9세트 동안 32득점(블로킹 8점 포함)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20경기 20득점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10일 대전 체육관에서 만난 정호영은 “지난 시즌에는 어떤 배구를 하고 있는지 잘 몰랐다. 정신없이 코트에 나가 공을 따라다니기 급급했다. 특히 레프트로 나가면 잘 못 하는 리시브까지 하다가 몸에 성한 곳이 없었다. 이도 저도 안 되고 팀에 도움도 안 돼 잘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선수다. 그런 그가 1년도 안 돼 그 정도로 큰 불안감에 휩싸였다고 고백한 거다. 깜짝 놀랐다.

정호영은 광주체중 3학년이던 2016년 아시안컵을 통해 성인 대표팀에 데뷔하며 주목받았다. 당시 키가 1m89㎝로, 국내 성인 선수를 합쳐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컸다. 점프력도 좋아 타점 높은 스파이크를 구사했다. ‘제2의 김연경’으로 불렸다. 찬사는 부담이었고, 어린 선수의 성장에 해가 됐다. 그는 “겸손이 아니라 수비와 공격 전부 잘하는 연경 언니처럼 되는 건 정말 힘들다. 배구를 중학교 때 본격적으로 시작해 기본기가 약하다. 유연성도 떨어진다”고 자신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지난 시즌 직후 고민 끝에 센터 전향을 결심했다.
 

 

정호영은 “아주 오래 꾸준히 뛰는 ‘오래살이’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센터를 해야겠더라”고 고백했다. 장점인 스피드와 높이를 살려 블로킹과 속공에 주력하는 게 낫다고 본 거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이영택 감독은 “호영이한테 ‘센터로 변신하면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이 정호영에게 기대한 건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어 나갈 날개 공격수였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팬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그는 “악플(악성 댓글)이 많았는데, 요즘은 선플(긍정 댓글)이나 응원 글이 더 많다”고 전했다.

정호영은 “요즘 배구 할 맛이 난다”고 말한다. 처음 배구공을 잡았을 때처럼 신나고 즐겁다고 한다. 야간 자율훈련도 매일 나간다. 센터 출신인 이 감독, 레프트에서 센터로 변신한 선배 한송이(36)에게 블로킹 때 손바닥 모양, 상대를 따라 재빨리 네트 앞에서 자리 잡는 법 등에 관해 조언을 구한다. 센터 경기 영상도 세심하게 관찰한다. 그는 “언니들이 제게 ‘학구열이 뜨겁다’고 한다. 이제 누가 포지션을 물어보면 ‘레프트·라이트·센터 등 다 할 수 있다’ 대신 ‘센터가 주 포지션인데 라이트·레프트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귀띔했다.

이 감독은 “센터 정호영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제2의 양효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8년 연속 여자배구 연봉 1위(7억원) 양효진(31·현대건설)은 한국 여자배구 최고 센터다. ‘제2의 김연경’ 수식어에는 부담스러워했던 정호영도 ‘제2의 양효진’이란 말에는 미소 지었다. “경험을 쌓으면 효진 언니 나이쯤에는 센터로서 잘하지 않을까요”라는 자문에선 자신감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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