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한 SSG 팬심, 오승환이 오히려 헤아렸다 "현역 김강민,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요?"
[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트레이드된) 그날 바로 통화했습니다."
오승환(41) 본인도 KBO리그에서는 삼성 라이온즈 한 팀에서만 13시즌을 뛴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원클럽맨이었다. 그랬던 팀을 떠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1982년생 동갑내기 친구 김강민(41·한화 이글스)의 갑작스러운 이적에 휴대폰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오승환은 30일 '2023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기록상'을 수상한 뒤 "김강민 선수도 많이 당황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한화) 가서도 분명히 잘할 거라고 생각하고, 충분히 그럴 능력을 갖춘 선수"라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지난달 22일 4년 만에 재개된 KBO 2차 드래프트 이후 야구계는 SSG 이야기로 연일 뜨거웠다. SSG가 세대교체를 이유로 여러 베테랑을 보호선수 35인에서 제외했고 그 중 하나였던 김강민을 4라운드로 지명한 것. 보호선수에서 제외하는 결정부터 김강민을 한화로 보내는 과정까지 모든 것이 매끄럽지 못했다. SSG는 은퇴를 논의하던 김강민이 현역 연장 의지가 무엇보다 강하다는 것을 간과했고 더 나아가 다른 구단이 노린다는 생각하지 못하면서 헛발질을 계속했다.
결국 김강민은 한화의 간곡한 설득 끝에 지난 24일 현역 연장을 선택했다. 떠나는 과정에서 인천야구와 SSG 팬들에게 "사랑하는 팬 여러분, 23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야구를 하며 많이 행복했습니다. 신세만 지고 떠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보내주신 조건없는 사랑과 소중한 추억들을 잘 간직하며 새로운 팀에서 다시 힘을 내보려 합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라는 직접 메시지를 남기며 팬들의 마음을 더 아리게 했다.
2001년 데뷔 후 23시즌간 한 팀에서만 뛰어온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원클럽맨을 홀대하는 분위기에 SSG 팬들은 실망하고 분노했다. 이는 김성용 전 단장의 좌천 및 자진 사퇴로 이어졌고 팬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구단을 향한 분노는 일주일 지난 상황에도 여전했다. 지난 2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 등장한 50여 개의 근조화환은 팬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그 마음을 헤아린 것은 오히려 타 구단 소속인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은 "(김)강민이와 통화하면서 어떠한 이야기도 못했다. '축하한다' 또는 '아쉽다' 이런 표현을 못했고 그냥 일반적인 통화를 했다. SSG 팬들께서도 많이 아쉬워하실 것"이라면서도 "반대로 김강민이라는 선수가 한 시즌이라도 더 현역으로 뛸 수 있는 것이 SSG 팬분들께는 조금 위안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런 김강민의 모습을) 조금 더 많이 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도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팬들을 위로했다.
오승환이 SSG 팬들의 허탈한 팬심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 역시 삼성 한 구단에서만 뛴 KBO리그의 대표적인 원클럽맨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2005년 데뷔 후 KBO리그에서는 삼성에서만 통산 668경기에 출전해 41승 24패 17홀드 400세이브 평균자책점 2.06, 739⅔이닝 816탈삼진을 기록했다. 올해도 30세이브를 올렸지만, 평균자책점 3.45로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 삼성은 그런 오승환의 후계자로 KT 위즈의 수호신이었던 김재윤(33)을 4년 최대 58억 원의 FA 계약을 맺고 데려왔다.
이제 셋밖에 남지 않은 1982년생 최고참이자 KBO리그 전설의 수문장은 자신이 마무리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생각보다 삼성의 뒷문이 더 강해진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기꺼워했다. 오승환은 "보직에 대한 고집은 정말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보직에 대한 고집은 전혀 없고 그것보단 시상식 와서 보니까 LG 트윈스가 우승한 것이 샘이 많이 난다. 내년에는 이렇게 시상식에 우리 팀 선수들도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면서 "김재윤의 합류는 팀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그런 선수가 있음으로써 불펜이 강해지고 팀이 더 강해진다. 이종열 단장님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나는 팀이 1승이라도 더 하는 데 있어서 어떤 역할이든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현재 오승환은 FA이지만, 원 소속팀 삼성과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 나가고 있다. 오승환은 "삼성 라이온즈라는 팀이 없었으면 오승환이라는 야구 선수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끝까지 좋은 그림으로 가야 하는 건 당연한 거고 아직도 마음 속 한 구석에는 욕심이 남아 있다. 좋은 성적도 다시 내고 싶고 마지막에 한 번은 삼성 라이온즈가 1등할 수 있는, (많은) 나이 이야기가 안 나올 수 있는 한 시즌을 꼭 한 번은 보여드리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기사제공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