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역수출 신화… KBO 출신 선수가 슈어저-커쇼보다 순위 높다, 불꽃 1년 마무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5년부터 2018년까지 SK에서 뛰며 KBO리그 팬들에게도 익숙한 메릴 켈리(35‧애리조나)는 대기만성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메이저리그 경력 하나 없이 KBO리그에 왔지만, KBO리그에서 발전을 거듭한 끝에 메이저리그로 돌아가 경력이 계속 뻗어나가고 있다. 굉장히 드문 케이스다.
탬파베이 팜의 두꺼운 투수층을 뚫지 못한 켈리는 2015년 SK와 계약했고, 4년간 뛰며 선발 투수로서의 경력과 경륜을 모두 쌓았다. 그리고 만 31세였던 2019년 애리조나와 2+2년 계약을 해 뒤늦게 메이저리그 데뷔를 했다. 첫 2년간 보장 금액은 550만 달러(약 71억 원)로 그렇게 크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서도 5선발급 선수로 봤다. 하지만 켈리는 오히려 전성기를 열기 시작했다.
켈리는 2019년 183⅓이닝을 던지며 13승14패 평균자책점 4.42의 무난한 성적을 거두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코로나19로 단축 시즌이었던 2020년에는 부상에 고전하며 5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구단이 옵션을 실행하기에는 충분한 실적을 거뒀다. 2021년은 27경기에서 7승11패 평균자책점 4.44로 다소 주춤했으나 2022년 33경기에서 200⅓이닝을 소화하며 13승8패 평균자책점 3.37의 최고 성적을 거뒀다.
켈리는 2023년과 2024년을 커버하는 2년 1800만 달러(약 233억 원) 계약에 골인하며 승승장구했다. 올해는 절정의 시즌이었다. 30경기에서 177⅔이닝을 소화하며 12승8패 평균자책점 3.29로 호투했다. 잭 갤런에 이은 2선발 자리를 공고하게 굳히는 순간이었다. 2022년 성적이 단순히 운이 아니라, 이제 막 전성기를 열어 젖힌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활약을 하며 팀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었다. 이제 켈리를 제외한 애리조나 선발 로테이션을 논하기는 어려워졌다.
가치도 인정받고 있다. 비록 사이영상 투표에서 1점도 얻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대표하는 견실한 선발 투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올해 결산도 후하다. 미 스포츠전문매체 '블리처리포트'가 30일(한국시간) 선정한 올해 최고 선발 투수 25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 매체는 켈리를 전체 18위에 올려놨다. 켈리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이런 평가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블리처리포트'는 켈리를 두고 '야구계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투수 중 하나'라고 지칭했다. 이름값이거나 연봉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번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켈리는 2022년 브레이크아웃 시즌에서 200⅓이닝 동안 13승8패 평균자책점 3.37, WHIP 1.14, 177탈삼진을 기록했다. 35세의 켈리는 올해 더 많은 기록이 진일보하며 자신의 가치가 진정한 것임을 증명했고,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보석같은 활약으로 2023년을 마무리했다'고 평가했다.
켈리의 뒤에는 뛰어난 선발 투수들이 많다. 사이영상 수상 경력이 있는 클레이튼 커쇼가 25위였고, 순위에 포함되지 못한 선수 중에는 맥스 슈어저, 쉐인 맥클라나한, 샌디 알칸타라 등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들도 있었다. 바로 앞 순위인 17위가 저스틴 벌랜더(휴스턴)였다.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였던 스펜서 스트라이더(애틀랜타)도 16위로 켈리와 거리가 멀지 않았다.
단순히 한 매체의 평가일 수도 있지만, 켈리의 올 시즌 성적을 놓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의 집계에 따르면 켈리는 올해 3.2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를 기록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24위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TOP 25'에 충분히 들어갈 만한 자격을 증명했다. 벌랜더가 3.3, 코빈 번스(밀워키)가 3.4였음을 고려하면 켈리의 올해 활약을 실감할 수 있다. 더불어 포스트시즌에서는 영웅적인 투구를 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켈리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