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단 한번뿐인 기회"…한국행 적극 추천한 아버지, 5관왕 MVP 에이스된 아들에 울컥
[스포티비뉴스=소공동, 김민경 기자] "자랑스럽고, 최고의 아들이다. 이런 아들을 둔 건 내게 행운이다."
NC 다이노스 에이스 에릭 페디(30)가 MVP 트로피를 포함해 5관왕에 오른 순간. 시상식 무대 아래서 아버지 스캇 페디는 아들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아들이 언제 이런 영광스러운 무대에 참석할 수 있을까 싶어 미국에서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스캇은 야구선수로 묵묵히, 또 열심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아들 페디를 누구보다 진심으로 축하하며 기뻐했다.
페디는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MVP를 차지했다. 기자단 투표에서 111표 가운데 102표를 쓸어 담아 득표율 91.9%를 기록했다.
MVP 외에도 트로피 4개를 더 쓸어 담으면서 5관왕이 됐다. 페디는 올 시즌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20승6패, 180⅓이닝,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했다. 다승과 탈삼진,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면서 KBO 역대 4번째이자 외국인으로는 첫 번째 투수 트리플크라운의 영광을 안았다. 여기에 올해 신설된 수비상에서 투수 부문 수상자가 됐다.
스캇은 "인생에 단 한번뿐인 기회고, 아들이 MVP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수상하는 자리에 함께하고 싶어서 멀리서 왔다"며 "페디는 자랑스러운 최고의 아들이었다. 학교에서 성적도 뛰어났다. 페디와 같은 아들을 둔 건 내게 행운"이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타국에서 인정받은 아들을 지켜본 심정을 이야기할 때는 울컥하기도 했다. 페디는 2014년 미국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에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유망주였으나 마음처럼 커리어가 풀리진 않았다. 2017년 빅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102경기(선발 88경기)에 등판해 21승33패, 454⅓이닝, 평균자책점 5.41을 기록했다. 워싱턴에서 4~5선발 경쟁은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에 눈을 돌렸다. 그 결과가 대박이었다.
한국 팀과 문화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페디는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진행한 NC 스프링캠프해 합류했을 때를 떠올리며 "야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아웃사이더'라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환경이고 언어라는 장벽도 있었다. 하지만 팀이 나를 좋아하도록 만들고 싶었고 노력을 많이 했다. 그리고 지금은 형제 같은 존재가 돼 정말 기쁘다"고 고백했다.
스캇은 그런 아들의 새로운 도전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선택은 본인의 몫으로 남겨뒀지만, 아들에게 해외에서 살면서 다른 리그에서 뛸 수 있는 인생에 단 한번뿐인 기회라고 조언하면서 잘 선택하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이야기했다.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아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말하다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감정이 올라와 얼굴까지 새빨개진 스캇은 "아빠로서 페디가 자랑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그냥 아들이 자랑스러워서 울컥했다. 정말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라고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
스캇은 지난 7월 다른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KBO리그 문화를 즐기기도 했다. 그는 "7월에 16일 정도 있으면서 아들이 등판한 4경기를 지켜봤고, 올스타전도 함께했다. 페디의 등판을 보는 건 늘 즐거운 일이다. 한국 팬문화도 즐겼다. 응원가를 따라부르고 그런 게 재미있더라"고 되돌아봤다.
포스트시즌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한 차례 등판에 그치고, NC가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순간 눈물을 훔친 아들을 기억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당시 페디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두에 두고 몸을 아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스캇은 "페디가 등판할 수 있었다면 분명 던졌을 것이라 믿는다. 페디는 경장심이 있는 선수라 많이 아쉬워했고, 많이 화도 났던 것 같다"며 속상했을 아들을 다독였다.
페디는 이제 NC 잔류와 미국 복귀 등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을 시작한다. NC는 페디와 재계약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데, 메이저리그 구단과 쩐의 전쟁을 펼친다면 승리하기 매우 어렵다.
페디는 잔류 여부와 관련해 "내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NC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다. 그 이후에 다른 팀들과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우선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NC 유니폼을 입은 페디와 아버지 스캇이 다시 한국을 찾을 날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