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이번주 먼저 떠난다, 고우석은..." 이종범은 왜 아들과 달리 사위의 ML 진출에 말을 아꼈나
[스타뉴스 | 고척=김동윤 기자]
이정후(왼쪽)과 고우석.
"나중에 기자님들 모셔놓고 말씀드릴 일이 있을 겁니다."
'바람의 아들'도 자식들의 진로에 관련해서는 한없이 조심스러웠다. 이종범(53) LG 트윈스 코치가 아들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 사위 고우석(25·LG)의 메이저리그(ML) 진출과 관련해 최대한 말을 아끼며 그들의 앞날을 응원했다..
이종범 코치는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양준혁 야구재단 주최 '202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 참석해 "(가족들의 해외 리그 도전에) 확실히 부담이 있다. 내 일이 아니라 아들의 일이고 아직 정해진 것이 없으니까 나도 언론에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확실한 답변을 못 드린다. (이)정후가 미국에 다녀와서 결정되는 것이 있으면 한 번 말씀드릴 일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이종범 코치다. 일로는 LG의 1군 주루코치로서 팀의 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제패에 기여했고, 얼마 전에는 딸 이가현 씨와 사위 고우석 사이에서 사랑스러운 외손주도 태어났다.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을 일이 아들 이정후와 사위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먼저 이정후는 올 시즌 부상으로 86경기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OPS 0.861의 성적에 그쳤음에도 미국 현지에서 최소 5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년 전 키움 구단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진출 허가로 일찌감치 준비에 나선 이정후의 미국 도전은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공식적으로 포스팅 관련 서류를 보냈고, 조만간 이정후는 미국으로 건너간다. 이종범 코치는 최근 LG 구단에 사의를 표하고 미국으로 코치 연수를 가기로 결정했다.
이종범 코치는 "(이)정후는 27~28일 사이에 미국으로 출국한다. 나는 30일에 간다. 정후가 미국에서 계약하고 시즌에 들어간 뒤에 내 할 일을 찾아서 다녀야 맞는 일이다. 미국은 구단이 다 준비해 주는 일본이랑 달라서 캠프부터 시즌 들어갈 때까지 숙소, 차량, 통역 등을 선수가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내 코치 연수는 정후의 그런 과정을 다 끝내고 나서 뒤늦게 해도 상관없다. 정후가 우선이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정후.
사위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포스팅과 관련해서는 더 말을 아꼈다. 고우석은 2017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해 빠른 공과 압도적인 구위로 KBO리그와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로 올라섰다. 통산 354경기 19승 26패 6홀드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3.18, 368⅓이닝 401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리그 최연소 한 시즌 40세이브(만 24세 1개월 21일)를 달성했다. 올해 1월 이종범 코치의 딸 이가현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고, 올 시즌에도 LG의 뒷문을 틀어막으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역할을 했다.
그 역시 한국시리즈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15일 KBO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고우석과 이정후에 대한 신분 조회 요청을 받았음을 알렸고, 그 뒤부터 본격화됐다. LG는 지난 22일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도전을 허가하기로 했고, 향후 포스팅 금액이 나온 후 선수와 최종 판단을 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미국 매체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팬들이 여전히 주목해야 할 흥미로운 이름이다. 그는 이정후나 야마모토 요시노부처럼 나이도 상당히 어린 편이다. KBO 리그에서는 시속 90마일(약 144.8㎞) 중반에 달하는 빠른 볼을 갖고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꾸준하게 시속 94~96마일(약 151.3~154.5㎞)의 구속을 찍었다"고 관심을 드러냈다.
고우석.
하지만 1년 전부터 입장을 확실히 밝혔던 이정후와 달리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포스팅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꾸준히 미국 언론으로부터 구체적인 계약 규모와 행선지가 언급되는 이정후와 달리 고우석의 미국 진출은 아직 현지에서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아 향후 행선지는 오리무중이다. 계약 규모가 작을 경우 포스팅을 허가한 LG 구단에서도 난색을 표할 수도 있다. 이 점을 이종범 코치는 조심스러워 했다.
이종범 코치는 본인 포함 이정후-고우석의 동반 미국행에 대한 질문에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특히 (고)우석이의 행방은 구단에서 키를 쥐고 있기 때문에 구단에서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면서 "정후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는 (이런 일이 있을 때)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많다. 그래서 나도 오해가 생길까봐 쉽게 이야기를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다만 응원하는 마음은 한결 같았다. 이종범 코치는 "내가 갔던 일본과 (아들, 사위가 갈) 미국은 문화가 너무 달라서 특별히 말해줄 것이 없다. 미국은 여러 나라에서 유명한 선수들이 왔기 때문에 거기 문화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술적으로는 다 성장했기 때문에 조언할 것이 없다. 본인이 직접 부딪히고 느껴야 한다"며 "나도 정후에게 한국에서 몸을 잘 만들어야 한다, 사생활 조심해야 한다는 등 멘탈적인 부분이나 경험 외적인 부분만 조언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범이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서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