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NBA리거' 지미 버틀러가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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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이동환 기자] 2019-2020 NBA 플레이오프 최대 이변은 아마도 마이애미의 파이널 진출이 아닐까 싶다. 시즌 시작 전 동부 플레이오프권 정도의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마이애미는 우승후보 밀워키, 동부 강호 보스턴을 누르고 2014년 이후 8년 만에 파이널 무대를 밟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미 버틀러가 있었다. 지난해 여름 FA 자격을 얻어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은 버틀러는 르브론 제임스 이적 후 6년 동안 우승권에서 멀어져 있던 마이애미를 파이널로 이끌었다. 지미 버틀러와 마이애미 히트. 이들은 과연 어떻게 만나게 된 걸까. 버틀러가 마이애미를 만나기까지 걸어온 길을 간략히 되돌아보았다.



지미 버틀러, 언더독에서 스타로

지미 버틀러는 NBA를 대표하는 언더독이다.

2011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30순위로 간신히 1라운드에 이름을 올린 버틀러는 NBA에서 좋은 롤 플레이어로 성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NBA에 입성했다. 다음은 드래프트를 앞두고 'NBA 드래프트넷'에서 내린 버틀러에 대한 평가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포워드다. 미래에 좋은 역량을 가진 롤 플레이어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 준수한 운동능력과 사이즈를 갖췄다. 좋은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다. 다만 어느 것 하나 잘하는 게 없는 선수이기도 하다."

"다재다능하지만 특출난 건 없는 선수다. 운동능력도 뛰어난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다. 스스로 공격을 이끌 수 있는 선수인지도 증명되지 못했다.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하거나 동료들의 득점을 돕는 플레이를 펼치기도 힘든 선수다. 웨슬리 매튜스처럼 자신에게 맞는 팀에서 뛴다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외곽슛 능력을 더 키운다면 이번 드래프트의 스틸 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버틀러의 NBA 커리어 출발은 식스맨이었다. 데릭 로즈,카를로스 부저, 조아킴 노아 등 뛰어난 선배들이 많았던 시카고에서 버틀러는 그들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했다. 버틀러 입단 당시 시카고는 이미 리그 전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강력한 전력을 구축한 팀이기도 했다. 심지어 감독은 탐 티보도였다. 증명된 것이 없는, 1라운드에 간신히 뽑힌 버틀러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가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버틀러는 꾸준히 역량을 발전시켜나갔다. 특유의 독한 성격과 성실한 훈련으로 매 시즌 공수 기량이 오름세를 보였다.

루키 시즌 평균 8.5분에 불과했던 출전 시간은 소포모어 시즌에 26.0분으로 크게 늘어났다.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플레이스타일로 티보도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덕분이었다.

2013-2014시즌에 평균 13.1점을 기록하며 팀의 핵심 로테이션 자원이자 어엿한 주전 멤버로 자리를 잡은 버틀러는 2014-2015시즌에 데뷔 후 첫 평균 20점 시즌을 보내며 주목받는 스윙맨으로 발돋움했다. 더 이상 버틀러는 한 팀의 평범한 롤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뛰어난 수준에 도달한 리그 대표 공수 겸장이었다.



이후 3년 연속 평균 20점 시즌을 보내고 올스타에도 꾸준히 선정된 버틀러는 2017년 여름, 큰 변화를 맞이한다. 리빌딩 노선을 택한 시카고가 버틀러를 미네소타로 트레이드한 것이다.

미네소타에서 버틀러는 칼 앤써니 타운스, 앤드류 위긴스, 제프 티그, 타즈 깁슨 등과 뭉쳤다. 1년 전 야인 생활을 마치고 미네소타 지휘봉을 잡은 탐 티보도 감독은 옛 제자였던 버틀러를 미네소타로 불러들이며 그에게 큰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버틀러는 그 신뢰에 보란 듯이 응답했다. 미네소타는 2004년 이후 14년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로 이끈 것.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덴버를 극적으로 잡아낸 미네소타는 결국 47승 35패, 서부 8위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첫 이적 팀인 미네소타에서의 행복한 기억은 여기서 마무리됐다.

평소 미네소타의 젊은 선수들이 농구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아쉬움이 많았던 버틀러는 미네소타의 분위기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휴스턴에 1승 4패로 패하는 과정에서 버틀러와 젊은 선수들 갈등이 더 커졌고, 플레이오프가 끝난 후에는 버틀러와 칼 앤써니-타운스, 앤드류 위긴스의 사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틀어졌다.

결국 2018-2019시즌 트레이닝 캠프를 앞두고 버틀러는 고심 끝에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한다. 탐 티보도 사장을 비롯한 미네소타 핵심 인물들이 버틀러의 마음을 돌리려 했지만 이미 버틀러는 결정을 내린 뒤였다.

결국 2018년 11월, 버틀러는 또 다시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는다. 그 팀은 필라델피아였다. 로버트 코빙턴, 다리오 사리치 등과 팀을 맞바꾼 버틀러는 필라델피아에서 이번엔 조엘 엠비드, 벤 시몬스와 뭉쳤다. 이후 토바이어스 해리스까지 합류하면서 필라델피아는 강력한 4인방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2019년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토론토를 만난 필라델피아. 이 시리즈에서 필라델피아는 토론토를 벼랑 끝까지 몰았다. 7차전 막판까지 시리즈 승자를 알 수 없는 대혈투가 펼쳐졌다.

카와이 레너드의 극적인 버저비터로 토론토의 승리로 시리즈가 마무리되긴 했지만 이 해 플레이오프에서 필라델피아는 우승 팀 토론토를 가장 끝까지 밀어부쳤던 팀으로 남았다. 그리고 그 중심엔 지미 버틀러가 있었다.



'꼰대' 버틀러와 '히트 컬처'의 만남

2019년 여름, 버틀러는 FA 자격을 얻었다. 그런데 이때 버틀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선택을 내렸다. 당장 우승후보 전력을 구축하기 힘들었던 마이애미행을 결정한 것이다.

당시 마이애미는 샐러리캡이 꽉 차 버틀러를 평범한 FA 계약으로는 아예 영입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이에 마이애미는 조쉬 리차드슨을 필라델피아로 보내고, 하산 화이트사이드를 포틀랜드로 보내는 등 엄청난 규모의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버틀러를 사인앤트레이드로 영입했다. FA 대어 영입을 기대하기 힘들었던 마이애미로서는 횡재에 가까운 일이었다.

많은 슈퍼스타들이 우승 가능성을 보고 팀을 옮기는 시대다. 앞서 언급했지만 2019년 여름 FA 시장에서 마이애미는 우승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슈퍼스타들의 눈길을 끌기 어려운 팀이었다. 그렇다면 버틀러는 도대체 왜 마이애미행을 택한 걸까?

그 이유는 바로 '히트 컬처(Heat Culture)'다.

2018-2019시즌 필라델피아 선수로 뛰던 버틀러는 드웨인 웨이드의 마이애미 홈 은퇴 경기에 상대 선수로 출전하게 됐다. 당시 웨이드를 향해 뜨거운 환호를 보내는 아메리칸 에어라인즈 아레나의 분위기에 버틀러는 크게 고무됐다는 후문이다.

이후 웨이드는 버틀러가 FA 시장에 나오자 그를 적극적으로 유혹했다. 웨이드는 과거 시카고에서 버틀러와 한 시즌을 함께 뛴 적이 있었다. 2016-2017시즌이었다. 당시 버틀러와 팀 동료로 지내며 그의 농구에 대한 태도, 열정을 잘 알게 된 웨이드는 버틀러에게 마이애미에서 뛰어볼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마이애미가 가지고 있는 '히트 컬처'가 버틀러와 무척 잘 맞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팻 라일리 사장-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는 '히트 컬처'는 농구를 항상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대하고 더 나은 경기력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쏟아 붓길 요구하는 마이애미 특유의 분위기라고 보면 된다.

사실 이 같은 '히트 컬처'는 꽤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제아무리 많은 연봉을 받는 스타 플레이어도 이 분위기를 흔들거나 망치면 코칭스태프의 외면을 받게 된다. 하산 화이트사이드가 대표적이다.

미네소타 시절 버틀러는 '꼰대'라는 별명을 얻었다. 젊은 선수들에게 농구에 더 헌신하고 농구를 위해 더 노력할 것을 강조하는 성향 때문에 탄생한 별명이었다.

이로 인해 미네소타에서 젊은 선수들과 다시 갈등을 일으키고 급기야 트레이드까지 됐던 버틀러는 FA 시장에서 자신의 그런 성향을 맞춰줄 팀을 찾길 바랐다. 그리고 웨이드의 조언으로 버틀러는 결국 마이애미를 새로운 둥지로 택한다.



버틀러-히트, 환상의 짝꿍이 되다

지미 버틀러와 마이애미는 말 그대로 환상의 짝꿍이었다.

웨이드의 권유처럼 버틀러의 성향과 마이애미의 분위기는 무척 잘 맞았다. 코트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길 원하는 버틀러의 태도를 마이애미는 예전부터 팀 문화로 만들어온 팀이었다.

마이애미 이적 후 버틀러는 새벽 3시에 개인 훈련을 간다는 의미가 담긴 사진을 SNS에 올려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타일로 히로 같은 신참들도 어김없이 버틀러의 행보에 동참했다. 버틀러와 마이애미의 시너지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2019-2020시즌. 마이애미는 NBA 팬들을 놀라게 한다. 개막 6경기에서 무려 5승을 챙기는 등 개막 20경기에서 15승 5패를 기록하며 리그 선두권으로 곧바로 치고 나간 것이다.

여기에는 버틀러의 플레이스타일과 희생도 큰 도움이 됐다.

이전까지 스윙맨으로서 자신의 득점을 쌓는 플레이에 집중했던 버틀러는 마이애미에서는 스코어러가 아닌 플레이메이커로 역할을 바꿨다. 볼을 가지고 2대2 게임을 하되 동료들에게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살려줬다. 림 끝까지 치고 들어갔다가도 3점슛 라인 앞에 선 던컨 로빈슨, 타일러 히로 같은 동료들에게 과감하게 킥아웃 패스를 뿌렸다.

버틀러 본인은 미네소타, 필라델피아 시절에 비해 점프슛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로 고생했다. 하지만 버틀러의 플레이스타일 변화 속에 마이애미는 팀 전체가 공격에서 균형적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고, 결국 그 성과는 정규시즌을 넘어 플레이오프로 이어졌다.

정규시즌에 동료들을 살려주는 데 좀 더 집중했던 버틀러는 플레이오프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킬러 본능을 드러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밀워키와의 동부 준결승 시리즈에서는 고비마다 클러치 샷을 터트렸고, 레이커스를 만난 파이널에서는 엄청난 득점을 쏟아 부으며 부상자가 쏟아졌던 마이애미를 두 차례나 극적인 승리로 이끌었다.

버틀러는 파이널 3차전에서 44분 51초 동안 40점 11리바운드 1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0승 2패로 위기에 몰려 있던 마이애미를 구했고, 5차전에서도 35점 12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블랙맘바 저지를 입고 5차전에서 시리즈를 마무리하려고 했던 레이커스는 47분 12초 동안 코트를 누빈 버틀러의 열정적인 플레이 때문에 블랙맘바 저지를 입은 경기에서 처음으로 패배를 당하는 난감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끝내 우승이 아닌 준우승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2019-2020시즌은 버틀러와 마이애미 모두에게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은 시즌이었다. 더 끈끈해진 '히트 컬처' 속에 버틀러와 마이애미는 이제 2020-2021시즌을 기다린다. 과연 마이애미는 지난 시즌을 성공을 앞으로 더 큰 성공으로 키워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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