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1st] 마침내 말디니 복귀, '레전드 케미'가 밀란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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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AC밀란은 1년 전 경영권 교체에 희망을 걸었지만 그 뒤로 표류를 반복했다. 이번엔 구단의 실질적인 운영과 영입 정책을 관리할 디렉터들이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팀의 '레전드'인 레오나르두와 파올로 말디니다.

말디니는 7일(한국시간) 밀란 경영진으로 복귀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레오나르두가 여전히 스포츠 디렉터를 맡는다. 말디니는 스포츠 전략 및 발전 디렉터라는 직함을 갖게 됐다.

레오나르두는 밀란의 전설이라기엔 조금 부족하지만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밀란에서 활약했고, 브라질 대표팀의 일원으로 '1994 미국월드컵'을 우승한 경력도 있는만큼 한때 팀의 간판 스타였다. 2003년 밀란에서 은퇴하기 위해 돌아오기도 했다.

밀란은 두 디렉터 말고도 여러 '레전드'들이 구단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말디니보다 선배인 전설적 수비수 프랑코 바레시는 브랜드 홍보대사 직함을 갖고 있다. 밀란에서 자기 번호가 영구 결번 처리된 선수는 3번의 말디니, 6번의 바레시 두 명뿐이다. 코칭 스태프 중 젠나로 가투소 감독, 크리스티안 아비아티 선수단 매니저가 말디니의 후배 선수 출신이다.

말디니의 밀란 복귀를 통해 한때 선수로서 세리에A 우승을 다투던 라이벌들의 경영 대결 구도가 완성됐다. 유벤투스의 파벨 네드베드 부회장, AS로마의 프란체스코 토티 디렉터, 인테르밀란의 하비에르 사네티 부회장에 이어 말디니가 합류했다. 2000년대 세리에A를 대표하던 스타들이 대표적인 명문팀마다 한 명씩 양복을 빼입고 관중석에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밀란 역사상 최고 선수 말디니, 그러나 돌아올 자리가 없었던 9년

파올로 말디니는 아버지 체사레 말디니부터 아들들까지 밀란에 '충성'한 가문의 일원이다. 체사레는 밀란에서 12시즌 동안 뛴 뒤 코치, 감독을 거쳤다. 파올로는 1985년 밀란 선수로 데뷔해 2009년까지 무려 24시즌 동안 활약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5회를 비롯해 수많은 우승컵을 밀란에 선사했다. 축구를 넘어 세계 모든 스포츠 종목의 '원 클럽 맨' 또는 '프랜차이즈 스타' 중 기간, 업적, 명성을 모두 고려했을 때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인물 중 하나다.

그러나 2009년 선수로서 은퇴한 뒤 코치도, 감독도, 구단 경영도 하지 않고 지냈다. 한때 동료였고 나중에 말디니를 지도했던 카를로 안첼로티가 첼시 코치직을 제의한 적이 있으나 거절했다. 레오나르두가 파리생제르맹(PSG) 단장이던 시절 내민 손도 말디니가 거절했다. 말디니의 활약이라고는 2015년 미국 신생 구단 마이애미FC의 공동 소유주가 되고, 지난해 테니스 공식 대회에 참가한 것 정도가 전부였다.

말디니가 밀란을 떠난 뒤 한동안 복귀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여러 차례 분석 기사가 났다. 그중 가장 결정적인 것 중 하나는 밀란에서 말디니가 권한을 갖고 할 만한 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밀란은 1980년대 전성기를 일으켰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구단주가 지난 2017년까지 소유하고 있던 팀이다. 그 아래서 오랫동안 밀란을 경영한 인물이 아드리아노 갈리아니다. 단장, 사장, 부회장 등의 직함을 갖고 밀란을 운영했던 갈리아니가 아리에도 브레이다와 함께 전권을 쥐고 있었다.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하고 갈리아니가 경영하는 동안 밀란이 유독 '레전드'들을 박하게 대우한 것도 실권이 있는 역할은 갈리아니와 그 측근들이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레시의 역할인 브랜드 홍보대사는 사실상 한직(限職)이다. 밀란은 유소년팀 감독이었던 필리포 인차기를 비롯해 클라렌스 시도르프, 크리스티안 브로키 등 말디니의 동료였던 스타 선수들을 경솔하게 감독으로 앉혔다가 경질하는 행태를 반복하기도 했다.

밀란의 상황은 최근 급변했다. 지난해 베를루스코니에게서 밀란을 인수한 리용홍은 중국계 거부로 알려졌으나, 당초 홍보한 것과 달리 인수 과정에서 많은 빚을 졌다는 것이 드러났다. 파산 위기를 넘긴 밀란은 미국의 엘리어트로 인수됐다. 그리고 올여름 레오나르도 단장에 이어 말디니까지 경영진에 합류했다.

레오나르두와 말디니, 어쩌면 카카까지?

레오나르두는 명성에만 기대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2011년부터 경력을 쌓아 온 전문 경영인다. PSG가 카타르 계 자본의 힘으로 강호가 된 건 돈의 힘뿐 아니라 레오나르두의 힘이기도 했다. 당시 레오나르두는 벼락부자 구단 PSG가 강팀으로서 기틀을 잡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까지 PSG의 중흥기를 이끈 하비에르 파스토레, 블래즈 마튀디를 첫해 영입했다. 이듬해는 티아구 시우바, 루카스 모우라,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마르코 베라티를 영입하고 아드리앙 라비오를 유소년 팀에서 1군으로 승격시켰다. 자신이 잘 아는 이탈리아세리에A 선수들을 집중 영입하며 과소비보다는 합리적인 소비 위주로 팀을 구성해 나갔다.

밀란으로 오자마자 레오나르두는 현명한 이적 시장으로 호평 받고 있다.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을 영입하며 단숨에 가장 큰 문제를 해결했다.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밀란을 떠나고 싶어하자, 유벤투스의 전도유망한 수비수 마티아 칼다라와 맞교환을 성사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말디니는 초보 디렉터다. 레오나르두는 말디니가 때론 협력하고, 때론 일하는 요령을 배우기에 적합한 동료다. 아직 경영 능력을 보여준 바는 없지만 말디니 역시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성격으로 알려졌다. 축구인, 특히 이탈리아 축구인들이 흔히 인맥과 정에 끌려 의사결정을 하지만, 말디니는 레오나르두에게서 구체적인 업무 제안이 올 때까지 9년이나 기다렸다.

레오나르두는 말디니의 취임 기자회견에 함께 등장해 "파올로와 나는 이적 시장에 관한 모든 걸 관장할 것이다"라며 "의지할 수 있는 사람, 함께 일할 만한 사람을 고르는 건 중요한 일이다. 일이 많다고 아무나 고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역 시절 파올로가 헌신적으로 훈련하는 모습은 굉장했다. 말디니의 의지력과 열망은 현재의 선수들도 본받아야 한다. 선수와 사인하는 것만이 차이를 만드는 방법은 아니다"라며 말디니가 여러모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밝혔다.

말디니는 "상황이 달라졌다. 레오나르두와 새 구단주들은 내게 새 프로젝트를 보여줬고, 나는 신뢰를 갖게 됐다. 레오나르두는 기본을 아는 사람이다. 차이를 만들 줄 안다. 우린 친구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점은 있지만 잘 맞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밀란은 앞으로 더 많은 전설적 선수들로 경영진을 꾸릴 수도 있다. 카카가 밀란에 합류하고 싶어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레오나르두는 이 보도에 대해 "카카를 사랑한다. 그는 내 제자 같은 존재였다. 그는 디렉터가 어떤 일인지 배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카카는 밀란의 마지막 발롱도르 수상자이기도 하다. 카카가 우리와 함께하고픈 뜻을 밝힌 건 사실이다. 카카는 9월에 밀라노로 올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대화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기사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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