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통역으로 나선 이다현, 김밥에 푹 빠진 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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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지난 8월 22일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가 5일 여자부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로 인해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철저한 준비와, 많은 관계자들의 숨겨진 노력으로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없이 대회를 마무리했다. 2주간 진행된 대회는 한국전력과 GS칼텍스의 우승드라마 외에도 TV 속에서 보지 못한 뒷이야기도 남겼다.

#1 이다현이 루소에게 건넨 말은
 
지난 8월 30일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여자부 개막전이 열렸다. 1세트 초반부터 흥국생명이 기세를 잡았다. 흥국생명의 맹공이 이어지자 이도희 감독은 13-19에서 두 번째 작전타임을 불렀다.

 
이후 작전타임 과정에서 재밌는 장면이 포착됐다. 바로 루소에게 이도희 감독의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이가 전문 통역 최윤지 통역이 아닌 미들블로커 이다현이었다. 이다현은 이도희 감독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은 뒤 루소에게 다가가 통역해 주었다. 이다현의 통역 장면은 네티즌들에게도 큰 화제를 모았다.

현대건설 구단 관계자는 이다현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약 3년간 필리핀에서 지내 영어에 익숙하다고 했다. 이도희 감독은 "다현이가 어릴 때 외국에서 잠깐 살고 왔다. 평소에도 루소와 영어로 대화를 한다. 그런데 영어 하는 것을 내비치려고 하지는 않는다. 쑥스러워 한다"라고 웃었다.

#2 러츠, "이지언 통역은 선생님이자 친구"

타국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활약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의 문화, 음식 또는 팀 문화 등에 모두 적응해야 한다. 좋은 활약을 펼쳤음에도 한국 생활에 적응을 못해 떠난 선수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러츠는 해당되지 않는듯하다. 이미 러츠는 한국 문화와 한국 음식에 적응이 되어 있다.

지난 시즌 러츠가 푹 빠진 음식은 불고기, 비빔밥, 삼겹살 등 전통 한국 음식이었다. 요즘은 김밥에 푹 빠졌다. 러츠는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지만 최근에는 김밥을 가장 좋아한다. 미국에 있을 때는 김밥을 사 먹지 못했다. 얼른 먹고 싶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한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지언 통역의 존재다. 지난 시즌에도 함께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이다. 이지언 통역은 러츠를 데리고 한국 문화를 많이 소개해 줬다. 찜질 방 문화도 알려줬다. 현대건설과 조순위결정전 종료 후 러츠에게 '이지언 통역은 본인에게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러츠는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선생님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다. 함께 있으면 즐겁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헐리우드급 리액션을 보여줬다. 통역과 외인으로 만난 일적인 사이가 아닌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고 있는 두 사람이다.

#3 랜선에서 만난 선수와 가족, 그리고 팬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서두에서 말했듯 이번 컵대회는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하나 많은 팬들은 랜선으로 컵대회 경기를 지켜볼 수 있었다. KOVO는 경기장 내 18m 대형 LED 전광판을 설치하여 사전에 SNS를 통해 선발된 팬들이 집에서 펼치는 랜선 응원을 라이브로 보냈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며 경기를 관람했다. 박기량 치어리더 등 네 명의 치어리더들도 랜선으로 팬들과 호흡했다.

랜선 응원전에서 유명인도 볼 수 있었다. 먼저 재활 치료로 인해 제천에 오지 못한 삼성화재 지태환과 신장호가 주인공이다. 경기장에 함께 있진 않지만 마음만은 선수들과 함께 뛰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들은 '삼성블팡 파이팅', '블루팡스 파이팅', 'Bartek 나이스' 등을 적었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팀은 패했다.

대한항공 한선수의 첫째 딸 효주 양과 둘째 딸 수연 양도 랜선으로 아빠를 응원했다. 집에서 아빠의 이름을 연신 외쳤다. 두 딸은 지난 8월 6일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연습경기가 열린 대한항공 전용연습장에도 엄마의 손을 잡고 방문한 바 있다. 시간이 될 때마다 아빠를 응원하는 딸들이 있기에 한선수가 지금도 여전히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듯하다. KGC인삼공사 배드민턴단도 숙소를 함께 쓰는 배구단을 응원했다.

이처럼 이번 컵대회는 철저한 방역과 모두의 노력 덕분에 단 한 명의 확진자 없이 대회를 마무리했다. 팬들은 경기장에서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을 랜선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무관중 경기였지만 팬들과 선수들은 한마음으로 호흡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팬들의 소중함을 더 절실히 깨달았다. 박미희 감독은 "무관중이다 보니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라고 했고, 김연경도 "긴장감이 더 돌려면 팬들이 있어야 한다. 팬들과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 관중이 없다 보니 긴장감이 없더라"라고 말했다. 팬들의 응원이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여준다는 것을 알았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에 2020-2021시즌 초반도 무관중 경기가 펼쳐질 수 있다. 이번 대회를 운영하면서 쌓인 노하우들이 시즌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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