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충격패' 황선홍호,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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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3연패와 올림픽 10회 연속 본선진출, 과연 황선홍호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목표일까. 선수선발 및 관리, 전술과 경기운영, 위기 대처까지 모든 면에서 황선홍호에게 심각한 빨간불이 켜졌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3 대표팀은 9월 6일 경남 창원의 창원축구센터주경기장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예선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카타르를 상대로 0-2의 충격패를 당했다. 이번 아시안컵 예선은 파리올림픽 1차예선을 겸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부분은 카타르가 U-23 아시안컵 개최국이라 승패가 본선진출에는 영향을 주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 오는 9일 키르기스스탄, 12일 미얀마 등 약체들과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우승과 올림픽 진출을 노리는 황선홍호가 그리 강호라고 할 수 없는 카타르를 상대로 홈에서 무기력하게 무득점 완패를 당했다는 것이 충격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또한 카타르는 이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맞붙을 수 있는 팀이기도 하다.
 
가장 뼈아픈 부분은 이날 패배로 가뜩이나 심각하던 '감독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더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사령탑인 황선홍 감독은 이날 카타르를 상대로 초반부터 전술 싸움에서 밀린 데다 위기 상황에서 유연한 대처능력을 보여주지도 못하면서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다.
 
한국은 비록 첫 경기임을 감안해도 공격과 수비, 중원 모두 조직력을 찾아볼 수 없는 지리멸렬한 경기를 펼쳤다. 중원에서는 짧은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져 상대에게 번번이 공을 뺏겼고, 수비는 카타르의 빠른 속공에 연이어 흔들리며 불안함을 노출했다. 더불어 2실점 모두 한국의 수비와 골키퍼의 실수로 인한 반 자책골에 가까울만큼 집중력도 떨어졌다. 한국이 먼저 리드를 내주자 카타르는 중동 축구 특유의 시간 지연 플레이로 경기 흐름을 주도했고, 우리 선수들은 조급한 마음에 평정심을 잃고 더욱 흔들렸다.
 
황선홍 감독은 카타르에 중원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 후반 들어 홍윤상(포항), 이현주(비스바덴) 등을 투입하며 공격적인 변화를 시도했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 황 감독이 팀을 맡은 지 2년이나 됐고, 카타르의 일리디우 발르 감독은 부임한 지 고작 한 달밖에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더욱 굴욕적인 패배였다. 


우려가 현실로... 여러모로 불안한 황선홍호
 


황선홍호에 대한 팬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2021년 9월 연령별 대표팀 지휘봉을 맡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우승, 항저우 AG,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과 메달권 진입이 목표였다.
 
황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4강신화를 이끈 주역이자, 한국축구 역대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레전드 출신이다. 지도자로서도 포항과 서울에서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2013년 포항에서 K리그와 FA컵을 모두 들어 올리는 '더블'을 달성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로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FC서울, 대전하나시티즌에서 연이어 성적 부진으로 사임했다.
 
황 감독이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되었을 때부터 사실 평가는 엇갈렸다. 연령대별 대표팀이지만 U-23팀은 한국축구에서 A팀 다음으로 그 위상이 특별하다. 프로선수들에게 민감한 병역혜택이 걸려있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나서는데다, 여기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경우 A팀 차기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는 지름길로도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허정무, 신태용, 홍명보, 고 핌 베어벡 등은 A팀과 올림픽팀을 모두 맡아본 지도자들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지도자로서도 줄곧 하락세를 그려온 데다, 지도자로서는 줄곧 클럽팀만 맡아오며 국가대항전이나 젊은 선수들과의 연결고리가 부족한 황 감독의 선임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많았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황 감독은 부임 2년이 되도록 결과와 내용 면에서 모두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거듭되는 자충수와 패착으로 논란을 자초하며 현역 시절의 명성마저도 깎아먹고 있는 상황이다.
 
황선홍 감독의 부임 이후 결정적인 장면만 추려도 낙제점을 받을 만한 중대한 사건이 벌써 4번이다.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첫 무대였던 2021년 6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2022 AFC U-23 아시안컵 본선 8강에서 일본과 만나 0-3으로 무기력하게 완패했다. 한국이 유럽파 이강인을 비롯하여 23세 이하 최정예 선수들을 끌어모은 반면, 일본은 21세 이하 선수들이 주축이 되었기에 충격이 더 컸다. 황선홍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이 본격적으로 피어오른 계기다.
 
올해 6월에는 중국과의 무리한 원정 평가전 2연전 추진으로 도마에 올랐다. 황 감독과 축구협회는 아시안게임을 대비한 현지 적응차원으로 평가전을 수락했다고 밝혔지만, 중국의 상상을 넘어선 거친 '소림축구'로 부상자가 속출하자 안 하느니만 못 한 경기였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경기 후 황 감독의 변명에 가까운 인터뷰도 뭇매를 맞았다. 한국은 2차전에서 중국에 0-1 패배하며 전술적으로 큰 소득을 얻지도 못했을뿐 아니라, 선수 보호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었다.

7월에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명단을 선정하며 불미스러운 논란에 휩싸였다. 명단 발표 이후 과거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이상민(성남FC)의 발탁 자격을 두고 문제가 불거졌다. 애초에 이상민이 규정상 국가대표로 선발될 자격이 없는 선수라는 것이 드러나며 여론이 악화됐다.
 
황선홍 감독도 음주운전에 대해 알고서도 발탁했다면 규정 위반이고, 몰랐다면 선수와 규정 파악 면에서 무능을 드러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황 감독과 축구협회의 어이없는 실수로 대표팀은 하마터면 귀중한 선수 엔트리 한 장을 날릴 뻔했다. 결국 황 감독과 축구협회는 나흘 만에 이상민의 발탁을 철회하고 공식 사과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그리고 네 번째가 바로 이번 카타르전 패배다. 항저우 AG가 1년 미뤄지면서 대표팀은 AFC U-23 아시안컵 예선과 항저우 AG 대회 일정이 9월에 동시에 겹치게 됐다. 황 감독은 올림픽에 도전할 22세 이하(U-22) 대표팀과 항저우로 향할 24세 이하(U-24) 대표팀을 이원화하여 동시에 지휘하는 '투 트랙' 운영을 해야 했다.
 
하지만 올림픽팀은 첫 경기부터 무기력한 경기력과 패배로 황선홍호에 대한 불안감만 높였다. 특히 허약한 최전방과 골키퍼의 약점이 두드러진다. 항저우행을 앞둔 아시안게임 대표팀 역시 와일드카드 3장을 모두 사용했음에도, 여전히 에이스 이강인(PSG)의 컨디션이 불투명하고 믿을 만한 대형 공격수의 부재로 인하여 '역대 최약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황 감독은 아시안컵 예선부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까지 3~4일 단위로 최소 6경기, 토너먼트까지 포함하면 한 달여 동안 최대 10경기를 지휘해야 한다. 그동안 보여준 경기력을 감안할 때 황 감독이 과연 전술적으로 여러 가지 돌발변수와 상대팀의 맞춤형 전략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일 다른 지도자들 같았다면 진작에 경질론까지 거론돼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황 감독은 '한국축구의 레전드'라는 과거의 이름값 덕분에 어느 정도 수혜를 입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부임한 지 2년이 되었다면 이제는 성과로서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남은 아시안컵 예선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납득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면 황선홍 체제로 파리올림픽까지 계속 가야 할지 진지하고 냉정한 중간평가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제공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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