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한 ‘경우의 수’…‘방심하기 쉬운팀’ 중국 꺾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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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한국 스포츠는 해방 이후 ‘경우의 수’를 멍에 처럼 달고 다녔다.

러시아 월드컵 축구에서 멕시코가 스웨덴만 이겼더라도 우리는 16강에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멕시코는 졌다. 우리가 독일을 이겨야 하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꺾어야 하는, 이 힘겨운 ‘경우의 수’ 실현 가능성을 지켜보는 동안 우리 국민은 얼마나 마음 졸였던가.

한국 스포츠가 아주 오랜만에, 2018 아시안게임 야구에서 편안한 ‘경우의 수’를 만났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야구 월드컵(WBC) 3위와 2위를 했던, 그 범접할 수 없는 ‘스펙’을 갖추고도 대만 실업선발에 패퇴했던 한국 프로야구 올스타는 일본 사회인야구 선발을 이기고서야 비로소, 어렵지 않은 ‘경우의 수’를 얻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슈퍼라운드에 1패를 안고 진출한 한국은 30일 일본을 5-1로 꺾음으로써, 절대적으로 유리한 ‘경우의 수’를 만났다.

1승씩을 안고 슈퍼라운드에 진출한 대만과 일본은 반대로, 상대팀을 반드시 이기되, 여유있게 이겨야 안심할 수 있는 ‘경우의 수’와 조우하게 됐다.

우리가 약체로 분류되는 중국을 꺾는 제1조건과 대만이 일본을 꺾는 제2조건이 충족되면 우리는 두 경기의 득점과 관계없이 2승1패 2위로, 3승의 대만과 함께 결승전에 오른다.

우리가 중국에게 진다면 YMCA를 통해 한국에 야구가 전해진 100여년래 최고 참사라는 상처를 입은 채 귀국하면 된다. 역사에 길이 길이 남을 것이다.

우리가 중국에게 ‘당연히’ 이긴다고 보고, 일본이 대만을 꺾어 한-일-대만 모두 1승1패일 경우에도 우리는 최소한 2위를 확보해 결승에 오른다.

이유는 이렇다. 결승에 진출할 슈퍼라운드 1,2팀은 동률팀 간 순위 결정 수치인 ‘팀 성적지표(TQB)’로 가려낸다. TQB는 동률팀 간 경기 중 총득점을 전체 공격이닝으로 나눈 수치에서 총실점을 전체 수비이닝으로 나눈 수치를 뺀 지표이다.

한국은 대만전에서 공수 9이닝동안 1-2로 졌고, 일본전에서도 공수 9이닝을 풀로 뛰어 5-1로 이겼다. 6득점/18이닝에서 3실점/18이닝을 빼면 0.167이 나온다. 일본이 대만을 이긴다면 9점차 이상으로 대승하지 않는 한 우리가 1위가 된다. 1,2위 순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우리에겐 ‘경우의 수’에 여유가 생겼으니, 남의 나라 걱정을 잠시 해보자.

일본이 대만을 3점차 이상으로 이기면 일본이 결승에 오른다. 그런데 일본이 대만을 2점차로 이기면 두팀 모두 TQB가 -0.111로 동률이 된다. 참고로 일본-대만전에 대만이 후공이므로 일본이 앞선다면 공수 9이닝을 꽉 채워 경기한다.

이처럼 TQB마저 같을 경우 ‘ER-TQB’라는 ‘수식 몬스터’로 순위를 가린다. ER-TQB의 계산식은 ‘(상대 자책점 의한 득점/공격 이닝) - (자책점/수비 이닝)’이다. 자책점이 적은 팀이 앞 순위를 차지한다. 그 다음엔 팀 타율을 비교하고, 이처럼 하다하다 안되면 ‘동전 던지기’를 하게 된다. 동전 던지기 까지야 가지 않겠지만, 동양적이라 정감이 간다.

한마디로 한국은 31일 오후4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야구장에서 열릴 중국전에서만 이기면, 객관적인 전력상 ‘병역면제 7부능선’에 오른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은 중국에 낙승을 거둘까?

우리가 금메달을 땄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예선전에서, 한국은 약체 중국에 9회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치기’에 가서야 1-0으로 이겨, 체면을 구긴 기억이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한중전 예상은 독일과 한국 간 월드컵 축구경기 직전 전망과 비슷하다. 로또급이었다. 그러나 두껑을 열었더니 한국축구가 독일을 2-0으로 이겼다. 한국을 이긴 대만이 30일 중국전에서 1-0 신승을 거둔 것을 보면, ‘스펙’ 믿고 거들먹 거리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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