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교체’ 박병호 “홈런 더 친들 무슨 의미?”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장정석 넥센 감독은 5일 수원 kt전에서 6회초가 끝난 뒤 박병호를 김규민으로 교체했다. 스코어는 15-0으로 승부의 추는 이미 넥센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박병호는 11일 만에 멀티 홈런을 칠 정도로 타격감이 좋았다.
끝까지 뛴다면 두 차례 정도 타석에 설 기회가 주어진다. 2018시즌 KBO리그로 돌아온 박병호는 멀티 홈런을 다섯 번 기록했으나 3개 이상 때린 적은 없다. 팬은 박병호의 홈런을 고대한다.
박병호의 홈런은 후반기 KBO리그의 핫 이슈다. 후반기(16경기 출전)에만 10개의 아치를 그렸다. 압도적인 1위다(2위는 7개씩을 친 SK 로맥과 kt 로하스). 최정(31홈런·SK)이 전열에서 이탈한 사이, 박병호(29홈런)는 몰아치기로 홈런 부문 선두 로맥(35홈런)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몰아치기에 능한 박병호다. 그렇지만 박병호는 홈런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코칭스태프가 교체 의사를 묻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네”라고 답했다.
박병호는 “(사람마다)생각이 다를 수 있다. 내가 교체되지 않고 타석에 더 서서 홈런을 쳤다고 해도 개인 기록 이외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상황에서 내 홈런은)중요하지 않다. 다른 선수들도 뛰어야 한다. 그 기회가 (팀에)오랜만에 주어졌다. 나 또한 경기 도중 교체된 지가 오래됐다. 감독님께서 좋은 판단과 결정을 하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넥센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전개된 경기였다. 박병호의 세 번째, 네 번째 홈런이 보탬이 크게 될 것은 없었다. 다른 힘을 기르면서 박병호의 힘을 비축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더욱 치열해지는 순위 경쟁이다. 넥센은 4위 LG와 1.5경기차다. 박병호의 1홈런보다 넥센의 1승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박병호는 “사실 (개인 기록에 대해)별 생각이 없다. 내 홈런에 대한 기사가 많이 나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홈런을 의식하지 않고)팀이 많이 이겨야 한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중이다”라며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모른다. 지금 순위 경쟁이 정말 치열하다. 순위 변동도 심하다. 최대한 많이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4일 경기의 홈런(9회초 결승 2점 홈런) 같은 게 더욱 짜릿하다. 투수들이 호투를 펼치고 있었다. 팀이 필요할 때 타점을 올려야 한다. 그것이 4번타자인 내가 해야 할 역할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병호는 정신력을 강조했다. 그는 “폭염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10개 팀 모두 같은 환경에서 경기를 한다. 이 시기는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미세한 플레이 하나가 승부를 좌우할 수 있다. 내 홈런도 투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 실투하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딴 생각을 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조금이라도 안일하게 임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팀을 위한 따끔한 일침도 했다. 자신을 향한 회초리이기도 하다. 박병호는 “팀에 부족한 것 중 하나가 ‘헝그리 정신’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지거나 안 될 때 분노할 줄도 알아야 한다. 후배들은 선배들을 보고 많이 배운다. 특히 우리는 젊은 선수가 많은 팀이다. 때문에 선배들의 역할이 크다. (후반기 들어 성적이 좋지 않아)분위기가 침체됐는데 선배들부터 반성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선배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잘 이끌어가자고 독려했다”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