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도 유분수, 이대은 둘러싼 루머 '솔솔'
[수원=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관련 규정까지 바꿔 야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했더니 꿈을 찾아 떠나겠다는 얘기가 들린다. 해외파를 대상으로 하는 신인 드래프트 신청 마감일(11일)이 다가 오는 가운데 막바지 군복무 중인 이대은(29·경찰 야구단)을 둘러싼 소문이 무성하다.
이대은과 관련한 루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프로야구 규약의 ‘외국진출선수에 대한 특례’ 조항에 따르면 해외파선수가 KBO리그에 진출하려면 정당한 자격을 얻은 뒤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야 하는데 일반적인 신인선수와 달리 계약금을 받을 수 없고 연봉도 프로야구 최저연봉(27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때문에 오는 9월 소집 해제를 앞둔 이대은이 KBO리그의 적은 연봉에 불만을 품고 다른 방법으로 보전받을 길을 모색 중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입장이 다르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냈더니 보따리 찾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금조 사무차장보는 “해외파 드래프트를 통해 KBO리그에 입단하는 선수들은 과거 해외 리그로 진출할 때 계약금과 연봉 등을 받은 선수들이다. 이른바 해외파 특별규정을 인지한 상태로 해외리그로 진출했다고 보면 이와 관련한 이의신청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신분일 때 해외 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수 많은 선수들은 KBO리그로 돌아올 경우 2년간 활동 금지 등의 페널티를 적용받는다. 모르고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금전적인 문제로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비치는 것조차 문제가 될 수 있다.
민감한 상황에 이대은은 최근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KT 측과 접촉해 의혹을 부추키기도 했다. KT 나도현 운영팀장은 “이대은의 KBO리그 복귀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만났을 뿐 돈 얘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잘라말한 뒤 “다만 해외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미련은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 메이저리그라는 꿈에 한 번 더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는 얘기다. 나 팀장은 “과거 최향남도 딱 한 번만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고 싶다는 일념으로 끊임없이 문을 두드렸다. 이대은도 그런 마음으로 미련을 접지 못하는 것”이라고 감싸안았다. 선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이라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라”는 취지의 덕담으로 미팅을 끝냈다고 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돈이 아닌 꿈을 좇는 것이라는 변명도 인정받기 어렵다. 순수하게 꿈을 좇을 시기도 지났고 그만한 기량을 보여준 적도 없다. 미국과 일본에서 방출당한 서른에 접어든 투수에게 다시 기회를 줄 리그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 사무차장보는 “해외파 드래프트에 신청서를 내지 않고 해외리그에 재도전할 경우 복귀 시 다시 2년 간 유예기간을 가져야 한다. 드래프트에 참가했더라도 계약을 맺지 않고 해외리그에 입단해도 마찬가지로 페널티 적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자칫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파란만장했던 야구인생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대은 측은 “선수 본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며 억울하다고 호소한다. 그의 에이전트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 대표도 “이대은은 실질적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아마추어 선수들과 같은 신분이기 때문에 에이전트가 계약건에 대해 일체 관여할 수 없다. (이)대은이를 둘러싼 여러가지 소문에 하나하나 대응하다가는 오히려 논란만 더 가중시키는 결과가 나올 게 불을 보듯 뻔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순리대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렇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직업 선택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이대은은 KBO리그 복귀를 바라는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재기할 시간을 얻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성공하지 못한채 무적신세가 될 뻔 했으나 지난 2015년 프리미어12를 통해 태극마크를 달았고 초대 대회 우승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KBO와 10개구단이 대승적인 차원으로 2년간 참가활동 금지 규정을 바꿔줬다. 유예기간이 끝나면 기회를 준 이들에게 보답하는 게 ‘순리’다.
이대은이 KBO리그와 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길은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신인부터 다시 시작해 옛 명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대은의 선택 하나가 이학주나 하재훈 등 다른 해외파 뿐만 아니라 향후 KBO리그 복귀를 꿈꾸는 수 많은 실패한 청춘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다. 그만큼 그의 두 어깨에 놓인 책임감도 막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