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 효과, 올해 넥센에는 남 얘기
[스포츠서울 최민지기자]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무더위 속에 돔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는 건 큰 이점이다. 쾌적한 환경에서 훨씬 좋은 컨디션으로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고척돔을 홈으로 쓰고 있는 넥센은 그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넥센은 올시즌 홈 승률 0.429(24승32패)에 그치고 있다. 이 부문 9위로 넥센보다 홈 승률이 안 좋은 팀은 리그 최하위 팀 NC밖에 없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후반기 들어서는 더욱 심했다. 리그 5위로 전반기를 마감하며 후반기 그 이상을 노리던 넥센은 1일까지 치른 후반기 14경기 중 9번을 홈에서 치렀다. 그러나 승리는 단 1승에 불과했다. 넥센은 결국 6위까지 내려앉았다.
지난해까지는 안방에서 무척 강했던 넥센이다. 고척돔을 홈으로 쓰기 시작한 2016년 원정에서는 33승38패1무를 기록했지만 홈에서는 44승28패로 강했다. 지난해도 홈에서 39승31패2무로 30승42패의 원정보다 좋은 승률을 기록했다. 확실히 지난 2년간은 ‘고척돔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러나 올시즌 다른 이유는 뭘까. 넥센 장정석 감독은 “아무래도 상대도 더운 곳에서만 하다 쾌적한 고척돔에 오니 컨디션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척돔을 방문하는 원정팀 선수들은 “고척돔에서 야구하면 살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밖에서 덥게만 하다가 쾌적한 고척돔에서 경기를 하니 에너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에 앞서 넥센의 전반적인 전력 자체가 약해진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넥센 타선이나 선발 마운드는 지난시즌과 비교해 크게 나쁘지 않다. 문제는 불펜이다. 시즌 초반 마무리 조상우의 이탈이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컸다. 필승조들은 점점 지쳐갔고 넥센은 선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시 승률 최하위(31승19패)에 머물러 있다. 차명석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무더위에서 경기하던 원정 팀들이 고척돔에서 더 큰 쾌적함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현상을 분석하기엔 모순되는 부분도 있다. 일시적인 쾌적함이 실력을 이길 순 없다”고 설명했다.
우천 취소가 가정 적은 넥센은 1일까지 106경기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지만 그마저도 홈 이점을 살리진 못했다. 9월부터 확대 엔트리가 적용되면 다들 막판 총력전을 펼치는데 넥센 입장으로서는 남은 경기 수가 적어 불리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장 감독은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고 해서 불리하다는 생각은 안 한다. 확대 엔트리로 치르는 경기가 많다고 해서 다 이기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갈 길 바쁜 넥센에 올시즌 고척돔은 무더운 날씨만도 못한 얄궂은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