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주시했던 병무청, KBO 병역 트렌드 바뀌나
[OSEN=김태우 기자] 병무청이 체육·예술 계통의 병역특례 제도를 재검토할 태세다. 이에 KBO 리그 구단들의 병역 관리도 크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갈수록 현역 아닌 다른 방법으로 병역을 해결하기 어려워지는 추세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병무청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병역특례 제도를 개편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고민의 흔적을 드러냈다. 최근 끝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몇몇 선수들이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칼자루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병역 자원 부족, 형평성이라는 두 가지 갈래에서 병역특례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넌지시 드러낸 것이다.
이기홍 대한체육회장 또한 아시안게임을 총평하며 “올림픽, 아시안게임은 물론 세계선수권대회까지 포함해서 성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많이 쌓은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방안이 어떨까 생각한다”고 아이디어를 내놨다. 병무청의 향후 결정 사항에 많은 것이 좌우되겠지만, 설사 병무청이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고 해도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병역 특례 지도가 상당 부분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올 것이 왔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병무청은 병역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구가 줄면서 병역 자원이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추세라 앞으로는 더 절실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병무청은 체육·예술 분야를 눈여겨보고 있다. 예전부터 병역을 놓고 사회적 이슈를 자주 일으킨 지점이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군 입대를 미루는 체육·예술 분야의 공인들은 병무청의 별도 TF에서 따로 관리하고 있다. 프로야구를 비롯한 유명 스포츠 스타, 연예인들이 대표적”이라면서 “이번에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은 오지환 또한 병무청에서 주시하고 있었던 선수다. 몇몇 프로야구 선수들이 현재 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오지환이 비자 문제로 지난 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것을 두고 병무청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어찌됐건 병무청은 국제대회 입상으로 병역 혜택을 받는 숫자를 줄이고 싶어 한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논란은 병무청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가 많다. 가장 중요한 여론을 등에 업고 일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KBO 리그 구단들로서는 지금까지의 병역 관리 전략을 모두 바꿔야 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가뜩이나 경찰야구단의 존폐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현역 입대’가 늘어나고 있는 KBO 리그다. 경찰청이 의무경찰 폐지를 확정했고, 경찰야구단이 조만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KBO 리그 차원에서 경찰야구단 존속을 주장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상황은 없다. 매년 살얼음을 걷는 판이다. 이 경우 야구를 하면서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국군체육부대(상무) 뿐이다.
여기에 공익근무요원 입소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예전 같았으면 공익 판정을 받을 수 있었던 부상 부위가 불허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역시 병역 자원 확보와 연관이 있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익 근무를 기다리는 대기 인원들이 너무 많아 신청부터 실제 입소까지 1~2년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게 각 팀 2군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군 문제를 일찍 해결하고 홀가분하게 프로 생활을 하려는 어린 유망주들로서는 아까운 시간들이다.
이에 아예 군대를 빨리 보내는 팀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장 써먹지 못해 아까운 선수들도 있지만, 미래를 보면 군 문제를 일찍 해결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선수들도 대체적으로 군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선수는 한정되어 있고, 군경팀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들도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리스크를 안고 현역 입대를 선택하는 선수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병역 특례가 폐지되고, 경찰야구단이 사라진다면 병역 관리는 점차 ‘현역’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상무에 보내려는 구단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병역을 적절하게 해결하려는 방법론을 놓고 내부에서 활발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지 이번 사태를 떠나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변화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