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막내의 투혼, 왕조 앞에서 헛되이 사라지는가

[BO]스포츠 0 905 0


프로야구 kt는 올해 플레이오프(PO) 1차전에 신인 소형준을 선발 투수로 내는 파격을 선보였다. 외국인 원투 펀치 대신 19살 새내기에 가을야구 첫 경기의 중책을 맡겼다. 과연 막내는 기대에 부응했다.
소형준은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과 PO 1차전에서 6⅔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비록 팀은 2 대 3으로 졌지만 소형준의 쾌투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막내의 패기였다. 2015년 1군 무대에 10구단으로 뛰어든 막내 kt의 막내 소형준이 창단 첫 가을야구에서 펼친 투혼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kt의 가을야구는 그게 다인 상황이다. 소형준을 빼면 kt의 포스트시즌은 초라하다. 정규 시즌 때 맹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 큰 무대의 부담감에 짓눌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차전 패배는 아쉬웠지만 납득할 만했다. 두산 선발 크리스 플렉센의 구위가 워낙 좋았다. 또 0 대 2로 뒤진 8회말 베테랑 유한준이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때려내 자존심도 세웠다.

하지만 2차전에서는 완전히 두산의 기에 눌렸다. 이날 선발 투수는 kt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두산 최원준. 데스파이네는 올해 15승(8패)을 거둔 팀의 에이스, 최원준은 10승을 따냈지만 선발과 불펜을 오간 전천후 투수였다. kt의 우세가 예상되는 매치였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kt는 초반 선취점의 좋은 기회를 날려버렸다. 1회 1사 3루에서 올해 홈런, 타점왕 멜 로하스 주니어가 짧은 외야 뜬공, 4번 타자 강백호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2회 1사 만루에서는 심우준이 3루수 정면 땅볼로 더블 아웃이 되면서 땅을 쳤다. 기회가 하필이면 모두 첫 가을야구인 선수들에게 왔다.


반면 두산은 따박따박 점수를 뽑았다. 2회 김재환, 허경민, 박세혁의 연속 안타로 선취점을 낸 두산은 3회도 김재환의 적시타가 터졌다. 5회 무사 만루에서 kt는 데스파이네를 내리고 유원상을 긴급 투입했지만 김재환에게 또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말았다. 2차전의 승패가 갈린 결정적 장면이었다.
경기 전 kt 이강철 감독은 "오늘 치지 않으면 못 이긴다"며 타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끝내 타선은 터지지 않았다. 로하스가 0 대 2로 뒤진 3회 1점 홈런을 날리긴 했지만 그게 유일한 점수였다. 영양가로 따지만 로하스는 1회 깊숙한 외야 뜬공을 날리는 게 더 나았을 수도 있었다. 선취점을 냈다면 경기의 향방이 달라졌을 터였다.

단기전은 선취점의 중요성이 엄청나다. 특히 가을야구가 처음인 kt에게 상대에게 먼저 점수를 내주면 쫓기는 중압감이 가중된다. 1, 2차전 모두 kt는 선실점했고, 졌다. 5전 3승제 PO에서 벼랑에 몰리게 됐다.

반대로 두산은 여유가 넘친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해 3번 우승을 이룬 가을 DNA가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4번 타자 김재환은 경기 전 "라인업 모두 너무 잘 해주고 있어서 나는 4번 타자가 아닌 팀 일원으로 경기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재환은 이날 3타점을 올렸으나 이날 결승타는 6번 박세혁이 때렸다.

중심 타자였던 박건우가 부진해도 큰 걱정은 없다. 경기 전 김태형 두산 감독은 "못 하면 대타를 내면 된다"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진짜 그렇다. 1차전 승부처였던 8회 두산은 박건우의 대타로 최주환을 냈고,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득점까지 연결됐다. 9회도 다시 대타 김인태가 나와 결승타를 때려냈다.

올해 KIA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홍건희는 2차전 승리 뒤 "왜 두산이 강한지 알겠다"고 했다. 이날 홍건희는 2⅓이닝 2탈삼진 무피안타 무실점 완벽 피칭으로 승리의 발판을 놨다. 홍건희의 첫 가을야구 등판이었다. 그러나 긴장하지 않고 팀원들의 기운을 받아 필승조의 역할을 해냈다.

소형준이 펼친 막내의 패기를 잇지 못하고 있는 kt. 두산 왕조의 가을 DNA에 짓눌린 형국이다. 과연 창단 첫 가을야구가 이대로 무기력하게 끝나고 말 것인가. 

0 댓글